엄마, 나 서운해요.

아이를 키우며 알아가는 나의 감정들

by 민지울

어제저녁 엄마가 전화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뜸을 들이신다.

"음.. 이번 주에 둘째네 집에 가기로 했어. 하도 오라고 해서..." 하며 말을 줄이신다.

순간 나는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말을 아꼈다가 한마디를 했다.

"엄마, 그런데 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오라고 할 때는 안 오시더니."

엄마는 이런저런 변명을 했다.

내게는 다 변명처럼 들릴 정도로 나는 서운했다.

엄마가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 나는 서러움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말을 아꼈다.

눈치 없이 아이가 자꾸만 다가와 "엄마 슬프지 마."라고 하니 엄마도 눈치를 살피셨다.


딸이 세명에 아들 하나인 자식 부자, 우리 엄마는 뿔뿔이 흩어져 사는 자식들 집에 한 번씩 다니시는데 그마저도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더 뜸해졌다. 나는 셋째 딸로 결혼도 늦게 하여 아이도 아직 어리고 남편도 바빠 늘 엄마가 오시기를 청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올라오라고 할 때는 안 오시더니 작은 언니네에는 더 추워지기 전에 들르신다 하니 잠자던 서러움이 폭발한 것이다.

자라면서 셋째 딸의 서러움이 없지는 않았다. 엄마는 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부족했다. 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외동딸이 부러웠다. 세월이 지나 다복한 식구가 이제는 좋은 추억이 되었노라 했는데 엄마 전화 한 통에 시린 겨울의 살벌한 어린 시절 한 장면이 소환되어 이곳에서 겨울 내음을 한껏 풍겨댔다.

아이 잘 준비를 시켜야 하는데 그냥 소파에 풀썩 앉아서 눈물을 한 움큼 짜냈다.

'마흔 줄인 내가 아직도 아기처럼 엄마 아빠의 온전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구나.'


우리 아들은 엄마의 표정에 얼마나 민감한지. 특히 내가 슬플 때는 귀신같이 알아챈다.

"엄마, 눈물 흘리지 마."

"엄마 슬프지 마."

라고 연신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데 나는 도무지 이 서러움이 그칠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엄마 귀여워"라고 다시 말을 건네는 아이.

뜬금없이 엄마 귀여워라니... 나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하는 말인 모양이다.


엄마, 나 서운해요.

이제 세돌이 다 되어가는 아들은 언제부턴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빵 터진 울음 뒤에 서운하다는 당당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

'아 서운했구나....' 한번 더 안아줄 수밖에 없는 너의 말.

그리고 어디 거하게 놀고 오면

"좋았어. 엄마. 즐거웠어."라고 말을 한다.

'아 그랬구나. 네가 참 즐거웠구나...'

피곤함을 씻기우는 기분 좋아지는 너의 말.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엄마에게 서운했다는 말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 또다시 일상 이야기만을 했고, 엄마는 어제 일이 맘에 걸리셨는지 다음에는 꼭 너희 집에 가겠노라며 전화를 마쳤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 감정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 일인지.

그 뒤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제는 화난 감정으로 엄마를 조금 당황하게 했겠지만

오늘 내가 나의 진심을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 나는 엄마가 우리 집에 안 와서 서운해.
나는 외로웠거든.


내가 엄마에게 그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나는 어쩌면 나의 감정을, 나의 외로움을 피하려고만 했는지 모른다.


가족들에게도 언젠가는 아니 이제부터라도 내 가면을 벗고 말하고 싶다.

징징대는 아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는 순수함으로.

거짓 없이, 위선 없이 다가가고 싶다.


진심을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는 나의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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