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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레워홀러 Feb 17. 2020

칠레에서 만난 인연들

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5. 사람



Que bonita noche hace!

아름다운 밤이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난 또다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잊지 못할 시간들을 만들었다. 여유로운 그들의 말, 행동, 환경, 친구들 그 모든 것들을 보며

나는 과연 여유로운 사람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못 한 순간들이 떠올라 순간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스스럼없이 껴안았고, 볼을 맞대며 반갑게 인사했다.

낯선 이방인일 텐데 기꺼이 집으로 초대해 먹을 것을 주고, 밤이 늦었다며 쉽지 않은 거리를

선뜻 태워준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한사코 역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런 나를 나무랐다. 이 곳은 안전한 한국이 아니라, 밤의 무법 도시 칠레라며.


 

어딜 가장 먼저 가고 싶냐는 물음에, 산티아고 전경이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랐고, 칠레대학을 구경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말이 그리 통하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마음들이 있어 꽉 찬 순간들이 이따금씩 찾아왔고, 늘 그때의 벅찬 감동이 그리워 세상을 돌아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처럼 흘러들어온 이 곳에서도 뜻하지 않게, 생각보다 빨리 이런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었던 건, 운도 있었겠지만 분명 내 마음이 그렇게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온전히 그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먼저 여는 게 중요했다. 



이번 칠레행에서 이런 순간을 즐기기 위해 나름 준비한 게 한글 이름 작명과 캘리그래피였다.(늘 악기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그걸 갖추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릴 듯했다) 엽서 종이와 붓펜, 그리고 도장까지 새겨서 유튜브를 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외로워지면 거리에라도 나가 한글 이름을 만들어주며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야심 찬 생각까지 하며.


이후 만나는 칠레 친구들마다 선물해주곤 했는데, 꽤나 좋아했다(내 생각에는)



가격 대비, 시간 대비 참 괜찮은 준비였다는 생각을 했다. 참 많은 칠레 친구들에게 한국 이름을 예쁘게 선물했고, 그 시간만큼은 행복으로 가득 찼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현지인 만나는 나만의 비법


그간 나름 세계여행을 하며 몸소 배운 게 있다면, 나를 혹은 한국인을 알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현지인을 만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좋다는 거였다. 그 경험들은 산티아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돼 오자마자 관련 정보나 사이트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엔 칠레에 오기 전 SNS나(인스타그램, 특히 태그에 #chilecorea나 #chilesantiago
등의 키워드를 통해 팔로워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혹은 인터팔 https://www.interpals.net/
사이트를 통해 그 지역의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혹은 언어교환 어플이나 만남 어플 역시 현지인 친구들을 만나기에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상한 사람들도 있으니 주의할 것) 
*HELLOTALK :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어플. 문법 등을 물어볼 수 있고 지속적으로 외국어로 채팅을 할 수 있다.
**MEEF :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매칭 시켜주는 어플. TINDER가 남녀 만남용이라면 MEEF는 조금 순화된 외국인 친구 만나기 어플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결과 칠레 산티아고에는 학생 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을 찾아 직접 방문하기까지에 이르렀다.(특히 세종학당은 독일의 괴테 어학원처럼 전 세계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가 산하 전문 교육 공공기관이므로 전 세계 60개국 180여 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도 29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1. 칠레 중앙 대학 내 한국어 교육 과정 : 
https://www.facebook.com/Coreanizados.Ucen/?fref=ts 
(현재는 한국학 교과과정으로 바뀌어 일반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과정은 없어졌다.
https://www.facebook.com/EstudiosCoreanosUCEN/ 

2. 산티아고 세종학당 한국어 교육 과정 :  https://www.facebook.com/santiagosejong
    세종학당 공식 홈페이지 http://www.ksif.or.kr
3. 사립 어학원 https://www.facebook.com/ICC.idiomas/?__tn__=%2Cd%2CP-R&eid=ARAqxxQmYSiWxiQKLksqSuuNQYl1kLIX87jTojbd15xkh_hxYfGaniIAiy9bWZx7Pc8l8djPtqm75cwk
늘어지는 토요일 오후, 아시아 한중일 문화에 대해 알리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세종학당은 그중 한국 부스를 맡아 홍보하고 있었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분명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이 모일 테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주저 없이 Salvador역 근처 행사장으로 향했다.

카페테리아 앞 공터라길래 조그마한 카페 안에서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넓은 공원에서 많은 부스들과 함께 정말 많은 현지인들이 와 있었다. (심지어 행사가 12시부턴 데 이미 20분쯤 도착했을 땐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칠레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에 이렇게 많이 관심이 있구나, 새삼 놀랐고 괜히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에 어깨가 솟기도 했다. 


축제의 모든 부스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세종학당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짜고짜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마침 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가져가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가져온 캘리 붓펜을 꺼내 들었고 '저 자신 있어요.'라는 표정으로 서성이니 알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부스에 앉아 2시간 여 동안 정말 많은 현지인들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스페인어로 이름이 뭐냐, 아름다운 이름이다. 라며 한글로 이름을 써줬고, 나에게는 칠레에 어떻게 왔냐, 온 지 얼마나 되었냐,
이런 것들을 묻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동경 어린 눈빛으로 계속 대화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한테는 whatsup이나 facebook 있냐, 친구 먹자. 라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실제로 그 날 만난 한 대학생 청년과 친구가 되어 그 친구가 사는 인근 발파라이소라는 도시를 놀러 가기도 했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 덕에 만들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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