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내가 더없이 그리울 때
나라가 고립이 된 것 같다. 하늘길도 막혀서 나가고 들어오는 길이 다 사라진 것 같다. 알아보고자 하던 필드는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받았다. 뭘 해도 할 수가 없는 것 같아 아무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한도 끝도 없었다. 이걸 하려고 하니 저것 때문에 막히고, 저걸 해보려 해도 이것 때문에 막힌다. 그렇게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니 내가 지금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 숨 쉬는 데에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변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끝없이 비관적이 될 수도 있다면, 대책 없는 낙관론자가 되어보는 것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극단적인 속성은 마찬가지일 테니.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게 아니던가?
하늘이 도운 거라고 생각하자. (무종교자 맞나요?)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받은 거라고. 지금 내가 무얼 하든 다음 스테이지를 위해 나를 갈고닦을 시간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유예 기간이 넘쳐난다. 런던에서 core moulde 수업의 과제 제출 기한이 2주나 미뤄졌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며칠만 더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그때의 그 마음가짐을.
몇 년 전에 동경하던 파워 잉글리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분이 커피 한 잔 하며 나에게 해 주신 얘기가 있다. 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사실 이분과 커피 한잔 할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넘치는 행운이었으리라!)
당시 실질적인 목표 없이 독일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던 나에게 크리스틴은 얘기해 주었다. 지금은 어쩌면 의미 없는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분명히 나중에 쓸모 있는 날이 온다고. 그러니 계속 열심히 하라고.
그분의 응원 덕이었을까, 이때 독일어 공부에 할애한 시간과 그로 인해 얻은 경험은 나중에 응용언어학이라는 요상한 놈을 연구하는 유학 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 이후로 이분의 조언을 늘 가슴 깊은 곳에 새기고 있다.
그러니, 뭐든 하자.
어쩌면 최악의 타이밍에 한국에 돌아왔다고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최고의 기회로 만든다면 나중에 몇 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등짝 스매싱하려고 할 때 막아주는 핑계가 되지 않을까???? (= 미래의 나에게 혼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 덕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깜깜한 앞날을 아무것도 없기에 투명하고 가능성 가득한 흰색 도화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상, 역병과 함께 귀국한 어느 유학생들의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