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곳이 있다면 그곳이 나오는 책을 읽어 보세요.
1.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된다는 게 생각 외로 많은 안도감을 준다. 방금 지불한 돈만큼의 가치를 바로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책 한 권과 나 혼자만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부여받는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무심히 넘기기에는 꽤 매력적인 요소다.
그런 요소가 충족되는 곳에서 읽은 책은 [채링크로스 84번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도서를 구입해서 그 한 권을 가슴에 품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 도착한 곳은 독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집중력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던지.
2. 지나간 내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동네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만나는 건 꽤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공부했던 곳과 일했던 곳의 바로 한 골목 옆이었던 런던의 차링크로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으니 잠시나마 북적이고 정신없던 그때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한 번에 편안하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완독 한 한국어 서적이었다. 완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서간체라 술술 읽혔다.
3.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만날 수 있는 단점 : 책 속에 소개되는 다른 책들도 괜히 읽고 싶어 질 수 있다. 책벌레인 주인공이 구하려고 애를 쓰는 책이 등장이라도 하면 나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 책에 매겨진 평점이나 리뷰를 책을 읽기 전이 아니라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 읽어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