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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시작

뷰티패스는 2017년 7월, 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뷰티패스는 소리만 무성하고 허무맹랑해 보이는 스타트업으로 보였을 테다. 사실 플랫폼 스타트업을 설립했다고는 했지만, 정작 플랫폼은 제대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화장품 유통, 피부과 마케팅 및 개원 컨설팅 프로그램, 상담실장 마케팅 자동화 프로그램 등 부가서비스로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바오바브코리아 매각 이후 (제대로된) 두번째 창업이었던만큼, 사람들과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두번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더 잘만들고 싶었고, 생각보다 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1년이 조금 지나 뷰티패스의 1.0.0 앱 버전이 공식적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뷰티패스 앱이 출시한 것을 알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열심히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던 형태의 출시였기 때문이다. 내 성격상 만족하지 못하는 버전은 출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버전으로 억지스럽게 출시한 이유는 플랫폼 팀원들이 스스로 함께 한 싸이클을 도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시 두달 후 뷰티패스의 1.1.1 버전으로 업데이트됐다. 업데이트와 함께 앱의 UIUX가 본격적으로 최적화되면서 설계됐고, 앱의 큼지막한 버그를 잡으며 제법 안정화됐다. 이제 시작인 뷰티패스이지만, 지금 시점도 체력적으로 참 벅찬 기분이다.


나는 오늘 그 기분을 기록하려 한다.


2017년

잘 다니던 콜버스를 때려치고(?) 회사를 직접 다시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분간은 고통스러운 창업을 하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로 구글캠퍼스에 위치한 콜버스 초기멤버로 합류했으나, 결국은 다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성이 그런가) 아직 다니고 있던 회사를 퇴사하지 않고, 어떤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지 머리를 굴려왔다. 얼마나 굴렸을까, 내부 직원들을 비롯해 심지어 스티브도 내가 다시 창업할 생각을 눈치채셨다.


콜버스를 합류한 계기는 이전에 회사를 한번 엑싯했으나 아직까지는 스타트업을 지식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때문에 스타트업 과정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회사를 다니며 배우고 싶었다.

(월급 주는 사람 말고 받는 사람 되고싶었다.)


하지만, 월급 받는 사람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월급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2017년 중순, 콜버스를 같이 다니던 제이미와 함께 회사를 퇴사하며 법인을 세웠다. 그리고 기획을 시작했다. 기획은 처음 창업하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쟁사 서비스를 UIUX와 기능을 잘 분석했고, 의료 법 검토도 로펌과 함께 검토하며 합법적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후에는 텍스트로 서비스 구조를 정렬한 이후,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며 서비스 흐름을 예측하고, 디자이너가 참여해 앱 페이지를 디자인했다. 그러고 나서 개발진들이 붙여 개발을 했다. 제법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순탄하다고 느꼈다.


2017년 중순

피부과 SNS 마케팅 서비스를 자동화해주고, 매우 세세하게 타겟팅할 수 있는 프로그램 ' 타겟 ' 을 개발해 출시했다. 기본 월 이용료는 400만원으로 제법 높은 금액이었지만, 많은 피부과와 성형외과 그리고 치과/안과 등에서 사용해주셨다. 우리는 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0원을 지출하였고 (나 혼자 개발함), 투자를 받기 전까지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의료 마케팅 시장 규모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7월에는 스파크랩 투자가 확정돼, 여유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상 스파크랩 투자를 무르면서 생존에 압박이 생겼고

결국 그러한 압박이 MVP라는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냈다.


2017년 말

피부과 가격비교 앱을 출시하기에 앞써, 우리는 피부과 원장님들을 고객으로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원장님들께서는 공개적으로 피부과의 시술 가격이 투명하게 비교된다는 점에서 계약을 원치 않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전략적으로 피부과 원장님들을 위한 매출/지출/인기시술 비교/고객예약일정관리가 가능한 ERP 웹서비스를 개발해 무료 출시하였다.


그렇게 무료로 출시하면서, 그동안 다른 서비스와는 다르게 웹 형태에서 구동됐기에

윈도우/맥 OS를 구분하지 않았고 모바일과 태블릿 모두 호환이 됨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약 100여개의 피부과 원장님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2018년을 앞두고

우리는 권도균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고, 프라이머의 13기 첫번째 합류팀으로 배출됐다. 우리는 프라이머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력직의 직원들을 채용하고, 본격적으로 뷰티패스 개발을 착수했다.


2018년 초

2018년이 되기까지 참 시간이 빨랐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 중 내가 얼마나 회사 본질에 필요한 일을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반성하게 된다. 솔직하게 생각해보면, 열심히 일만 하긴 했으나 회사 서비스보다는 회사 겉모양 신경 쓰느라 정신없이 보낸 기분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 서비스를 안 본 것은 절대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기업문화와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고, 결국 아무것도 없던 회사는 복지만 챙기다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었다. 기업문화에 신경 쓰긴 했지만, 팀빌딩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다시 만들고 무너지고를 반복했다. 팀빌딩이 무너지는 이유는 참 많았다. 무엇보다도 내 맨파워가 시니어인 사람들을 데리고 하기에는 역량 부족일 수도 있을 테고, 돈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잡히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팀빌딩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계속 깨지고 모이고를 반복하면 가장 안 좋은 것은 바로 프로덕트가 특정 팀원에게 100% 의존하고 있는 형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개발자들에게)


서비스를 한 싸이클도 함께 돌리지 못하고, 팀원(특히나 개발자)이 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팀빌딩이 무너질 때마다 서비스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됐다. 문제는 2018년 6월,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 투자 유치 이후 뷰티패스가 어떤 성과를 보여왔는지에 대한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유를 해야 했다. 그것도 1,200명 정도 되는 투자자들과 창업가들 앞에서.


이렇게 팀빌딩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으로는, 투자금만 까먹으면서 서비스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개발팀을 내부에 들이지 않고, 외주사에 맡기기로 했다. 그때는 제법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 믿었다. 왜냐하면, 제법 성공했던 스타트업들도 처음 서비스는 프리랜서들에게 외주 형태로 개발을 맡겼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겟차라던가) 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연봉이 높은 개발자들을 데리고 있는 꼴도 우습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3개월의 시간을 두고 앱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나는 자신 있었다. 서비스에 대한 기획도 끝났고, 이미 디자인 자료도 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투자자 1200명을 앞든 데모데이 그 날에도 앱은 볼 수 없었다. 프리랜서는 단 한 번도 계약한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그 개발자 덕분에 투자금의 절반을 허송세월 하게 까먹었다. 우리는 용역회사 대표가 우리앱 개발기간 중 스포츠카 하나를 뽑은 것을 SNS를 통해 볼 수 있었지만, 서비스는 결코 볼 수 없었다.


개발자 탓만 하고 싶었지만, 투자자들은 내가 개발자를 관리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개발자의 개발을 수시 체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능력 부족이었다.

내부에 개발팀장이 있었으나, 그 개발팀장을 신뢰하고 내가 개발 부분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팀원도 몇 없는 조직에서는 모든 면을 내가 직접 참여했어야 하는데, 뼈저리게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타이밍이었다. 급하게 나는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2018년 초중순

새로운 뷰티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스타트업을 설립했건만, 우리는 플랫폼이 아닌 다른 여러 사업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내부에 개발진을 들이는 전략으로 변경하고, 이때부터 나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내부에 경력이 있는 개발자와 UIUX 디자이너를 합류시켜, 나보다 더 프로덕트에 민감한 사람들을 모셔왔다. 그리고 최대한 그들의 생각을 많이 듣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격상,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해도 내 생각과 플랜(데드라인)을 밀어붙이는 성격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뷰티패스의 비전/미션과 컬러를 이야기하고,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 마치 작년에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잠깐'했던 고민을 다시 진지하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하였다.


그리고 본질을 찾고, 그 본질 외의 기능들은 모두 기획단에서 지워버렸다.

아직 우리가 구현하고 운영하기에는 벅차다는 이유로 지웠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선택하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그렇게 디자인도 새롭게 작업하고, 개발까지 완전히 다시 했다.

그동안 1년 동안 웹으로 만들다가, 네이티브로 만들다가, 다시 웹으로 만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네이티브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iOS 버전부터 구현하는데 노력했다.


그렇게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간소화돼서 나왔다. 처음 뷰티패스를 설립할 때는 피부과만이 아니라 성형외과, 마사지샵, 네일샵 등을 모두 때려 박는 것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뷰티패스를 진지하게 기획하는 초기 단에서, 피부과 외에는 집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기획을 간소화한 줄 알았으나 내가 실수했다.


원하는 기능이 너무 많았다.

위치를 기반으로 피부과 정보 알려주기, 검색을 통해 피부과와 시술 정보 검색, 사람들의 평점과 리뷰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형성하기 등 개발하기도 어렵고, 운영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기능들이 많았다. 결제단도 생각해보면, 신용카드 결제 외에도 무통장입금과 토스, 카카오페이 등 여러 결제 모듈이 붙은 것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최종'버전일 때 이야기였다. 결제 모듈도 기능을 붙이려면, 여러 PG사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고 계약해야 하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커뮤니티 기능을 구현하려면, 서버도 탄탄해야 하고 개발자는 많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즉, 나는  1.0.0 버전에서의 뷰티패스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개발자들과 이야기할 때 함께 큰 난을 겪었다. 그래서 내 자존심을 버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 구조', '그로스 해킹' 이런 단어는 많이 들고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는 그렇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린스타트업 구조를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우주에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는 로켓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로켓으로 우선 로켓 알고리즘을 실제로 구현해내면서 물로켓의 사이즈를 조금씩 키워나가며 재질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우주에 쏠 큰 로켓의 작은 부품을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체도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2018년 중순

드디어 1.1.1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팀원들과 뷰티패스를 만드는 두 번의 리싸이클을 돌았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 것이다. 더 이상 '타겟'프로그램 운영을 하지 않았고, 피부과 마케팅 컨설팅과 화장품 유통업은 중단하였다. 이제는 처음 뷰티패스를 설립했던 그 동기에 맞게 플랫폼에 주력하기로 하였다.


기능을 간소화하고, 수익구조도 우선적으로 단순화시키면서 드디어 서비스가 나왔다. 안드로이드는 없고 iOS 서비스만 있는 반쪽 서비스라도 우선 시장에 나왔다. 뷰티패스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을 생각해 설명해보자면, 뷰티패스는 피부과에서 고객이 겪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고객은 누군가에 의해 검증된 피부과를 가고 싶지만,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광고성 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바로 네이버에 '피부과 추천'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광고성 후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 문제점이기도 하다.

*의료법 상 피부과가 마케팅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은 한정적이고, 결국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발생되는 피해는 고객들이 직면하게 된다.

또한 미리 시술 금액을 알고 피부과를 가고 싶지만, 상담실장을 만나야만 시술 정보와 가격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담실장을 만나고 예상한 것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쉽게 피부 관리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뷰티패스를 만들게 됐던 것이다. (내가 쓰려고)

내가 피부가 좋지 않았고, 피부과를 자주 가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옛날의 실제 내 피부


회사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매번 생각해왔다. 그런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웠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영(팀원과 조직관리, 세무와 회계 처리, 노무와 인사 관리 등)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 (서비스 시장성, 기획, 디자인, 개발 구현, 마케팅)은 완전히 달랐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는데 론칭하기까지는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론칭까지 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대면서, 적자인 상태로 구현해서 론칭하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앱스토어에 정상적으로 리뷰를 심사 맡겨서 배포하는 것도 어려웠다. 특히나 중간에 주식회사 법인 상호를 변경했던 우리는 서류가 두배는 많았다.


서비스를 무료로 내놓았는데도, 유저를 모으는 그 과정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료 유저를 모으는 것도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마케팅을 해서 유료 고객을 모으고, 그 유료 고객이 돈 한 푼이라도 뷰티패스에 쓰기까지 기다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 유료고객들이 쓴 거래액 중에서 일부 수수료로 먹고 살기에는 역시나 고된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직 1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어떤 것을 더 느끼고 배우고 경험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정말 스타트업은 어렵다.


우리가 1년 동안 개고생 하면서 어떤 것을 만들려고 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다운로드하여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제대로된 플랫폼을 만든 지금은 기분이 어떻냐고? 솔직히 말해 회사 창업을 하고 완전히 번아웃이 왔다. 정신적 육체적 모두 지쳤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야할텐데 지금 컨디션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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