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업가는 휴식 취하는 것을 눈치보지마라.

창업가가 업무에 시간을 오래 투자한다고 해서 성과 아웃풋이 잘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자. 분명 창업가 스스로 열심히 준비하고, 시간을 오래 투자했음에도 그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경우를 무수하게 겪었을 것이다. 때로는, 비교적으로 덜 준비하거나 시간을 깊이있게 투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하게 성과가 잘나왔던 비즈니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물론 스타트업 창업가는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에너지를 투자할 것이다.

비즈니스를 비교해 덜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문맥이 어색하지긴 하다만 ㅎㅎ



투자자가 창업가한테 '너가 열심히 하지 않아 실패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억울하다.

어떻게 보면 고객과 파트너, 투자자보다도 그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싶은 사람은 사실 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본인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정말 잠을 자는 시간을 포함한 24시간) 비즈니스만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업무 강도'를 탓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개 건강한 창업가는 분명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계속하다보면 일을 하는 모든 순간들이 즐거워지는 순간까지 도달한다.

아니, 사실 나는 일을 하는게 스트레스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나는 '워라벨' 이라는 단어가 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일에 몰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성과를 만드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눈 떠있는 내내 계속 일을 하는게 좋아진다. 당연지사 정신과 마음은 불안하고 하루하루 생존하는 순간들을 겪어내야하지만, 훗날 빛날 미래를 꿈꾸며 일하는 그 과정 자체는 분명 즐겁다.

(다시 생각해보면 서비스 나오기 전까지가 제일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2년정도 매일 일하다보면 번아웃이 온다. 진짜 번아웃.

그러니까,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 지쳤어'가 아니라 정말 링겔을 맞지 않으면 또렷하게 사물을 볼 수 없는 경지에 오를 때가 있다. 하루 미팅 5개 이상을 처리하고, 내부 회의를 하고, 내부 서류를 준비하는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다보면 지친다.


번아웃이 왜 무서운지 잘몰랐는데,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라.

회사의 미래가 걸린 일을 처리할 때, 창업가는 가장 현명하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엄청난 의사결정을 반복해 스타트업이 휘청거릴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창업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가가 번아웃이 오면, 그 순간에 창업가의 번아웃으로 인해 현명하지 못하게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 다시 되돌아보았을 때 왜 그런 결정밖에 못했는지 아쉽고 죄책스러운 순간이 온다.


곤고했던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무조건 더 현명한 결정을 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순간들이 많다.

때문에 꼭 휴식도 중요하다. 수면은 약간 빚과도 같다. 평균보다 수면하지 않으면, 그만큼 잠을 자야하는 순간이 온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게 되면, 결국 몸까지 헤친다. 결국 정신과 몸이 모두 너덜너덜해지고 회사가 고꾸라지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사실 생각해보면, 창업가는 휴식을 취할 때 눈치보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휴식을 더 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비즈니스를 오래, 제대로 하려면 창업가도 가끔은 쉬어야 한다. 주말 이틀을 모두 다 쉴 순 없겠지만, 꼭 하루 정도는 날잡아 휴식을 취하는 것이 다음날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만큼은 휴식을 하는 날로 생각하고, 회사사람이 아닌 친구들도 만나 건강한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좋은 노래도 듣고, 푹 수면하고 있다.


덕분에 스타트업을 하면서 생겼던 공황장애와 수면장애, 불안장애를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렇게 나는 더 현명한 창업가로 성장하는 순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내가 앱을 만들려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