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돈을 쓰느라 후속투자 필요시기가 몇 달 빨라졌다고. 브릿지 투자가 몇달치 필요하다고 말했더라면. 분명 출시하기 전까지 괜찮다했던 보건복지부가 서비스 출시해놓곤 규제로 압력을 주고 있다고 재빠르게 투자자들에게 공유했더라면.
분명 지금까지 홀로 외롭게 회사의 모든 책임을 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매달 진행하는 투자자 미팅을 할 때마다 잘보여야한다는 강한 부담감에 더욱 솔직한 소식을 공유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의 안좋은 소식이 터졌을 때, 그리고 창업가 내가 번아웃으로 무너져내렸을 때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순간이었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책임질 수 있는 멘탈을 갖고 있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회고하는 동안 여러 감정이 든다. 빠르게 공유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아쉽기도 하면서, 또 서비스를 더욱 성장시키지 못한 죄책감이 든다.
그래도 언제까지 우울해야할텐가. 실수를 했으면 바로잡고, 멘탈이 무너졌으면 성찰하고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덕분에1년동안 회사의 안좋은 소식을 모두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지금은 나도, 회사도 매우 건강하다!)
창업가는 솔직해야한다. 애초에 회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잘알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굳이 어려운 상황을 숨기거나, 미미한 숫자를 큰 숫자처럼 강조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법적으로 결혼을 맺은 투자자에게 성과나 소식을 업데이트할 때면 매우 깨끗하게 소식을 공유해라. 그래야 투자자가 회사를 도와줄 수 있다. 투자자한테까지 힘든 사정을 숨기면 더 큰 골치들이 생긴다.
투자자와 창업가는 결혼하는 사이라고 들었다. 남들이 말할 땐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체감치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내가 직접 문제를 직면해보니,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깨달았다.
투자자가 밸류를 잘쳐주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한들 긍정적으로 검토하면 안된다. 이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경험했고,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밸류업시킨 경험이 있는지,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은 목적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관찰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를 받을 때면 밸류를 잘쳐주고 돈을 많이 준다는 곳을 비교하고 가렸다. 혹은 투자자의 이력과 일종의 유명세를 보며 투자받을 곳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자와 창업가의 관계는 회사가 잘안될 때 솔직하게 드러난다.
결혼하고 이혼하는게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가. 또 얼마나 서로 크게 상처를 받는 일들이 생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