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창업하는데 용기를 주세요.
5년 전, 학교를 자퇴하고 스타트업씬으로 들어왔습니다. 경험도 사회성도 부족해 미성숙한 나이에 가장 전투적인 환경에 들어와 많은 것을 몸으로 직접 부딪쳤습니다.
뷰티패스를 창업해 감사하게도 가장 존경하는 창업 선배님들께 투자도 받았지만 제 자신이 부족해 결국 꿈꾸던 그림을 제대로 실현 시키지 못했습니다.
실망하신 한 선배님은 주변에 저를 나쁜 사람으로 평가하였고, 그럼에도 끝까지 응원해주신 선배님은 회사가 인수된 직후 격려금을 보내주시며 위로해주셨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기회를 주셨던 모든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을 보고 투자까지 결정해주신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감사함을 저버릴 수 없기에 회사 존폐가 갈린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 남았지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폐업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치열하게 피봇하면서까지 법인을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죄책감과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고, 혼자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주님의 기적을 느끼기도 하였고, 제 행동과 실수들을 성찰하고 사업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님께서 저와 회사를 거둬주셨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라도 한번 더 용기내어 창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기 위해 제품부터 만들어 출시하고 시장에게 평가를 받은 시점에서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을 통해 모든 것은 매체이자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지금 시대야 말로 사람 본연으로 미디어가 될 수 있으며, 그걸 담을 수 있는 개인적인 디지털 매체를 SNS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심심할 때 생각없이 들어가는, 친구들과 근황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들어가는 앱이 페이스북이고 인스타그램이며 유튜브이고 틱톡, 카카오스토리, 밴드와 카페 그리고 블로그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는 여러 SNS가 흩어져있고,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커머스도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아 개인화가 되고 있고, 컨텐츠로 변화하며 성장 중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얼짱으로 불리는 인플루언서를 보았고, 그들은 매체를 옮겨가며 계속해서 지금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글에 특정인의 이름만 검색해도 SNS 프로필을 조회할 수 있고 활동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Z세대에게 SNS는 개인 신용과 영향력을 평가받는 공간이자 경제 활동을 제안받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 활동에 더욱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클래스101에서는 아마존 직구대행과 네이버 스토어팜, SNS/라이브커머스 강의들이 줄줄이 상위권 랭킹을 차지하는 중입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Job Market은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라 Gig Market과 교집합을 이뤄내다 하나로 적응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제 활동을 위해 Job 을 구하는 방법은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통해 취업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근처에 돌아다니는 킥보드를 빌리고 배달 대행 앱을 키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까지 지금 왔습니다.
앞으로 10년안에 여러 SNS를 포함한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에게 알맞는 SNS를 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찾고, 데이터를 통해 더욱 성장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또 어떤 SNS에서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좋을지 연결하는 플랫폼을 꿈꿔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 꿈은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 방문판매를 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것입니다.
이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를 겨우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고, 직접 방문판매 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다단계 회사를 다녀보다 정체를 들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SNS 분석챗봇 미어캣(meercat.io)을 만들었고, 현재 국내와 일본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서비스를 만들기 전 벤치마크 학습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인플루언서 분석 서비스를 사용해보았지만 정확도가 미비해 영향력을 검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보였습니다.
브랜드와 알맞는 인플루언서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입점해보았지만 제품 샘플들만 인플루언서에게 줄줄이 나갔을 뿐 이를 통해 커머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 간단한 원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인플루언서 분석 서비스는 우리 눈으로 보이는 가시적인 데이터,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팔로워를 무단으로 데이터를 긁어모읍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데이터는 이미 인플루언서가 돈을 주고 조작한 가짜 팔로워와 좋아요 그리고 댓글이 정교하게 속여진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수의 분석 서비스가 자체 검증 패턴으로 가짜 데이터를 가려낸다지만 사실 쉽지 않으며, 한계가 분명하기에 결국은 영향력의 정확도를 예측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브랜드가 입점해 인플루언서를 중개받는 플랫폼은 가짜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사용 되어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영향력 있는 사용자도 다수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많은 가짜 인플루언서의 활동으로 인해 실망한 여러 브랜드가 줄줄이 이탈하면서 악순환적으로 진짜 인플루언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가 숨을 불어넣은 서비스, SNS 분석챗봇 미어캣은 우선 이 두가지 문제를 집중하며, 두가지를 해결하면서 10년간 위에 언급했던 그림을 하나씩 이뤄가보고 싶습니다.
미어캣은 인스타그램 파트너십을 맺고, 인스타그램이 직접 측정하는 인플루언서 계정 및 게재된 특정 컨텐츠의 실제 도달 수, 노출 수, 저장 수 등 사용자 본인과 SNS 운영사만 확인할 수 있는 내부 데이터를 공유받습니다. 물론 이렇게 정확한 데이터를 운영사에게 직접 받기 위해서는 두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미국에 위치한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수 개월 소요됐고, 서비스 코드를 전부 제출하고 까다로운 검수를 받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둘째로는 인플루언서 한명씩 데이터 수집 권한을 동의 받아야만 합니다. 동의 받은 인플루언서에 한해서 인스타그램에게 데이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어캣을 출시하였고, 현재 수 천여명의 인스타그램 인사이트 데이터를 원본으로 받아 분석해 카카오톡으로 리포트를 보내고 있습니다. 총 사용자의 63%가 매일 접속하며, 평점 4.1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개그맨, 아이돌, 하트시그널 출연자, 185만 팔로워를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 SNS 공동구매를 하는 아기엄마,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중고등학생, 브랜드 계정을 관리하는 마케터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한 명씩 인플루언서에게 데이터 토큰을 받는 방식은 성장이 정말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인플루언서의 68%가 가짜이며, 점점 더 정교해지는 가짜 데이터로 속여가다보니 크롤링한 데이터의 정확도도 점점 떨어집니다.
저희는 방식이 번거롭고 늦더라도 인플루언서에게 동의를 받아 인스타그램 본사가 측정하는 개인 통계 데이터를 통해 국내 인플루언서 영향력을 분석해 브랜드와 매칭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브랜드 중개 앱을 공개적으로 만들어서 가짜 인플루언서까지 업무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미어캣이 검증해낸 인플루언서에 한해 카카오톡으로 데이터 리포트를 하루 한번 보낼 때 광고 제안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해보이지만 건강하게 이 시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를 주로 올려야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달이 크게 이루어진다면, 강아지 용품 광고 제안을 분석 리포트를 카카오톡으로 보낼 때 함께 보냅니다. 또한 팔로워 크기를 떠나 실제 도달 수를 영향력 평가 지표로 삼아 광고 단가를 정해 장기적으로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모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97% 수준의 높은 정확도로 영향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 타 서비스와 정확도를 비교해보았을 때 60% 이상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저는 서비스가 1차적으로 완성되어 우리가 대한민국과 일본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마케터들에게 조금은 기여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파파레서피와 무신사, 파크하얏트 등 약 30여개 브랜드가 미어캣을 통해 컨셉에 알맞는 인플루언서를 찾고, 가짜인지 진짜인지 분별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또 일일이 잘 읽지도 않는 인스타그램 디엠 기능으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제안을 복붙해 보내는 것이 아닌, 미어캣이 분석 리포트를 카카오톡으로 보낼 때 광고 제안을 자동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수 년간 존재했던, 복잡하고 불필요한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싸그리 무시하듯 파괴했고 대부분의 단계는 자동화했습니다.
이 정도 제품을 누구나 가입해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처음 메모장에 서비스 운영 구조를 상상해 끄적거리던 것을 추억해보면 믿어지지가 않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당장은 SNS 그리고 인플루언서 시장이 작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다시 한번 인생을 걸만큼의 도전이 필요한 사업인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점 SNS를 포함한 디지털 메타버스의 힘이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묵묵히 준비를 하다보면 기회를 잡을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솔직히 그 날까지 생존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기관에서 다시 한번 저를 믿어주시고 투자 해줄지 모르겠고, 또 자체 매출만으로 당장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팀원들이 미어캣 캐릭터로 인형을 만들어 장사까지 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한 팀이 됐고, 계속해서 작은 성공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울 때 기회를 주신 창업 선배님들께 그동안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소홀하고 서운하게도 했습니다.
메일을 쓰기도 하고, 카카오톡을 보내려고 내용을 적다가도 죄송한 마음에 연락드리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나중에 잘돼서 어떻게든 보답할 것이라고 되뇌이고 있습니다.
저를 나쁘게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심으로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할거고 아마 훗날 시간이 지나 그 진심을 인정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어렸던 한 창업가가 있는데 훗날 성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 제대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어웨이크코퍼레이션 김민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