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경영 회고

입술로 만들어낸 포장지가 위험한 이유

당신이 실체하지 않은 성공을 포장지 삼아 브랜딩부터 앞세우는 도전을 하거나, 과거의 실패를 아름답게 마무리한 과정 또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큰 성공으로 포장지를 두터히 쌓기 시작했다면 -

결국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을테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성과를 이미 이룬 것처럼 말하고, 주변에서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온 이들의 능력과 시간을 가볍게 무시한 채 “내가 하면 더 잘한다”고 말하는 순간,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존경이 아니라 의구심이 먼저 쌓인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토록 오만한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의 도전이 시작되면, 응원보다는 이런 질문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는 정말로 증명해냈는가?


성과를 숫자로 과장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 숫자가 얼마나 어려운 결과인지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기에,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숫자를 내뱉는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하나씩 질문의 형태로 포장지를 벗겨보면 논리는 쉽게 무너진다. 다만 더 이상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최소한의 배려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서 대화를 멈춘다. 이해한 것이 아니라, 포기한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다음 도전 이야기는 더 이상 경청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내일 다른 곳에서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온다면, 그의 도전의 방향과 언어는 또다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나를 피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포장지가 포장지인지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나는 끝내 그것을 벗겨내려 할 테니까.


성과를 내는 일은 분명 어렵다. 반면, 말로 성과처럼 포장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리고 그 말에 설득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언어는 점점 더 과감해진다. 하지만 정작 곁에서 함께 증명해낸 동료 없이,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려 들면, 말로 쌓아 올린 호언장담이 얼마나 취약한지 곧 마주하게 된다. 결국에는 조용히, 과거에 스스로 깎아내렸던 그 동료들을 다시 레버리지하게 되는 모습이 어쩐지 씁쓸하다.


막상 도전해보니, 이미 앞서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던 이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도전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그는 조용히 사람들을 피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또 하나의 동료이자 친구를 잃는다. 슬프지만, 이 업계에서 이미 여러 번 보아온 장면이기도 하다. 브레이크를 걸고, 정도를 걷자고 몇 번이고 이야기해보지만,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입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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