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택을 위한 준비
최근 중학교 3학년인 조카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고등학교 입시준비를 한참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벌써 목표 대학과 전공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아 원서 지원을 고민하고 있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게 정말 맞는 정책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 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서 조카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너무 이른 나이에 갈림길에 서게 된 조카가 안쓰러우면서도 삼촌으로서, 어른으로서 어린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카는 건축학과와 경영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건축학과 멋있는거 같아"라는 말과 함께 공학과 예술이 결합된 학문이라는 그럴싸한 이미지를 품고 있더군요. 같은 맥락에서 "경영학과를 가면 나중에 뭘 하던지 잘하게 될 것 같은데? 나 경영 좀 잘할 듯?"이라고도 하고요.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보통의 16살 아이의 생각은 이 정도 수준이지 않을까 싶은데 벌써부터 진로를 결정하라는게 맞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고민할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지요.
처음에는 건축학과 부동산학을 전공한 입장으로서 건축을 전공했을 때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설명해주려 했습니다. 졸업 후 직업 결정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커리어 패스를 선택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간략하게 정리하다 보니 '근데 지금 중학교 3학년 아이에게 이런게 와닿기는 할까? 이해는 될까?' 싶더라고요. 건축학을 전공하면 어디에 취직할 수 있고 그럼 네 연봉은 얼마에서 얼마고 이후에 어떤 걸 하면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고…… 주절주절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최소 10년 뒤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그때 가서도 적용 가능한 조언인지도 모르고요. 아무한테나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내 자식, 내 조카에게 들려줄 이야기인데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여태껏 살면서 느낀 점,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지혜는 단순히 대학을 어디로 가고, 전공을 무엇으로 하느냐가 아니라 한 사회에서, 한 공동체에서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며 본인의 삶에서 우선시하는 가치관 내지 철학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과 과정을 탄탄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답은 없고 내가 아닌 남이 답을 찾아줄 수도 없거니와 나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답을 찾는 시간과 환경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주는게 최선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생각을 바탕으로 조카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어떤 선택을 하던 네가 하는 선택은 옳다. 그리고 그 선택을 했으면 한동안은 최선을 다해라. 그런 후에 네가 생각했던 결과에 못 미치거나 선택에 대한 의심 또는 후회가 들 때 좌절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라. 이 길이 아닌가벼 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라. 그럴 수 있는 네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였습니다.
"삼촌이 살아보니 그 힘은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에서 나오더라. 어릴 때부터 체력을 기르고 운동에 관심을 가져라. 친구를 많이 사귀고 사람을 많이 만나라. 이성친구를 사귀고 가능하면 연애도 해봐라. 그게 어려우면 혼자서라도 밖에 자주 나가라. 아무것도 안해도 되니 집밖으로 나가서, 학교 밖으로 나가서 무엇이던 해라. 길을 걷던,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던, 운동장에 가서 뜀박질을 하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던, 교회나 절에 가서 기도를 하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무엇이던 해라. 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만 하지 말고, 게임만 하지 말고, 핸드폰만 쳐다보지 말고 일단 밖으로 나가라. 그게 네 힘이 된다."
그렇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긴 했습니다만 각자의 갈림길에 섰을 때 무엇이 정답이고 어느 길이 올바른 길인지, 더 나은 길인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갈림길에서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 돌아가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하는데 어린 학생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갈림길에 선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한가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을 수도 있고,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판단이 되었을 때 "이 길이 아닌가벼" 하고 태연하게 돌아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최선임은 확실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계속해서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르려 애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