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점에서 본 홈플러스 사태

대형마트는 꼭 필요한가

by 김민중

홈플러스 사태로 정치권에서도 잡음이 들려오고 쿠팡 사태로 온라인 유통,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질타가 더 커진 가운데 부동산적 관점에서 본 홈플러스 사태와 몇 가지 잡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① MBK는 무엇을 잘못하였는가?


MBK는 몇 해 전부터 MBK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을 대상으로 부실점포 개선계획을 수립하여 매장 리뉴얼이나 폐점(매각)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노조 임원들이 아사단식으로 20일 넘게 강행하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홈플러스 공공인수를 이야기했다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만 애당초 MBK가 근로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폐점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MBK는 점포 폐점(매각)을 진행할 때 기존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고용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협상했으며 제가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제가 홈플러스 지점을 매입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MBK의 홈플러스 지점을 매입하는 카운터 파트너사의 담당자였고, MBK가 처음부터 최우선으로 내건 조건은 지점 매입 후 재개발 시 지하층이나 지상 1층에 현재보다 규모를 줄여도 상관없으니 홈플러스 매장을 재오픈하는 조건부로 매입하여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MBK가 직원들을 포함한 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을 사지로 몰아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MBK 문제는 홈플러스 자체의 영업을 소홀히 하고,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대주단 및 지주들과 계약을 어기고 일방적인 기업회생 절차를 강행하여 단순히 근로자와 협력업체, 그에 연관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한 것뿐만 아니라 거대한 유통 기업이자 사모펀드의 관리자로서 법적, 사회적 약속과 책임을 다하지 않아 유통산업 자체의 신뢰와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를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② MBK만의 문제인가?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인가?


제가 홈플러스 매입을 논의할 당시에 MBK는 홈플러스 운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투트랙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는 전략을 추진했고 이미 매각대상과 보유대상을 구분하여 계획은 다 나와있는 상태였습니다. 매각 대상에 대한 목표 매각가와 재오픈 조건, 고용승계, 임대매장의 계약 타절 등에 대한 기본검토를 이미 마친 상태였으며 해당조건을 수용하는 선상에서 매각 협상이 진행되었었습니다.


점포 폐점(매각) 전략은 홈플러스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도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부실점포를 정리해 왔습니다. 10여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고 저는 마트 3사 모두를 대상으로 점포를 매각/매입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마트 3사는 모두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 back)을 기본 구조로 마트가 가진 부동산을 고가에 매각(세일즈)합니다. 이 돈으로 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대신 재임차(Lease back)하여 매수자(지주)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고 영업을 지속하지요. 그러다 영업이 잘 안돼서 임대료를 낼 형편이 안되면 부실점포로 분류되어 점포를 리뉴얼을 하거나 지주와 임대차 조건을 변경하는 협상을 진행하다가 이도 저도 안되면 폐점을 추진합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유통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의 매출 감소폭이 심해지는 건 모두들 알고 계실겁니다. 이건 홈플러스 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의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고 산업자체의 막을 수 없는 패러다임 변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홈플러스가 이렇게 된게 단순히 MBK가 유통기업이 아니고 사모펀드라서, 경영을 해태해서, 수익만 쫓아서, 노동자와 협력업체 사정은 고려하지 않아서 일까요? (MBK가 잘못한 부분은 명확하기 때문에 그들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아닙니다만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M&A가 과연 최선의 해결책일까요?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근본적인 온/오프라인 유통의 공생 혹은 공존 방안, 유통기업의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지 농협한테 떠가라는 식으로 폭탄 돌리기 하라고 보채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BK가 왜 그렇게까지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할 환경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이익 분배는 없었는지,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법은 없는지, 마트 근로자의 근로 유연화와 자기 계발을 지원할 제도는 없는지 등등 정치권에서 할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만 봐도 한 가득인데 말이지요. 그 안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더라도 M&A를 독려할 게 아니라 경영정상화를 우선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BK는 그만한 힘(자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③ 부동산적 관점에서의 제안


MBK의 잘못을 떠나 근본적인 오프라인 유통의 문제가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발현된 거라면 정치권의 해법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지 모두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트 3사의 점포 상당수는 이미 알짜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임차형태로 전환한 지 오래이고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쿠팡 사태처럼 온라인 유통도 나름의 문제가 많습니다. 거대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필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산업군 전체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유통이 독식한다면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겠지요.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유통을 명맥 유지하는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래시장의 소비활성화를 위해 세금혜택을 주고,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근시안적 해소방안일 뿐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 확보와 산업 육성의 측면에서는 대안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마트가 존속해야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면 현실적으로 홈플러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부동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안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홈플러스가 이미 많은 점포들의 부동산을 매각했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홈플러스가 매각한 땅도 포함해서입니다.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후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떼를 쓰고 안되면 폐점할거야라고 반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동산 소유자들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멸실 후 개발을 위해 매입한 시행사와 펀드들도 인허가와 착공준비로 PF대출 조달 전까지 2~3년간 대출이자를 갚을 재원이 필요한데 MBK가 나몰라라는 식으로 나오니 오히려 시행사와 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되는 상황이죠.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집주인이 본인이 반전세로 들어오겠다고 약속하고 매수자와 갭으로 매매계약을 했는데 6개월이 지나자 내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는데 이번 달부터 월세를 못 내게 생겼다며 월세를 반으로 깎아주던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상황인 겁니다. 매수인은 이미 풀대출에 받은 보증금은 다른 곳에 투자하고 없는 상황인데 이도저도 못하고 있고, 이 소식을 들은 매수인의 대출은행은 부채상환비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매수인에게 대출원금을 일시 상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한테 M&A 하라고 압박한다고, 국민세금으로 공공인수 하겠다고 하는게 납득이 되나요? 차라리 해당 부동산을 매입 후 개발할 때 사업성을 올려주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공공이익을 환수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일부 보전받고 그 돈으로 근로자와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은 어떨까 하고요.


잘 아시겠지만 홈플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마트는 부동산 관점에서 보면 A급 입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교통접근성 우수하고, 주거단지 인근에 위치하고, 대지면적 넓고. 개발을 잘만하면 이보다 더 좋은 입지가 없는 양질의 상품이 공급 가능하지요. 가뜩이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다들 난리인데 해당 용도를 주거공급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해주고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 준다던지, HUG에서 보증을 서서 PF Risk를 낮춰준다면 더 많은 사업이익과 양질의 주거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사업이익 전체가 기존 지주나 MBK에 귀속되도록 두어서는 안되겠지요.



④ 무엇이 옳은 것인가


유통산업의 구조와 근로자의 고용문제, 정치, 경제의 문제점들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공리주의적 접근만으로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해 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생활에 너무나도 밀접한 것들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는 문제입니다. 풀기 어려운 숙제라면 모두가 힘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겠지요. 그 안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최선의 답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검토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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