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왜 계속 오르는가?

공급자 측면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요인들

by 김민중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47백만원으로 24평형은 12억, 34평형은 16억에 육박합니다. 왜 이렇게 분양가는 지속해서 올라가는지, 분양가를 낮출 방법은 없는지,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분양가는 조성원가에 사업이익을 더하여 결정되며 사업이익은 사업마다 그 기준이 다르지만 통상 사업이익률(매출 대비 이익, ROS) 10%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지만 원가가 높아질수록 분양가도 높아집니다. 예외적으로 사업주체가 사업이익을 포기하고 손해를 보면서 사업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긴하나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사업진행상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는 분양가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외 모든 민간 개발사업은 사업이익률 확보를 위해 원가가 높아지면 분양가도 높아집니다.


① 조성원가의 3요소는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


부동산의 조성원가는 계정별로 크게 구분하자면 토지비, 공사비, 용역비, 판매비, 제세금, 사업관리비, 금융비로 나눌 수 있으며 비율로 따지면 토지비, 금융비, 공사비가 각각 30%씩 총 90% 수준을 차지하고 나머지 용역비, 판매비, 제세금, 사업관리비가 10%를 차지합니다. 후자는 지역이나 프로젝트의 특성과 관계없이 대동소이하게 나가는 고정비 개념의 지출이므로 나름 표준화할 수 있고 원가를 구성하는 변수들 중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 3가지가 조성원가를 구성하는 핵심 계정이 됩니다.

토지비와 금융비의 비율은 입지와 기준금리 그리고 규모 및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두 비율의 합이 60% 내외를 차지합니다. 과거에는 토지비가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기준금리가 오르고 금융구조도 다양해지며 고도화됨에 따라 금융비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의 추세로는 조성원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금융비이고 이자 비율도 크기는 하지만 금융주관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금융주관사에게 줄 수수료 재원이 부족해서 PF대출 조달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수수료만 많이주면 안된다던 대출도 쉽게 승인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사비는 매년 소폭 상승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러시아 전쟁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이유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적게는 10%, 많게는 20% 넘게 공사비가 상승했고 이후로 한번 오른 공사비는 쉽사리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내려가면 공사비도 내려가야 하건만 사업주체와 시공사가 체결하는 도급계약의 대부분은 Lump-sum 방식(총액계약)으로 한번 체결한 계약상에서 시공사가 공사비를 깎아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게 맞을 듯합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달금액이 커지니 금융비도 덩달아 오릅니다. 단순 이자만 커지는게 아니라 PF대출 조달 난이도가 상승하며 금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PF대출은 통상 토지담보부대출로 LTV 45~60% 구간의 선순위 대출과 사업성을 반영하여 준공 후 가치를 담보로 하는 LTV 70% 구간의 중순위 대출, 시공사 또는 사업주체가 보증을 서는 LTV 70% 이상의 후순위 대출로 구성되며 시공사가 보증을 서게 될 경우 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줄어들지만 그만큼 반대급부로 시공사가 가져가는 영업이익 또는 공사비 마진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앞선 공사비와 금융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업참여자는 시공사가 되고, 시공사가 마진을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분양가가 결정된다 볼 수 있습니다.


② 그 중 제일은 공사비


그렇다면 분양가에서 시공사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정도 될까요? 시공사가 가져가는 마진은 공사대가로 받는 시공 마진, 사업구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업주로 참여했다면 지분율에 따른 사업이익이 있게되고, 추가로 시공 마진 외 도급계약상 금액에서 하도급 비용 및 원자재 가격 등을 제한 추가 마진이 있습니다. (도급계약은 도급원가와 이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통상 이윤은 도급원가의 6%~12%로 구성되어 있으나 실제 시공사의 이윤은 도급계약상 원가항목 안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급원가의 내역이 사실인지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공사는 원가항목에 본인들의 마진을 포함시켜 원가를 부풀립니다. 실제로는 원도급사가 하청을 주고 중간에서 추가로 마진을 취하는 구조이지요.) 이를 모두 합치면 분양가의 10%~20%를 차지합니다.

현업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여러 시공사들과 일할 기회가 있는데 일반화할 수 없지만 경험상 1군 건설사가 공사비 마진이 높은편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1군 건설사가 그룹사이면서 상장사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에 대한 압박이 있기 때문에 높은 금액을 산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공사비 마진이 높다고 해서 시공 퀄리티의 우수성이 보장되거나 좋은 자재만을 사용하는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도급순위 100위권의 지역 중견 건설사가 시공퀄리티나 자재는 더 좋은 현장도 있습니다. 시공사가 높은 마진을 위해 역으로 시공 퀄리티나 자재 퀄리티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지요. 순살자이니 흐르지오니 하는 사례들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들어 보셨을 겁니다.


③ 분양가가 낮아지려면 운이 좋아야


그럼 좋은 입지에서 낮은 분양가에 양질의 부동산이 공급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째, 기준금리가 낮아서 적은 이자와 금융수수료로 PF조달이 되어야 하고
둘째, 분양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되어 사업주체가 최소한의 이익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사결정이 수반돼야 하며
셋째, 시공사가 전략적인 판단으로 시공마진을 줄이고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사업장(예를 들어 그 지역에 상징적으로 최초 공급하는 자산이거나 후속 사업을 위해 시범적으로 공급해야하는 자산일 경우 등)이어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런 물건은 매우 높은 확률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간혹 어쩔 수 없이 사업주체나 시공사가 손해를 보면서 공급하는 자산들이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 중 강남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고급주거로 포지셔닝하여 높은 분양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지만 유동성 경색으로 목표 분양가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시공사와 합의하여 후분양으로 전환하였으나 준공 후 다량의 미분양으로 결국 공매 처분되어 PF 대주단에서 원가 이하로 할인분양을 단행하였습니다. 해당 물건은 1군 시공사가 고급자재를 사용하였고 시공퀄리티도 후분양이었기 때문에 우수했으며 학군, 대중교통, 커뮤니티, 주변시세 등 빠지는 조건이 없는 입지에 위치하였음에도 주변 동일면적 시세보다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되어 할인분양 3개월만에 완판되었습니다. 공매 처분된 자산이었기 때문에 시행사나 시공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PF대주단만 본전치기 한 사업이 되었습니다.

진작에 시공사가 마진을 포기했더라면, 시행사가 분양가를 낮췄더라면 그렇게까지 손실이 크지는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들이 앞으로 벌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해서 회사의 손해를 끼치는 의사결정을 하면 배임이 되어 처벌받을 수 있게 됩니다. 대기업인 시공사들은 더더욱 그러하지요. 배임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느 직장인이 회사에 본인이 보고했던 목표를 "분양가가 높아 분양이 잘 안될까 걱정이 돼서" 뒤집는 보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④ 결국은 공급자도 수요자도 금리가 낮아야 한다


분양가를 낮추는 대안으로 토지비를 통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민간에서는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우니 공공주도로 토지비를 "0"원으로하고 금융비도 HUG 등 공공기관에서 보증을 통해 저리에 조달하여 원가를 낮추겠다는 입장입니다. 비율로 계산하면 대략 원가의 30~40% 가까이는 낮출 수 있겠지요. 다만 제가 이전에 공공주도 공급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쓴 글에서 처럼 관건은 시공사가 사업에 참여할 요인이 있는가입니다. 단순 도급으로만 이윤을 얻어야하니 공사비가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고 정부는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야하니 공사비에 제한을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사비의 적정성 검증과 시공 관리감독이 더 엄격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에 참여할 요인이 부족합니다. 타협점을 찾다보면 분양가가 현실화되던지 민관합동 개발로 전환하여 사업이익의 일부를 시공사에게 보전해주던지 하는 보완책이 필요할 겁니다.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사업주체와 시공사의 이익을 강제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는 방법은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원가에서 금융비를 낮추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대출기간을 줄이거나 이자율을 낮추거나. 대출기간(공사기간)을 줄이려면 시공사가 돌관이던 설계변경이던 비용을 수반하는 수밖에 없고 시공사도 맨입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테니 결국은 금리가 낮아져야 합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이 물건의 분양가가 적정한지, 이 분양가가 높은건 아닌지 판단하실 때 시장의 기준금리를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준금리가 낮을 때(시점은 PF를 조달하는 착공일 기준입니다) 공급되는 자산이 시장 가격 대비 분양가가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사업주체와 시공사의 마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같은 값이라면 시공 퀄리티라도 좋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혹자들이 "부동산은 지금이 제일 싸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 말이 100%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가는 오르고, 원가도 오르고, 금리라도 쌀 때 사는게 가장 싸게 사는 것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분양가는 계속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이것도 시장의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하겠지요. 시공사 탓, 시행사 탓만 해서는 분양가를 잡기 어렵습니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통제하려하면 공급 자체가 안될거예요. 분양가 제어를 위해서는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과 시공사의 사업참여 유도 정책 등 다방면에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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