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회

2025.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에 관한 의견

by 김민중

2025년 10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주거시장 안정화 대책을 두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거고 결과를 보고 역시나 하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정책을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뭉뚱그려서 '문재인 시즌2'이니, '공급 없이는 못 잡는다'느니, '이제 서울에 집 못 산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바라는 바가 정말로 부동산이 안정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건가요? 정말로 공급만 하면 안정화가 되나요? 생각보다 현금부자 많다고 현금부자 노났다고 하면서 정말 집 못 사나요? 다들 너무 쉽게 예단하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거 안정화가 되어 더 좋은 환경의 새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와 "내 집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려야 그 돈으로 보태서 이사 갈 수 있지"라는 양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스스로 주거안정화를 바라는 건지 바라지 않는 건지 헷갈리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 서울에 25년된 20평대 구축을 대출 끼고 매입해서 살고있고 인근의 30평대 구축을 매입해서 이사 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을 매매하면 대출상환하고 수중에 4억 정도가 생깁니다. 금번 정책으로 대출 LTV가 40%로 줄었으니 30평대 매물 호가가 10억이라면 4억까지 대출이 될 거고 합쳐도 2억이 모자랍니다. 그전에는 6억 한도까지 풀대출받고 4억 현금 합치면 딱 맞춰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내 돈 2억이 추가로 필요하게 됐죠. 현금 2억을 갖고 있거나 지금 집이 2억 비싸게 팔려야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 지금 집이 예전에 최고가 찍었던 거만큼만 팔려주면 1억만 어떻게 던 모으면 될 것 같은데. 아 조금만 더 비싸게 안팔리나?' 주거 안정화를 바라는게 아니라 가격 상승을 바라게 되죠. 그러면서 이사가려는 집은 10억을 유지해야 합니다. 호가 10억이 12억이 돼버리면 더 어려워지니 반대로 주거 안정화를 바라게 됩니다.


다시 되짚어보면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는 주거 안정화라기보다 대출(레버리지) 비규제입니다. 이미 매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격이 안정화되는 거보다는 소폭이라도 우상향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죠. 그 큰돈을 들여서 대출이자까지 감당해가며 어렵게 어렵게 샀는데 떨어지면 손해잖아요. 매매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로 충당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속상한겁니다. 가격이 떨어졌으면 좋겠다보다 나도 저 거대한 상승장에 탑승하고 싶다가 클겁니다. 그런 생각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버렸다. 현금부자만 노났다. 대출규제 하지말고 공급이나 해라라고 소리치게 됩니다.


공급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공급이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간에 착공부터 준공까지는 적어도 3년 이상 걸립니다. 아무리 빨라도 2028년 하반기는 되어야 분양주택이던 임대주택이던 공공이던 민간이던 매물이 시장에 공급됩니다. 나는 당장 이사갈 집이 필요한데 공급은 3년 뒤입니다. 실거주의 안정을 바라는데 신규 공급은 3년 뒤입니다. 3년 동안은 실거주 목적의 수요는 바뀌는게 없어요. 공급 내놓으라고 외치는 그 "공급"은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투자목적의 매물"을 달라는 거죠. 공급한다고 주거 안정화가 됩니까? 실거주 목적도 3년 뒤에나 가능한거고, 실상은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제공해라라는 거예요.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담을 수 있는 양질의 투자판을 깔아달라는 거죠. 그게 서울 전체, 수도권 전체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얼마큼 연관이 있을까요?


"주거 안정화"라는 말의 의미를 정의해 봤으면 합니다. "실거주의 안정적인 공급"인지 "원활한 매매활동"인지. 이재명 정부가 생각하는 안정화의 방향성은 전자에 있고 지난 문재인 정권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동산 정책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다들 후자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 합니다. 많은 이들이 양질의 임대주택 많이 공급해서 거주가 불안정한 분들 좋은 환경에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가계부채 늘어나서 힘들다 하는데 감당 못할 대출받지 말라고 하는 것과 내가 이사가기 어려워져서 혹은 내가 투자할 기회를 놓쳐서 아쉬운 마음을 뒤섞어서 비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은 소비재이자 투자재입니다. 주식이나 코인하고 형태와 성격이 다를 뿐이지 기본적인 투자논리는 같아요. 집값 잡았으면 좋겠다를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내일 국내증시 폭락했으면 좋겠다" "삼전 너무 올라가는거 같은데 정부가 나서서 하한가 치게 만들어야 하는거 아니야?" "코스피지수 너무 높은거 같아. 좀 더 떨어져야 하는데"라는 것과 같습니다. 궤변이지요. 부동산은 거주목적이 함께 있는 투자재이다보니 "안정화"는 "소폭의 가격 상승"이 지향점이 돼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 시장의 흐름을 정부가 정책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주식도 마찬가지고 코인도 마찬가지이죠. 왜 부동산만 유독 정부 정책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판적인건지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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