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전문가가 너무 많다.

셀프브랜딩(Self Branding)의 명암

by 김민중

각종 방송이나 SNS, Youtube를 보면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강연 영상이 넘쳐납니다.

자기 계발이라는 주제로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설명하는 내용들인데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꾸짖으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분야도 각양각색에 같은 분야, 같은 업계에서도 전문가라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공의 방법도 비슷한 법이 없이 제각각이지요.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런 방송이나 외부에 알려지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선정되는 거지? 저런 전문가는 어떤 기준으로 전문가라 불리는 걸까?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라야 남들로부터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전문가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답은 당연히 "No"입니다. 저는 실제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INFP의 내향적인 성격에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제가 외부에 알려질 일도, 전문가라고 불릴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럼 도대체 저 넘쳐나는 전문가들처럼 나도 전문가가 되려면 뭘 얼마나 더 잘해야 하는 걸까요?


편협한 개인의 시선으로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직·간접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추해 보자면 자기 계발 시장에서 한때 유행했었던 '셀프브랜딩(Self Branding)'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러합니다.


A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지만 꼬마빌딩을 위주로 관리하는 소형 PM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몇 번의 이직과 자격증 취득을 통해 은행 PB센터에서 투자자문업무를 수행하며 은행 자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였고 이후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에 게스트로 초청되며 이제는 전문가로서 부동산 투자상담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B는 고등학교 졸업 후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리딩방을 운영하고,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속칭 네임드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어 투자자문사를 창업하였고 이후 주식방송, 팟캐스트 등 각종 매체에 주식전문가로 출연하였고 이후 유명 기업들의 세미나에 초청되기도 하는 등 주식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C는 대기업 건설사 개발팀에 취직 후 2년간 근무하면서 본인이 실무에서 배운 건설업의 기본 개념과 용어, 사례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을 하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부캐'로 작가가 된 셈인데 이후 3년이 지나 현재는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책임운용역으로 재직 중이며 직급은 '부장'이다. 여전히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꽤 젊은 축에 속하는 펀드매니저입니다.


D는 중소기업에서 재직 중인 일반 직장인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생겨 각종 강연과 책을 두루 섭렵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투자할만한 물건들을 스크랩하고 임장을 가는 등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채널을 운영한 지 3년 차에 접어들 무렵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는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 투자 전문가로 불리며 하루에 10개 이상의 강연과 상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근황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례를 들어보면 셀프브랜딩이 이렇게나 중요한 거구나 싶기도 하고, 난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는 자책도 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입장을 바꿔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혹은 강연을 듣는, 그들에게 중요한 의사선택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허위 또는 과장, 기망의 행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한 오지랖일 수도 있고 그들의 실력을 과소 평가한 오만함일 수도 있지요.


나이가 들고 직급도 올라가며 업계에서 나름 오래 지내다 보니 주변의 동료나 선배들이 하나 둘 업역을 확장해 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가장 흔한 예로 출간을 통해 전문가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경우인데 현재까지 경험한 사례들은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당연히 훌륭하지만 책 한 권 낸다고 해서 전문가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서 진정한 전문가란 어디 있을까?라는 염세적인 시선은 어쩔 수 없는 내 자신의 본질인 듯합니다. 일전에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세상에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 자신을 포함해 몇 명 없고 다들 내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뿐이다."


요즘 얘기하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 중 나왔던 표현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심히 공감되어 그 표현을 기억하고 있었지요. SNS와 자기 PR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셀프브랜딩이 대세라고 하지만 전문가로 브랜딩 되기 위해서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시장에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들,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공통점은 실적 혹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이런 내 주관적 견해는 순전히 직접 경험에 기반해서 나온 것으로, 말만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실행해 봤고 경험해 봤고 검증해 본 사람은 상대방이 거짓이구나, 거품이구나, 빈수레이구나 하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래서 셀프브랜딩이니 대외활동이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실력을 키워라라는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고 받아들인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조금 순화해서 생각해 보자면 본인의 외적 이미지나 커리어의 타이틀보다는 프로젝트의 성공 혹은 업무 수행 간 경험한 노하우의 축적이 본질로서 더 중요하니 그에 집중하되 스스로 어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건 당연하거니와 그게 요즘 시대의 흐름이니 적절히 자기 PR 하는 게 이롭다는 이야기입니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건 다양하고 화려한 트랙레코드가 아닙니다. 한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했어도 얼마나 심도 있게 임했고 어떠한 역할로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그 경험과 노하우가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꼰대스러운 생각은 순전히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는 이 생각을 업계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실력은 포장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 非전문가 1인 曰

작가의 이전글갈림길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