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언
최근 정부는 부동산 안정화의 방법론으로 공공주도 개발을 내세우고 나섰습니다. 택지를 분양하고 민간이 개발하여 공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개발의 주체가 되어 조성원가를 낮추고 낮은 분양가로 고품질의 주거를 다량으로 공급하여 주택가격 상승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취지와 컨셉은 일견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좋은 방향이라 생각되나 실제 실행 가능성 및 예상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 공급자 측에서 다년간 개발사업을 진행해 본 입장으로서 왜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지 서술해 보겠습니다.
첫째, 다량의 공급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단순 수량이 아닌 공급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어떤 입지에 어떤 가격으로 어떤 퀄리티의 어떤 성격의 공급이냐에 따라 효과가 좋을 수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현재 LH를 통해 택지를 조성하여 임대주택의 비율이 높은 주거단지를 단기간 내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은 기본전제가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서울 안에 택지조성이 가능한 공간자체가 없습니다. 적어도 경기도가 될 것이고 기존 신도시에서 좀 더 외곽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설령 서울 안에 재정비구역 또는 유휴부지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내세우는 대규모 공급은 불가능한 대지면적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요즘 대놓고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민간주도로 한강변에 대규모 주거를 공급하겠다고 하지요. 이것 또한 회의적입니다. 단순히 용적률 상향해 주고 인허가 기간 단축해 준다고 정비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닙니다. 정비사업의 핵심은 기존 조합원의 분담금과 이권 정리인데 용적률 좀 올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대로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이라는 게 특별히 다를 것도 없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용적률 낮고 인허가가 까다로워서 사업을 못했을까요? 그렇다고 공공이 주도하면 더 잘될까요?(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입지들의 주택공급은 기본적으로 실수요자가 소화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닐 겁니다.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지요. 애초부터 가격 안정화와는 거리가 있는 접근입니다.)
둘째, 공공주도의 개발사업이란 개념적인 것이고 실제는 민간이 실행하게 됩니다. 정부와 LH에는 개발사업을 담당할 조직도, 인력도, 노하우도 부재합니다. 지금부터 조직구성을 하더라도 그 조직이 시행을 하려면 자금조달, 시공, 분양, 사업관리 등 모두 민간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발과 관련된 모든 주체가 공공일 수는 없지요. 아마 정부가 공공주도라는 표현을 썼을 때 생각은 지방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와 컨소시엄으로 출자방식을 통해 개발사업을 진행했던 그간의 이력들을 떠올렸을 겁니다. 대장동, 마곡, 의왕, 백현 등등 공공과 민간합자로 개발사업이 진행된, 진행 중인 다수의 건들 이 있습니다. 모두 민간주도 개발보다 사업기간이나 사업관리, 가격측면에서 나은 점이 없습니다. 제약조건이 더 많고 사업이익도 낮아 민간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지요. 고속도로 건설이나 지하철 공사에서 건축비를 제한함으로 인해 시공사 입찰이 한 군데도 없어 착공을 못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는 시절입니다. 민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결국 낮은 조성원가와 분양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겁니다.
셋째, 위의 난관을 뚫고 공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과연 주택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가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수가 모자라서 주택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투자와 거주라는 주택(부동산)의 2가지 성격이 혼합되어 예금이나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과는 다른 독특한 투자재로서 가정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국내 투자시장의 큰 틀로 작용하게 된 근본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수도권 위주의 주택가격 상승과 주거난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며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도 보입니다. 주택가격이 하향하게 되면 시장의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공통의 필수 자산으로서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은 경색되고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도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방어선이 굳건히 형성되어 있고 국가차원에서도 부동산 경기하락은 주식시장에도 환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 사실은 가격하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봐야지요. 가격안정화라는 게 "안정적인 우상향" 혹은 "완만한 상승곡선"이지 "가격의 우하향" 혹은 "가격유지나 보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즉, 정부에서 주장하는 공공주도 대규모 공급은 가격방어의 측면보다는 실거주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좀 더 의미가 있는 것이고 실제로 계획상에도 임대주택비율이 높게 짜여있지요. (임대주택 공급과 시장가격과는 상관관계가 없거나 있더라도 민감도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투자수요를 억제할 수 없으면 거주수요라도 소화해서 상승곡선을 완만하게 해 보자 정도의 대안이라고 봅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기대와 우려가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제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바는 부동산 가격은 절대 정책 위주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렇다고 수요와 공급 곡선으로 결정되지도 않는다는 것, 그리고 주택가격이 하향하는 게 공동체와 국가 경제에 꼭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는 양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집값이 안정화됐으면 좋겠다. 내 집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