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웰리가마보다 난이도가 있는 피셔맨이라는 곳을 가려고 했다. 내 실력으로 혼자는 무리라 가려면 강사를 붙여야 하는데 마침 애플이 시간이 된다고 해 같이 갔다. 그런데 파도가 작아서 다시 웰리가마로 향했다. 그래도 서핑 잘하는 친구가 있으니 좋구만.
처음에는 애플이랑 같이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데 얘가 추워서 벌벌 떨었다. 쌀쌀한 편이긴 했지만 바들바들 떨 정도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현지인 입장에서는 추웠나보다. 같이 지내는 한국 분들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걸 여러 번 보면서 7시부터 10시 40분까지 계속 바다에 있었다. 해변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더 지칠 것 같아 타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지나있었다.
서핑 하면서 재밌는 일이 하나 생겼다. 강습을 해주던 스리랑카인이 나랑 몇 번 인사를 하더니 한국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다짜고짜 나랑 결혼하지 않겠냐는 소리를 했다. 앞에 있는 서핑샵을 가리키며 저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I like you’란다. 한국 여자에 미쳐있는 게 틀림없다.
실컷 타고 나와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원반 던지기를 하던 중에 원반이 내 쪽으로 굴러왔다. 가져다주려는데 너도 같이 하겠냐고 물어서 꼈다. 몇 년만에 던져보는 거라 그지같이 던지는데도 같이 놀았던 착한 남자는 ’lovely’라는 감탄사로 리액션을 해줬다.
밥과 가지 커리, 치킨 커리, 망고 커리, 달마카니를 야무지게 먹고 마트에 가서 시원해 보이는 바지와 셔츠를 샀다. 옷 세벌에 한국 돈으로 3만원이 채 안된다. 오후 서핑은 내일을 위해 하루 쉬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휴식을 즐겼다.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낮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