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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r 17. 2022

새벽의 나

명료하고 짧은 낯선 지점 혹은 고향

어제는 힘들었습니다. 그리운 게 많고 혼란스러웠어요.

자다 깨면 별안간 예전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고나면 나머지 시간은 모두 낯설게 바뀝니다. 나는 사실은 이해를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끝내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두렵습니다. 이대로 이제는 그야말로 권태롭게 느껴질까, 그런데도 생이 끝날때면 미련스러울까.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사는 건 매우 좋기 때문에 자꾸만 알고 싶습니다. 내가 누굴 가장 사랑하는지,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는지.

나는 어쩌다보니 걱정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명료한 사실이 하나 둘 흐려지고 흩어지며 두려운 게 많아졌습니다. 늙는 일은 진짜로 일어났어요. 입을 떼기 어렵도록, 자세히 나열하기 싫도록, 현실감을 느끼고 숨쉬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아무 말이나 다 지껄일 수 있으나 그 말만은 못하겠고, 사실 그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시간은 야만스러우나 그 앞에 기꺼이 무릎도 꿇을 수 있겠고, 그러나 그럴 것 없이 되돌릴 수 있는 일이란 없으니까요. 다음 번에 다시, 이런 것도 없으니까요.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무겁게 가라앉은 호흡으로 떠오르는 모든 것을 그리워합니다. 어둠 속 우묵하게 아래로 약간 꺼져있는 자리, 잠든 숨소리가 들려오는 아직 동이 트기엔 먼 지점, 머지않아 잠에 빠져들 거라는 사실이 서러운 위안이 되는 이 자리가 때로는 고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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