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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도라 Oct 05. 2022

구글 스테디아, 게임 오버.

웅장한 시작, 허무한 마무리. 게임 스트리밍에 실패한 구글

"Google is shutting down Stadia."


목요일 아침에 공개된 한 기사를 읽은 후, 나와 팀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컨설팅 펌의 구글 어카운트 팀은 클라이언트와 몇 년째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스테디아는 항상 우리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해왔기에 구글의 서비스 중단 소식은 우리 팀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날 구글은 2023년 1월부터 스테디아의 모든 서비스 중단과 소비자들를 위한 환불 일정을 공지하였고, 발표 직후 우리 회사에게 진행 중인 모든 관련 프로젝트를 즉시 중단시켜달라고 부탁해왔다.


지시를 받은 우리 팀은 곧바로 fire drill에 들어갔다. 예정되었던 프로젝트는 취소됐고, 진행 중인 업무들은 초기화됐으며, 론칭 직전이었던 완성품들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렇게 폭풍 같은 오전이 지나갔다.


몇 개월간 스테디아 팀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스테디아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서비스였다. 플랫폼의 성장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온 한 팀원으로써 스테디아가 한 순간에 무너진 사태가 굉장히 안타깝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웅장한 첫 등장과 함께 게임 산업에 혁신적인 시작을 알렸던 스테디아가 허무한 마무리와 함께 정리될 수밖에 없었던 사태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클라우드 게임 사업, 그리고 구글의 실패


스테디아가 2019년 GDC 구글 세션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순간, 이 신규 서비스는 대중의 온 관심을 사로잡았다. 스트리밍이 가능한 '클라우드 게임', 뛰어난 성능, 그리고 혁신적인 계획과 아이디어들. 마치 미래의 게임 산업을 뒤흔들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퍼트렸다.


하지만 오늘의 스테디아는 전 세계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스테디아의 메인 리더 중 한 명으로 영입됐던 유명 프로듀서 제이드 레이몬드를 포함한 많은 관리자급 초기 멤버들 또한 이미 구글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그렇다면 스테디아는 왜 실패했을까.

스테디아가 처음으로 공개된 날. 다른 콘솔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강조한다 (2019 GDC)

 'Netflix for Gaming'? '게임 스트리밍' 정의의 mismatch.

스테디아는 '모두를 위한 게임 플랫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는 개념을 게임 커뮤니티에게 공개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게임을 스트리밍 하는 방식으로, 따로 하드웨어를 구매하지 않아도 게임을 실행하는 게 가능했다. 인터넷 연결만 존재한다면, 이용자의 조작 신호를 인풋으로 접수한 후 게임 화면을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따라서 다운로드하지도 않은 게임을 아무 기기에서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였다.


하지만 스테디아의 '게임 스트리밍'은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게임 스트리밍'과 차이가 있었다. 우선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 구독 멤버십 비용이 있다는 점은 동일했지만, 유료 멤버십과 함께 제공되는 기본 게임은 손에 꼽히는 개수였다. 원하는 게임이 있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 구입해야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였던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멤버십 비용만 내면 아무 콘텐츠나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과는 거리가 멀었던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스트리밍 정의의 mismatch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구글은 소비자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우선 지메일 어카운트만 있으면 스테디아 무료 멤버십에 자동으로 가입되게 설정했다. 주로 구독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프로 계정 또한 2개월간의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그러나 구글이 스테디아 마케팅 전략에 투자한 만큼의 아웃풋은 기대 이하였다. 이용자 수는 계속해서 늘지 않았고, 매출 또한 떨어지며, 게임 커뮤니티에서의 스테디아에 대한 언급은 점점 사라져만 갔다.


유일한 매력 포인트, 인하우스 게임 개발 스튜디오

2019년의 구글은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게임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스테디아에 투입시킬 사업 계획을 피칭했다. 당시 스테디아의 가장 큰 매력은 구글의 인하우스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Stadia Games & Entertainment(SG&E)의 론칭이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형식처럼, 스테디아도 오직 구글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들의 오리지널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거액의 투자인 인풋에 비해 게임 매출인 아웃풋은 턱없이 부족했다. 구글은 2년 만에 인하우스 스튜디오 SG&E를 폐쇄시켰고, 그렇게 스테디아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인 오리지널 게임마저 없어졌다. 그 후로, 스테디아가 제공하는 제품은 굳이 구글을 통해 구입할 이유가 없는 대중적인 게임뿐만 남아있었다.

LA에 위치한 SG&E 스튜디오

무매력 콘텐츠... 충족시키지 못한 게임의 목표, '재미'.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구글 스태디아를 컨설팅하면서 그들의 게임들과 친숙해질 수 있었다. 규정상 경영 쪽의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스태디아의 게임 라인업은 빈약했고 콘텐츠는 매력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유일한 목표인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게임의 중요 요소인 '새로운 콘셉트'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다소 지루했던 스테디아 게임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고, 기존 게임 기업들을 위협할 만한 차별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몇몇의 인기 게임들은 스테디아가 직접 개발한 오리지널 게임이 아니었으며, 경쟁사들의 플랫폼에서 즐기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소비자들은 굳이 구글 플랫폼을 택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스테디아의 게임은 품질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했다. 처음에 구글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는 높은 기준과 함께 스테디아를 소개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거치며, 주로 하드웨어에서 처리되는 그래픽의 퀄리티가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미세한 딜레이 또한 화면 화질이 뭉개지거나 모션이 끊기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버그들이 리포트되며, 스트리밍 게임의 한계를 현실로 마주치게 되었다.



테크 기업의 대규모 예산 삭감


약 한 달 전 구글 CEO 순다는 구글이 20% 더 효율적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과 목표를 선언했다. 이는 곧 다가올 예산 삭감과 정리해고에 대한 암시를 하는 듯했다. 곧이어 구글이 내부 R&D 프로젝트 중 절반을 폐기한다는 기사가 뜨면서(9월 14일, TechCrunch) 대규모 예산 삭감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며칠 전, 메타의 마크 주커버그 또한 고용을 중단시키고 예산 삭감과 내부 리스트럭처링을 진행시키겠다는 발표를 하며,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2022 연말 대규모 예산 삭감의 시대'를 만들어나갈 듯하다.


미국 테크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줄어드는 온라인 광고 시장이다. 온라인 광고 매출이 수익 모델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메타, 구글, 애플 등의 기업에게 온라인 광고시장의 타격감은 치명적이었다. 그 외에도 트위터, 스냅, 구글, 애플, 스포티파이 또한 온라인 광고 산업과 의존적인 관계를 형상하고 있으며, 광고 매출이 줄어든 상황은 아직까지 회복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포함한 최근 미국 경제 상황도 있다. 유지되던 수요에 비한 부족한 공급은 인플레이션을 앞당겨왔다. 급증하는 물가를 실감하며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했고, '무지출'이나 '짠테크'와 같은 신규 소비패턴에 의해 기업들의 매출 또한 줄어들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광고를 줄이고 정리해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기업 매출, 사람들의 소비 패턴, 그리고 미국 경제 상황은 서로 연결돼있으며, 모든 stakeholder들이 씀씀이를 줄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악화되는 무한 루프가 형성된다.



Next Steps


2019년 구글이 스테디아를 소개하면서 클라우드 게임 산업의 시작을 알린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의  등이 클라우드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테디아와 동의하게 월 구독 멤버십 비용을 받으며 게임을 스트리밍 하는 두 기업의 Gamepass와 GeForce Now는 지금까지 꾸준히 개발을 이어오고 있기에, 이들이 앞으로 클라우드 게임 개발에 기여할 부분은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PC 게임, 플레이스테이션, Xbox, 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게임을 포함한 하드웨어를 이용한 게임들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시장성 또는 수익성의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그들이 투자해왔던 서비스를 과감히 포기한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The Google CemeteryGoogle Graveyard라는 흥미로운 사이트들을 발견했다. 이는 구글이 2002년부터 종료한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젝트가 종료 이유와 함께 나열되어있다. 대표적으로 Google+ 와 Google Glass의 실패는 기업의 실패학을 공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례들로,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스테디아를 중단시킨 결정은 구글의 부족한 책임감을 탓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과감한 결정이 기업의 경제적인 성공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현제 캐시 보유를 많이 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히기에, 오랜 기간동안 ROI가 높지 않았던 서비스는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조심스레 주장해본다. 


비록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사업은 실패했지만, 이 경험의 과정을 통해 얻은 기술들과 인사이트는 구글의 YouTube, Google Play, 또는 AR 프로젝트에 기여해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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