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시카고의 행복한 뮤지션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음악가들이 연주하며 ‘이보단 더 행복할 수 없겠다!’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마주할 때다. 이 글은 내가 지난 한 달간 미국에서 만난, 그런 행복한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의 음악인
뉴욕의 Washington Square Park는 ‘아메리카’라는 나라 그 자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 성별, 외모, 성격, 직업 등의 모든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이 공원을 거쳐간다.
그 한가운데, 다섯 명의 어린 소년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모인다. 궁금하다. 버클리 음대 학생들일까. 아니면 영화 August Rush 속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도시를 떠돌며 연주를 하는 아이들일까. 그 궁금증을 풀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
그들의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보 없이 이어진 완전한 즉흥 연주였다. 게다가 traditional 재즈가 아닌, contemporary 재즈였기에 박자도, 음도, 그 어느 틀에도 얽매이는 순간은 없었다.
드럼을 치는 아이는 마치 신들린 듯 얼굴을 찌푸리며 손이 이끄는 대로 드럼을 두드렸고, 트럼펫을 부는 작은 소년은 허리가 휘어질 듯한 자세로 열정적으로 소리를 냈다. 색소폰을 부는 아이는 멋스러운 옷차림에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자기감정을 음미하며 연주했고, 베이스를 치는 아이는 한순간도 입꼬리를 내리지 않은 채,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을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솔로 연주를 펼치면서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갔다. 박자를 맞춰야 할 순간에는 미소를 머 금채 눈을 마주했고,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오직 눈빛만으로 소통을 하며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언어는 음악이었고, 그들의 표정에서 느껴진 감정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의 극치였다.
시카고의 음악인
시카고는 재즈의 도시다. 재즈의 원조 도시인 뉴올리언스에서 많은 재즈맨들이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시카고에 정착했고, 흑인의 음악으로 여겨지던 재즈는 시카고에서 백인 청년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로 퍼져 나갔다.
그래서일까, 시카고의 재즈 공연들은 퀄리티가 남다르다. 3월 어느 날 나는 Bruce Henry라는 꽤나 알려진 재즈 보컬리스트의 공연에 찾아갔다. 그는 노련한 프로답게 무대를 잘 이끌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와 함께 한 밴드였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기타를 연주한 분의 표정에서 음악에 흠뻑 빠져든 사람한테서 보일 수 있는 순수한 몰입감이 느껴졌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표정 하나로 음악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5명의 밴드 멤버들은 서로 번갈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갔다. 눈썹을 올렸다 내리며 박자를 맞추고, 눈빛을 통해 다음 코드가 무엇일지 알려줬다. 그 모든 순간, 그들은 끊임없이 웃고 있었다.
도파민이 인간의 뇌에서 뿜어 나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마치 그 도파민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뿜어 나오는 에너지는 중독성이 있어서, 듣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파된다.
연주를 하며 행복해하는 음악인들을 볼 때마다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이 보다 더 자극적인 도파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