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경계선지능 학생의 성장-1

by 모닥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주관하는 수기 공모전이 있었다.

주제는 나의 대학생활 적응에 대한 경험이었다.


나는 매주 상담실을 방문하던 내담자에게 이 공모전에 참여해 볼 것을 권했다.

경계선 지능이 의심되는 학생이었다.

늘 부족하다 느끼고 잘하고 싶은 학생이어서, 1년 동안 상담실에서 성장을 스스로 느껴보길 바랐다.


며칠 뒤, 고맙게도 내담자는 공모전에 응모할 글을 써왔다.

A4용지에 삐뚤빼뚤 자필로 적어 내려 간 7줄.

내담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동시에 공모전 형식에 맞추어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이 필요했다.

자세한 내용은 어디에 있는지,

공모전 양식은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어디에 글이 있는지,

조금 자세하게 알려주며 깨달았다.

내담자는 학교 홈페이지에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현수막에 걸린 홍보글만을 보고 쓴 내담자에겐 자필로 써내려 간 글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놓친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지사항을 확인하세요"라는 말은 학교에 다니며 수십 번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정도는 당연히 알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의 학생들처럼 차근차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는 어지러움 투성이었을 것이다.

'대체 어디를 얘기하는 걸까'

'홈페이지는 뭐고 공지사항은 뭐야'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씩, 천천히,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그것쯤은 다 알고 있다고 여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학생의 수준에만 맞추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배우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번 반복해 주면 된다.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된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금 느릴 뿐이다.


천천히 세상을 배우고 있는 나의 내담자가 참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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