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부채의식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왠지 이 계절이 되면, 상담실에 자주 오던 몇몇 내담자가 떠오른다.
내가 속했던 조직에서는 어느 날,
상담 센터의 무늬만 남고, 상담사의 자리가 사라졌다.
그런 상황과 함께 상담이 맡아야 할 역할도 사라졌다.
정작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에 화가 났다.
이후에도 여전히 필요한 이들에 대한 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안타깝고, 답답했다.
그곳을 떠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끔 그들이 생각난다.
충분히 마무리하지 못한 채 남겨둔 이들.
조금만 더 함께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약속한 그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상담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세워 가던 길과 약속들,
그리고 함께 쌓아 온 노력이 한순간에 무색해진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그 길을 함께하지 못한 데서 오는 미안함,
충분히 마무리하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
그리고 일종의 부채의식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믿는다.
상담의 순간마다 나누었던 그 진심이
오늘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기를.
이제는 그저 바랄 뿐이다.
그들이 여전히 잘 버티며 살아가고 있기를.
그리고 좀 더 편안해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