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경계선지능 학생의 성장-2

by 모닥

수기 공모전 수상자 발표가 나는 날이었다.

내담자는 수시로 상담센터를 찾아와 공모전 발표가 언제 나는지 여러 번 물었다.

"공모전 발표가 언제날까요? 저 꼭 상 타고 싶어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던 나는, 그저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공모전 발표가 났다.

내담자는 결과를 들으러 상담실을 왔지만,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지사항을 확인해 보자고 했다.

연습과 함께, 직접 확인하며 느끼는 감정 또한 중요하니까.


30분쯤 지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찾아온 내담자.

얼굴로 흐리는 눈물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속상해요."

그러다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말한다.

"앞으로 또 계속 내보려고요. 안(내용)에 보니까 어떻게 쓰면 되는지(심사기준) 적혀있어서,

내년에도 또 내볼 거예요."


그 말이 참 대견했다.


이번 경험은 내담자에게 단순히 결과만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글을 쓰기로 선택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고,

형식에 맞춰 써보고, 그것을 제출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바로 내담자의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천천히 내담자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한 좌절도 경험해 보는 것.

또 그러한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사이, 내담자는 그 좌절에 대해 마냥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을 배워간다.


무작정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안된다고 눈물을 흘리던 내담자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오늘도 천천히 내담자는 조금씩 세상을 배우고 있다.

너무나도 기특해서 써내려 가는 글.


작년 이맘때였는데,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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