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과정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삶이 일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오늘 무엇을 느꼈는지 보다 무엇을 해냈는지가 우선이 되고,
나 자신보다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시간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어쩌면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상담이라는 일은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천천히, 오래 머물러야 비로소 결과가 드러나는 일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이나 낮은 처우 등 열악한 현실을 마주할 때면
이 열정이 식어버리는 순간도,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꽤나 자주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면 그 과정의 행적에서 느끼는 보람이
상담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변영주 감독의 책 <창작 수업>에서 인용한 고흐의 말처럼
'조그만 끌로 오랫동안 천천히 긁어내야 하는 작업'임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래서 이제는 지칠 때 꺼내 쓸 단단한 에너지를 남겨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에너지를 품고, 천천히, 인내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나를 잃지 않는 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