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 Ep.2 비밀
비밀이 보장되는 상담실
상담실,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전제하에 나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비밀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읽으며 상담실에 울려 퍼지는 수많은 비밀들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비밀을 어쩌면 가장 먼저 듣는 곳이기도 하다.
참 신기하지만, 그 비밀을 듣는 어깨도 굉장히 무겁다.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 중요한 무엇이 숨어있을 때가 많다."
많은 내담자들이 겉으로 보이도록 호소하는 어려움은 표면적인 것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상사와의 갈등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지만,
숨겨져 있던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인정받고 싶어요.'라는 것처럼 말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내가 가진 고민의 이슈일 때도 있지만,
때론 그것이 전부가 아닌 때가 더 많다.
숨겨진 무언가를 알아차릴 때 비로소 해결의 방향이 시작된다.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우리는 작가가 던져준 아주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워 넣는다."
상담과 참 비슷하다.
내담자들이 던져주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탐색에 탐색을 더한다.
나머지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가정하고 해석하며, 이야기들의 조각들을 찾아간다.
상담실에서의 누군가의 살아온 인생, 히스토리는
현재 내담자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과 연관된 내용들을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결국 그 사람이 경험한 일부, 이벤트적인 사건에 대해 듣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갈등이 고조되었다가
등장인물 각각의 생각, 감정 등의 서사를 알게 되면서 갈등이 해소된다.
우리의 인생도 한 작품처럼 어떤 사건의 각각의 서사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건을 경험한 나의 서사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을 괴롭게 하기도 한다.
상담실을 방문한 내담자와 내담자의 비밀을 듣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인생에 시련을 주는 그 사건을
나의 서사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차리고,
나아가 타인의 서사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며,
한 발자국 물러서서 사실과 왜곡된 해석을 구분 짓고 새롭게 재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