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13)
관찰 (13)
킬러는 호텔방에 들어오자마자, 카메라 삼각대를 세팅하고, 망원렌즈가 일체형인 후지 SX1600 카메라를 한옥스테이 방향으로 고정하고 주변 환경을 관찰했다.
망원줌을 늘려 보니 3킬로 멀리 있는 국도길에 차가 고장이 났는지 갓길에 세워져 있었는데 차량의 번호판이 보였다.
킬러는 이번에는 카메라를 한옥스테이로 방향을 돌렸다.
한옥 대청마루 및 방들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마당은 겨울이라 죽은 듯 숨죽이고 있는 잔디가 잘 보였다.
입구는 두 군데가 보였고, 입구마다 나무 간판에 한옥 체험 & 카페라고 쓰여 있었다.
킬러는 직접 타깃이 있다고 하는 한옥스테이를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하얀색 여성 골프 패딩으로 갈아입고, 검은 선글라스와 챙이 큰 모자를 썼다.
“안녕하세요? 여기 아무도 없나요?.”
사람이 보이지 않아 혹시 오늘이 휴일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지만, 곧 간판에 쓰여 있었던 월, 화 휴일이 기억났다.
오늘은 휴일이 아니었다.
“아 네! 어서 오세요. “
사장의 과하게 밝은 톤의 목소리는 푸른빛을 띤 잿빛 흐린 지금의 날씨와 안 어울렸다.
“입구 간판에 카페라고 쓰여 있네요! 혹시 차 한잔 할 수 있나요?”
“네…. 전통차와 커피 그리고 디저트도 있어요”
“한옥이 참 이쁘네요. 저는 예쁜 거 참 좋아해요”
킬러는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예쁜 것을 좋아해서 살인도 꼭 예쁘고, 깔끔하게 해야 한다는 그 나름대로의 철학과 강박이 있었다.
“저희 집은 손님들이 해인사 구경 오셨다가 우연히 많이들 오시는데요… 다들 지나치기 어려운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합니다. 호호호호.”
킬러는 한옥카페 사장의 말에 아무런 대응을 안 하고, 대청마루 쪽을 쳐다보았다.
“저기 대청마루 위 나무 테이블에 앉아도 될까요?”
“네 그럼요. 하하… 메뉴판을 갖다 드릴게요”
카페사장이 가져온 메뉴판을 보고 전통차를 싫어하는 킬러는 메뉴판에 커피가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주문은 커피와 인절미 와플을 시켰다.
킬러는 선글라스 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대문도 없고, 높은 담장도 없었으며, 사랑방이라 불리는 작은 방들이 킬러가 앉아있는 중앙의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있었다.
사실 킬러는 한옥스테이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옥스테이를 찾아온 것인데, 막상 와보니 참 좋았다.
사람 죽이러 온 것만 아니면 여기서 며칠 주인장이랑 수다 떨고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넌방 나무격자 모양의 한지문 안에서 손님이 있는지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정도의 남자아이 웃는 소리였다.
고즈넉한 고택과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소음이 거슬린다고 생각한 순간, 킬러가 앉아있는 대청마루의 옆, 작은 사랑방에서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녀가 나왔다.
23살의 김연지다.
킬러의 눈이 검은 선글라스 안에서 김연지를 응시했다.
킬러의 기억 속 사진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죽일 대상이 여기 있는지는 확인은 했고 서서히 일어나 한옥스테이 사장에게 갔다.
“정말 맛있어요. 커피 맛있고요 인절미 와플도 참 맛있어요.
근데 여기는 숙박도 하시나 봐요?”
“네.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 뜸 한데 봄, 여름, 가을이 성수기라서 예약 안 하시면 방이 없어요.
에어 비앤비에도 등록이 되어있어서, 외국 손님들도 자주 오시고, 지난주에는 스웨덴에서 네 명이 오지 않았겠어요…. 호호.”
“그럼 지금은 숙박 손님은 없나요?”
“아뇨. 여자 손님 한 분 있어요. 저분이요.”
한옥스테이 사장의 손가락이 한옥마당을 산책하는 김연지를 가리켰다.
“혼자 서울에서 내려오셔서 지금 멋지게 힐링 즐기시고 있어요.”
킬러는 게스트는 김연지가 유일한 것을 확인하면서 사장에게 물었다.
“아니 저 방에서 애들 소리가 나던데, 혹시 자녀분이셔요?”
“아뇨, 요새 손님도 좀 뜸해서 서울에서 동생하고 조카하고 조카 친구가 놀러 왔어요.
에구 손님 있을 땐 좀 조용히 하라고 했건만 죄송해요 하하하.”
“아니어요. 그냥 누가 있는 것 같아 여쭤 봤어요.”
“그럼 차 잘 마시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또 오세요. 내년 봄에는 숙박도 한번 해보세요. 색다른 경험 일 거예요.
근데 차는 안 가지고 오셨네요? 어디서 오신 거예요?”
“아… 네… 저 위에 차를 주차하고 좀 걷다가 …. 차 한잔 하려고…”
“어디에 차를 대셨나?… 호텔 주차장?… 담에는 여기로 바로 오세요.
“네… 알겠어요.”
킬러는 자신에게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보는 한옥카페 사장이 거슬리고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에 여기 놀러 올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