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의 과거 3 (보스를 죽여야 하는 이유 2) (21)
김 회장의 과거 3 (보스를 죽여야 하는 이유 2) (21)
대현은 춘식이랑 클럽 가드를 한다는 그 친구 집으로 갔다.
아직 클럽이 오픈할 시간이 아니었지만, 애초부터 집으로 갈 작정이었다.
마침 가드 실장은 집에 있었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아냐?”
“네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몇 년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먼발치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왜 널 찾아왔다고 생각하냐?”
옆에 있던 춘식이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기다란 회칼을 꺼내 들었다.
만약 가드실장이 바른대로 말을 하지 않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춘식이의 칼과 대현의 살벌한 눈빛을 보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오금이 저릴 텐데…
이 친구는 대현의 눈을 바라보며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대현과 춘식은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이 친구의 말에 서로가 잠시 마주 보았다.
“알고 있다고?”
대현은 과연 이 친구가 무엇을 알고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너 이름이 뭐냐?”
“이진성입니다.”
“그래 우리가 올 줄 알았다는데 얘기 들어 보자.”
“두 분 형님 …. 저는 과거에 운동했던 사람입니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씀드리냐면
운동하는 사람들은 페어플레이를 좋아합니다.
반칙 안 하고 뒤통수 안 때리고… 서로 존중하고…”
춘식은 진성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답답했지만 대현은 인내심을 가지고 얘기를 들었다.
“어느 날 클럽 사장이 갈겨쓴 통장 번호를 주면서, 뜬금없이 경리가 돈 출금해서 주면, 그 돈을 이 통장번호로 입금하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제 클럽 가드 책임자인데 이런 하찮은 것을 시키나 싶어서 금액을 봤는데…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며칠 뒤 클럽사장이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저 보고하는 말이 운전수 죽인 놈에게 돈 잘 전달했냐고 하더군요.
저는 처음에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술에 취한 사장한테
“운전수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놈이 뭔 짓을 했길래 죽였습니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이 하는 말이 …
몰라 운전수 그놈 입 막아야 한다고 했어.
이러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아봤습니다.
그 운전수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운전수를 죽여 감방에 있는 놈에게 우리 클럽이 돈을 줘야 했는지….
돈이 건너갔다는 것은 우리 조직에서 운전수를 죽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먼저 트럭 운전수 교통사고로 죽은 피해자 신원 파악부터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형수님이 죽은 운전수가 모든 트럭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형수님 교통사고는 위장이었고, 혹시 모를 입막음을 위해 사고 낸 운전수를 죽인 거였습니다.
형수님은 우리 조직에서 죽인 겁니다.”
대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오로지 진성을 바라보기만 했고 춘식은 진성의 말에 충격을 받아 얼이 나갔다.
대현이 입을 열었다.
“진성아 네가 한 말에 책임질 수 있냐?”
“네 형님.”
진성은 자신이 송금했던 은행 입금확인증을 대현에게 보여줬다.
대현과 춘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성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는 형님이 조직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찾아뵙고 형님께 진실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섣불리 형님께 말씀드리는 것보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말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정적이 흐르고 대현은 말없이 진성을 쳐다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이 순간을 피하기 위한 얄팍한 술을 쓰는 얼굴도 아니었다.
지금 이 놈은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대현의 가슴으로 읽혔다.
“고맙다…
그리고 클럽 사장은 누구한테 지시를 받았는지 알지는 못하고?”
대현은 진성을 쳐다보며 얘기를 했고, 춘식은 슬그머니 회칼을 재킷에 집어넣었다.
“네… 술에 취해 있을 때 물어봤는데… 정확히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건너간 금액으로 보나 비밀스러운 것으로 보아서 꽤 높은 라인에서 지시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성의 얘기를 들은 대현의 심장이 미친 파도처럼 뛰다가 한순간 잔잔한 물결이 되었다.
‘조직에서 어떤 놈이 내 아내를 죽인다 말인가?
나를 죽이려다 실수로 아내가 죽은 것일까?
아내의 교통사고가 의심스러웠지만, 이렇게 조직에서 관여되어 있을 줄 몰랐었다.
꽁치의 조사와 진성의 진술로 이제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직에서 나를 노린 것이다.’
침착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내막을 알아내어 처절하게 응징을 해 주겠다는 다짐이 대현의 미친 심장을 다독여 주었다.
대현이 진성에게 짧게 말을 건넸다.
“나 만난 사실 철저하게 숨기고, 내가 부를 때 같이 할 수 있겠어?”
“형님 뜻대로 하십시오. 저는 뭐 따지고 묻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 알았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래.”
진성의 집을 나오면서 대현은 한 가지 생각이 뇌를 지배했다.
‘어떤 놈일까?’
“춘식아 너는 누가 이 짓을 했을 것 같냐?”
“형 나는 말이야. 잘 모르겠어. 근데 말이야. 누구든지 그놈은 내가 잡아 죽여줄게”
“그래 고맙다. 소주나 한잔 하자.”
대현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술이 필요했기에 가까이 보이는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형.. 지금 이 순간에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뭔데? 얘기해 봐!”
“진성이 그놈 쓸만하지 않아?”
대현은 말 대신에 쓴 미소를 지었다.
진성이가 첫 만남에 맘에 들었다는 표현이었다.
오늘 대현과 춘식이는 진성이가 제대로 안 불면 팔이나 다리 하나 없애더라도 진실을 알려고 했으나, 뜻밖의 새로운 동생이 생겼다.
그것도 듬직한 놈으로….
대현은 오늘 아내를 잃고 동생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