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연지의 죽음이 그것과 일치한다. (25)

by 민정배

연지의 죽음이 그것과 일치한다. (25)



김 회장은 병원 안치실을 나와 옆에 있는 진성에게 담배를 가져오라는 의미로 두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오래전 끊었던 담배 한 개비가 뭔가 석연치 않았던 김 회장을 냉정하게 만들었다.


‘스토커까지 만들어서 경찰은 속였지만, 나는 속이지 못했다.

전문 킬러가 틀림없다.

왜 킬러가 내 딸을 죽였을까?

누구의 지시일까?’


“진성아… 경찰들이 시신을 인도하라고 연락 오면 일단 우리 관리 병원으로 옮기고…

바로 장례 안 한다.

지금은 범인 잡는 게 먼저다. 장례식은 그 후에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자상의 흔적이 예사롭지 않던데…”


진성이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렇지… 네가 보기에도 이게 시골 사는 촌놈의 짓으로 보이냐?”


진성은 대답 대신 김 회장의 눈을 보고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이거…..

아무래도 지난번 탑에서 내려온 오더하고 너무 비슷합니다.


기억나시죠? 스토커의 자살.”

……………..


김 회장은 진성의 말에 하얗게 비어 있는 자신의 머릿속을 누가 망치로 때린 듯 충격을 받았다.


‘이럴 수가.. 슬픔에 묻혀 그 건 생각도 못해 봤다..

그렇다… 같아도 너무 똑같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진성에게 물었다.


“그거 공치수가 했지?”


“네”


대통령 비서 실장이 요청한 살인 청부 건은 직접 회사에서 해결하는 것보다 돈이 들더라도 최고를 써서 흔적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야 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그렇게 해야 뒤 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김 회장은 진성에게 이번 일은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까 의견을 물어봤고 진성은 공치수를 통해 외부제작을 하자고 했다.


왜냐하면 회사의 기본 업무가 아닌 비밀스러운 일은 주로 공치수가 했고, 김 회장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판단이 좋은 그를 신뢰했다.


공치수는 헌책방에 주문을 했다고 보고를 했었고… 해외에서 몇 바퀴 돌린 세탁자금으로 비용도 준비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공치수는 (작업 완료 확인. 잔금 전달) 보고를 했었다.


대통령 비서 실장의 대통령 만들기에 걸림돌인 여자를 전문 킬러를 통해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다.


조재헌 대통령 비서 실장은 자신이 연락하기 전에 먼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었고, 그래서 김 회장도 일처리를 끝냈다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언론보도를 통해서나 아니면 그냥 지들이 알아서 알겠지 했다.


그러던 중에 연지가 죽었다.


그런데…

연지의 죽음이 그것과 일치한다.

………………………………………………

(해주가 발견한 살인 현장)


연지라는 여자가 죽은 이후 한옥스테이 사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태연이 엄마는 무섭다고 서울에 올라가겠다고 결정을 한 것 같았다.

태연이는 더 있다가 가자고 떼를 쓰고는 있지만 태연이 엄마는 짐을 싸고 있었다.


해주는 지금 여기서 보았던 이상한 현상들…그리고 느낌들…

구체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어떤 것을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여기 주변에는 아직 나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죽은 여자에게 보았던 죽음의 검은 연기와 읍내 사거리에서 봤던 기분 나쁜 하얀 연기의 여운이 공존하며 해주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해주는 무작정 한옥스테이를 서둘러 나왔다.

다행히 태연이는 보이지 않았다.


한옥스테이 작은 문을 나오면 오르막 국도길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여자가 죽었다는 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그곳을 중심으로 나쁜 기운이 흘러 자신이 있는 한옥스테이 마당까지 뻗쳐있었다.

해주는 그 호텔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천천히 오르막을 걸어가고 있는데, 태연이가 전화를 했다.


“어디야? 아무리 찾아도 없어.”


해주는 이럴 때가 너무 힘들었다.

여자를 죽인 나쁜 기운을 쫓아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데… 할 말이 없어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자꾸 내일 서울 간다고 하는데… 하루만 더 있자고 했어.

너도 울 엄마가 물어보면 더 있고 싶다고 해!

그리고 너 어디야? 산에 갔어?”


해주는 얼떨결에 ‘응’ 하고 대답했다.


몸이 무거워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태연에게 산에 가보자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태연이는 혼자 가라고 했었다.


“얼른 내려와. 나 심심해..”

“알아서”


태연이와의 통화를 마치면서 해주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호텔 입구에서 멈췄다.


호텔은 보기에는 지은 지 얼마 안 됐는지 깨끗한 외벽을 가지고 있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단단했던 나쁜 기운이 여기를 중심으로 희미하게 퍼져 나갔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구나… 저기.. 저기였구나’


느낌대로 손가락을 대고 호텔 층 수를 세어보니 7층이었다.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왼쪽으로 쭉 이어진 국도길을 쳐다보았다.


호텔을 등 뒤에 두고 앞을 보니 제법 경사가 심한 구불구불 자동차 길이 보였다.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냥 한옥스테이로 내려가려는 그때였다.


검은 형체의 큰 연기가 해주의 몸에 똬리를 틀었다.

그 연기는 이무기가 되려는 뱀 인 양 하늘을 향해 도약하려고 해주의 머리 위 숨구멍에 새로 생긴 뒷 발톱을 박고 소리를 질렀다.


해주만이 느꼈던 그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못이 유리벽을 긁은 듯한 높은 데시벨의 참기 힘든 굉음이었다.


검은 연기 다음엔 하얀 연기가 나타나더니 이제는 괴이한 소리까지….

그냥 소리가 이끄는 데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제법 걸었고, 이제는 소리에 적응해서 별 괴롭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기이한 소리가 멈추더니 해주의 눈에 한 건물이 들어왔다.


귀신이 나올 법한 우중충한 폐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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