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
여행(2)
새로 산 암막 커튼 사이를 빨래집게로 고정을 해도 변함없이 아침 빛은 들어왔다.
신기한 게 작은 틈 사이인데 방안 전체를 환하게 만들었다.
올해 24살 생일을 맞은 김연지는 침대 옆의 작은 원탁테이블 위에 있는 담배를 입에 물고 원하지 않는 눈을 뜨고, 희미한 하루를 시작했다.
집을 떠나 독립을 할 방법은 없을까? 하루하루가 사방이 막혀 있는 유리 벽 너머 또 다른 내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가출을 하려고 해도 두 시간도 안돼 잡혀 올 게 뻔했다. 가출을 못 할 바에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도 아버지는 바로 허락을 안 해 주실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는 그래도 한번 여행얘기를 꺼내기로 했다.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렸다.
저녁 식사 시간 때였다.
“아버지 여행을 가고 싶어요. 혼자서요.”
연지는 어떻게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지금 이 순간 본인이 자랑스러웠다.
“어디?”
‘예상밖이다. 아버지는 틀림없이 내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할 줄 알았는데……’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시면 두 달 정도 국내 여행을 가볼까 해요”
연지는 물 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참 못나 보였다. 20살 성인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여행 허락을 받는데 이렇게 떨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씀도 없으신 아빠 옆에서 새엄마라는 사람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해요 연지도 이제 성인이고, 독립할 나이인데 여행도 다니고 해야 죠.”
갑자기 자기편을 드는 저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행이고 뭐 고 다 가기 싫어졌다.
하지만 그 여자의 도움 덕분인지, 연지의 아버지는 여행 기간 중 하루 두 번 연락하는 조건으로 여행을 허락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언제 출발할 예정이며, 첫 여행지는 어디로 정했냐?”
“내일 아침에 떠날까 하고요. 솔직히 장소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
연지는 아직 여행지를 정하지 않은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어디에 있는지 연락드리겠습니다.”
연지의 아버지는 무표정하고 건조한 얼굴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연지와의 마지막 식사를 계속 이어갔다.
그다음 날 고속터미널에 도착한 연지는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젯밤 늦도록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잠도 못 자고, 여행지를 찾았지만 최종으로 어디로 갈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하지만 일단 집을 나온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그냥 아무 데나 가는 제일 빠른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이것도 힘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는데, 백색 라이트가 비추는 관광 광고판의 경상북도 성주가 연지의 눈에 들어왔다.
성주는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도시지만, 광고판에 있는 해인사는 어렸을 때 학교 수업에서 들어는 봤고, 또 고택에서 즐기는 한옥체험도 마음에 들었다.
일단 결정했다. 첫 여행지는 성주로 하기로.
성주에 도착하기 전 버스 안에서 연지는 성주에 대해 검색을 한 후 해인사의 템플스테이 와 한옥스테이 둘 중에 어디를 고를까 고민했다.
아무래도 첫 여행이니까 템플스테이보다는 한옥스테이가 더 자유로울 거 같았다.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더니, 과하게 밝은 한옥스테이 사장이 평일이라 한가하니 도착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 주겠다고 했다.
첫 여행 치고는 너무나 상큼한 시작이라고 연지는 생각했다.
그 시간 (주)대현의 김대현 회장은 자신의 외동딸인 연지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봤다.
“저 경상북도 성주로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