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나는 검은 연기 (3)
여자에게 나는 검은 연기 (3)
난생처음 여행을 떠난 해주는 태연이와 단둘이 떠나는 둘만의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여행
첫날 아침에 알았다.
“아 네가 우리 태연이 베프 해주구나. 난 태연이 엄마… 얘기 많이 들었어…. 하하하.”
태연이 엄마는 운전대를 잡고 얼굴을 돌리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했기 때문에 해주는 태연이 엄마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잠시 당황했다.
“안녕하세요.”
우선 인사말만 했다.
알고 보니 이 여행은 태연이 엄마가 시골 사는 자기 언니한테 놀러 가는데 태연이가 따라가고, 해주가 거기에 붙은 거였다.
성주 가는 차 안은 쉴 새 없이 떠드는 두 사람 때문에 해주는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오죽하면 무릎 위에 있는 손가방에서 고양이 죽일 때 사용하려고 준비한 칼을 꺼내 오른쪽에 있는 태연이의 목에 찔러 박고, 밧줄로 앞에 있는 운전석의 태연이 엄마를 목 졸라 죽이는 상상을 했다.
다행히 태연이가 금방 잠이 들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해주는 태연이가 잠이 들자 태연이 엄마가 혹시나 자기에게 말을 걸 까봐 자는 척을 했다.
태연이 엄마는 해주와 태연이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인간은 호흡을 해야 살 수 있는데, 숨도 안 쉬고 태연이 엄마는 누구와 통화를 했다.
태연이는 엄마를 닮아서 시끄러운 것이 확실했다.
시끄럽게 수다를 떨던 태연이 엄마의 수다는 이 말을 끝으로 멈췄다.
“언니 다 왔어. 만나서 얘기하자."
숲 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옥스테이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고풍스러운 고택 같았다.
숙박하는 손님은 없고, 태연이 말대로 고양이는 매우 많았다.
카페 손님은 낮에만 있다고 하고, 겨울이라 숙박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내일 밤에는 드디어 고양이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죽이고 죽는 상상만 하다가 내일은 처음으로 고양이 목에 칼을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미세한 심장 박동의 느낌이 손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고양이는 생각보다 날쌔고 영리했으며, 경계심이 심했다.
시간도 많고 새끼고양이도 많아서 우선 새끼 고양이와 친해진 다음 경계심이 덜한 놈부터 하나하나 죽이는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해주는 생각했다.
다음 날 한옥스테이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여자였는데, 태연이는 새로운 손님이 이쁘게 생겼다고 했다.
겨울에는 거의 숙박 손님이 없다고 들었는데, 해주는 낯선 자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태연이 이모 말에 의하면, 그 여자는 내년 봄까지 여행을 계획 중이며, 여기 성주가 첫 여행지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태연이는 그 여자와 같이 새끼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면서 누나 누나 하더니 금방 친해졌다.
수다에 익숙하고 학습된 태연이는 즐겁고 쉽겠지만 해주는 낯선 사람이 건네는 친근한 대화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해주야 너도 이리 와. 누나 제 친구 성해주예요.”
태연이는 해주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고, 해주는 마지못해 그 여자와 태연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누나! 해주는요…… 공부도 잘하고요…. 싸움도 잘해요.”
“싸움? 싸우면 안 되지”
여자의 말에 태연이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아 누나! 태연이는요. 싸움을 잘한다기보다는 싸움을 잘하는 애들 있잖아요. 껄렁껄렁 양아치들이요. 그런 애들이 해주는 안 건드려요.
제가 해주랑 친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왜냐면 해주한테 까불면 작살 나거든요.”
“아마 해주가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라서 그러는 게 아닐까?”
태연이는 그 여자의 말을 부정하고 해주의 싸움 실력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해주의 눈을 보고 참았다.
아마도 태연이는 자기를 괴롭히던 두 놈을 해주가 때려눕혀, 학교 폭력 위원회가 열리고 난리 법석이 났던 적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사실 그때도 해주는 태연이를 도와주려는 생각보다는 단지 시끄러워서 거슬렸을 뿐이었는데. 하여튼 그날 이후 해주는 비록 시끄러운 수다쟁이지만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고, 중요한 것을 배웠다.
누굴 죽이거나 때릴 일이 있으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데서 조용히 그리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뒤탈이 없고 조용해진다는 것을…
“해주야! 너도 이거.”
태연이가 주는 고양이 간식을 받는 그때였다.
………..
‘저거…. 뭐지?…. 검은 연기?’
그 여자의 머리 위에 난데없이 검은 연기가 해주의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잘못 본 것일까 하는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다시 봐도 검은 연기가 틀림없었다.
검은 연기는 스멀스멀 여자의 등에서부터 기어나와 어깨를 지나쳐 머리 위로 가더니 하늘을 향해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