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아직 살아있다 (32)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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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있다 (32)



조재헌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들어갔다.

어제는 마포 사무실에서 지지자와 관계자, 새롭게 구성한 전략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캠프 개소식을 열었고 선거대책위원장은 진병일 의원이 맡기로 했다.


여론 조사에서도 야당 상대 후보와 예상 표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 캠프 멤버들은 부담 없이 대권 선거 전초전의 성격을 가지고 뛸 것을 각오했다.


재헌은 오늘까지 방송사 인터뷰를 비롯해서 선거 전략 팀 회의 등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다이어트 콜라를 손에 들고 소파에 몸을 던진 후 잠시 수연이 생각을 했다.

뉴스에서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죽었다는 말이 나와도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감감 이었다.


‘왜 죽었다는 소식이 없을까?…’


재헌의 내부 정보망에서도 아직까지 수연이가 죽었다는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김대현에게 연락을 해 볼까 하다가, 이런 일로 불필요한 접촉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며칠 전 지방에서 스토커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한수연이 아니었다.


수연이는 죽었을까? 궁금했지만 참기로 했다.


그래도 뜬금없이 문자나 전화를 하던 수연이가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은 것 같기도 했다.


……….

한수연은 2년 전 조재헌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고 나서 산하 하부조직 첫 미팅을 할 때, 홍보수석 비서관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녀는 방송국 기자 출신답지 않게 건조하지 않고 항상 밝고 친절했으며, 첫눈에 봐도 야무지고 똑똑했다.

조재헌은 한수연을 신뢰했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비서실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서로 호감에서 시작해서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재헌은 판사인 아내와 이혼하고 한수연과 결합하는 상상을 수없이 그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나 곧 사랑보다는 대통령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녀와의 관계는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되고 남들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대통령의 정보망에 차기 대권의 치명적 단점인 수연의 존재가 드러났다.

자신의 비리문제를 덮고 안정적인 퇴임이 보장되려면 야당대표가 아닌 자기가 미는 조재헌이가 대권을 잡아야 하는데, 대통령도 불안했는지 먼저 제거작업 제안을 하였다.


대통령의 어법특성상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놨지만 진병일 의원을 통해 사람을 소개받으라고 한 것만 기억났다.


소개받기로 한 김대현 회장은 알아보니 깡패출신 기업가였고 조그만 지방 건설회사를 포함해서 유통, 유흥, 호텔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재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대통령의 의중을 단박에 알아차렸으며, 시나리오는 직접 구상했다.

가장 완벽하게 뒤 탈이 나지 않는 방법을 구상했다.


미모의 수연이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실수로 인한 살인을 저지른 후 자살하는 시나리오.


사랑이 재활용 쓰레기 보다 못 한 처지가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김 대현한테 스토커 특별 주문을 넣은 후 둘만의 추억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전부 삭제했는데 그래도 첫 번째 사랑이라고 짐승 같은 미련이 남았는지 수연의 글 몇 개 하고 잘 나온 사진 몇 장은 따로 보관했었다.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재헌은 남은 콜라를 단숨에 들이켜고 지우지 않은 문자를 찾아보았다.


“당신의 이혼을 바라지는 않아요. 큰일 하실 분이니까.

근데 잊히는 건 싫어요.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싶네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가끔은 만나주세요.”


“왜 저에게 잘해주셨나요?

제가 똑똑한 사람 좋아하는 거 아시면서 그래서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수연이가 보내온 글들을 읽어 나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이 둘만의 비밀 핸드폰에서 문자 메시지 알람이 떴다.


한수연이었다.


“저 공항이에요. 선거 끝날 때까지 바람 쐬고 있을게요.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거 알죠?

파이팅! “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 시간 수연이가 틀림없이 문자를 보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아직 안 죽었어?

혹시 누가 수연이 흉내를…’


재헌은 진짜 수연이가 살아서 문자를 했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만 같아 바로 전화를 했다.


오랫동안 수연이 사용한 ‘라스트 크리스마스’ 컬러링 발신음이 한참을 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틀림없는 수연이 목소리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 야. “


“알아요. 근데 전화해도 돼요? 제 문자 보고 전화 주신 거예요?”


“응.”


“해외 어디가?”


“일본이요.”


“멀리는 아니네.”


“더 멀리 떠날까요?”


“아니.

내가 가기 멀지가 않다는 말이었어.”


“오실 시간이나 있겠어요. 점점 더 바쁘실 텐데. “


“그러네.

잘 다녀와.

맘 써주는 거 고맙네. 근데 이 핸드폰 사용하는 거야?”


“아뇨… 당분간 안 써요.”


“그래 잘 다녀와. “


“네. “


수연과의 통화는 끝났지만 재헌의 짜증은 시작이었다.

아직 살아있는 수연이가 지금 일본으로 여행까지 간다고 했다.

안 죽고 멀쩡히 살아서 여행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아 이 김대현이 XX끼 내 말이 X 같은 거야?

이 깡패 X끼가….’


재헌은 수행비서를 시켜 당장 김 회장을 오라고 할까 하다가 잠시 주춤거렸다.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대책 없이 만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수연이는 지금 일본 가는 비행기 탑승준비 중이고 잠시 상황 파악이 필요했지만, 앞으로 이 건을 신경 쓸 틈이 있을까 싶었다.


‘차라리 잘된 것 아닐까… 아니면 외국에서 죽이라 할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재헌은 김대현이가 괘씸했다.


‘XX끼 지금까지 뭐 하고 있던 거야?

이 X끼 이거… 내 말이 우스워?

아 ㅅㅂ 내가 깡패 새끼 믿는 거 아닌데… 이놈의 영감이…’


재헌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책상 위의 미니 화분을 집어던져 박살을 냈다.


몇 달 전 수연이 사다 준 작고 이쁜 화분은 처참하게 깨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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