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33)
배신자(33)
진성은 서울행 KTX에 오르기도 전에 차량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한 루트로 덤프트럭이 밀고 들어왔다고 했다.
“죽은 애는 없고?”
“네 회장님 차에 탔던 애들이 좀 다쳤는데… 뭐 차량 파손 정도에 비하면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삼거리 좌회전 진입 지점에 공사 서행 표지가 있었답니다.
거기서 한 차선 막고 손 깃대 흔들던 놈 때문에 속도 못 내고 어쩔 수 없이 신호대기 중에 있었는데 오른쪽에서 그냥 밀고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예 처음부터 신호 대기할 때 공격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다친 애들은?”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에 있습니다.”
“앞서가던 애들은 피해 없고?… 정확히 내 차를 노린 거지?”
“네.”
“내 차 번호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을 테니… 그건 그렇다 치고
깃발 흔들던 놈이 있었다고 했지?…
그놈도 한 편이네…
그놈하고 트럭기사… 잡아”
“네”
“그리고 선두 차에 탔던 멀쩡한 애들은 서울로 올라오지 말고 다친 애들 있는 병원에 있으라고 해.
애들 몇 명 더 성주로 내려 보내.
병실은 그 병원에서 젤 큰 방으로 하고.
아무나 못 들어가게 병실 주변 경계하고…
또.... 음... 병원에서 이것저것 캐묻는 수상한 놈 보이면 의심하기 전에 일단 잡아.”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트럭 운전자 X 끼는 지금 어디에 있어?”
“네 지금 병원에 갔다고 하는데 아마도 같은 병원 같습니다.
“그놈 병원에서 바로잡을 수 없을까?”
“경찰이 사고 경위 조서를 꾸미기 전에 우리가 잡아오면 괜히 일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알았어... 근데 그 XX 주변 사돈의 팔촌까지 주변 통장내역 조사해 봐 어디서 돈이 들어갔고 어디로 나갔는지…
그런데 이 XX구속 수사받으면 우리가 이 놈 잡을 수 없잖아..?
“사람도 안 죽었고 졸음운전이라 주장할 테니 구속 수사까지 안 갈 겁니다.
경찰서 나오자마자 잡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운전기사 놈 주변 통장내역.
그거 조사하지 마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바로잡아서 내 앞에 데리고 와.
내가 직접 누구 짓인지 알아보겠어.”
김 회장은 지금 붉은 비단에 숨겨져 있던 복수의 검이 되어 연지를 죽게 사주한 놈, 연지를 죽인 킬러, 그리고 나를 노리는 놈들은 하나하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
진성은 달리는 KTX 안에서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통화하기에 바빴고
김 회장은 차분히 오늘 일어난 일을 바둑 복기 하듯이 시간차를 두고 정리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1. 해주를 믿었기에 내가 살았다.
2. 나를 죽이려는 놈은 지금 내가 죽거나 심하게 다친 줄 알 것이다.
3. 그놈은 병원에서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이며, 우리 쪽 대응을 예의주시 할 것이다.
4. 조재현의 살인 오더를 아는 세 놈 중에 배신자가 있다.
5. 이충, 이진성, 공치수 중에 일단 이진성은 아니다.
6. 이충이 배신할 리가 없지만 확인은 해야 한다.
7. 남은 한 사람은 공치수
8. 공치수가 구월파 황규랑 짜고 이 모든 일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
9. 공치수와 황규를 잡아 초능력 아이 해주에게 보여 줘야 한다.
어느 정도 범인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고 생각한 김 회장이지만 어떤 이유에서 연지를 죽이고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일단 이충 상무에게 전화를 했다.
“충이냐? 나다.”
“네 회장님.”
“내가 지시한 거 했어? 차량번호 조회하라는 거 말이야?”
“네 조만간 나올 겁니다. 잘 아는 경찰한테 말해 놨습니다.”
“뭐가 이리 오래 걸려?”
“차량번호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충의 목소리 반응과 떨림에 집중했으나, 그는 현재 차량 사고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 같았다.
진성이 보안에 신경을 쓴 점도 있지만, 만약 그가 이 모든 계획의 장본인이라면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의 전화를 받고 틀림없이 목소리가 떨리든지 당황한 표시가 날 것이다 생각했는데 이충에게서 아무런 목소리의 변화가 느끼지 않았다.
“알았어. 사업장 관리는 어떻게 지시한 거야?”
김 회장은 그래도 이충의 목소리 파악을 위해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회장님 말씀대로 조직 부서장들 개별행동 못하게 하고, 회식금지 하라고 했어요.
사업장은 가드부터 비상 걸어 놨습니다.”
“오케이. 그리고 말이야.
공치수.. 양평 별장으로 오라고 해.”
“꽁치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해!
회장님이 사고를 당했다
네가 긴급회의를 소집한다고 해!
무슨 사고냐고 물어보면 길게 얘기하지 말고 그냥 양평 오면 말하자고 해.
오면 말 섞지 말고 바로잡아 놔.
말은 내가 할 테니 넌 그냥 잡아 놔… 알았지!
그놈이 배신자야…”
“네?… 꽁치가요?…”
“잔말 하지 말고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잡아 놔.”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김 회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충은 배신자가 아니었다.
통화하면서 목소리의 이상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일부러 통화할 때 목소리를 태연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충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때 바로 이충의 전화가 다시 왔다.
“회장님 전화 끊고 우리 쪽 일 봐주는 경찰이 바로 전화가 와서 말입니다.
차량번호 그거 등록 안 된 가짜 차량번호라고 합니다.”
“무슨 말이야?
차량 번호를 잘 못 전달 한 거야?”
“아뇨..
구미에서 도난 신고 들어온 차량에 가짜 번호판을 단 차량입니다. 고속도로 카메라에서 구미에서 성주 들어가는 거까지 확인하느라고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도난 차량에 가짜 번호판이라고?”
“네.”
“그 경찰한테 혹시 차량 도난 당시 CCTV 있는지, 그리고 지금 그 차량 어디에 있는지 수배 좀 때려 달라고 해.
나중에 후하게 인사하겠다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꽁치가 배신자라고 하셨는데…
그게…무슨 말인지?”
“맞아… 꽁치(공치수)가 쥐새끼다.
배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