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전직 형사 양현모 ( 36 )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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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 양현모 ( 36 )




양현모가 강력계 형사 생활 17년 만에 갑자기 사표를 던졌을 때, 주변에서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의심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뇌물혐의로 감사과 내사를 받은 후 자진 사퇴로 합의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우습게도 사표를 낸 진짜 이유를 양현모 자신도 몰랐다.

단지 사표를 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고, 슬픔에 동조하지 못하는 자신이 주변인과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어서, 이렇게 살다가 죽을 바에 사표를 냈다.


아내와 헤어진 지는 몇 년이 됐을까?

10년도 안된 것 같은데, 아내였던 여자의 얼굴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것도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닐까 싶어 매일 아침 일어나기 전에 몸을 뒤척이며, 어제 먹은 점심 메뉴 같은 자질구레한 기억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나마 그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날이 많았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생계가 막막한 양현모에게 창업의 기회가 온 것은 몇 달 전이었다.

별명이 꽁치인 폭력조직 출신 공치수라는 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저 꽁치입니다.”


꽁치는 머리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빨라 지들 세계에서는 나름 브레인이었다.

적당히 형사들 하고 타협도 볼 줄 알고, 대타 내세워 사고 처리하는 것도 빨랐다.


“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양현모는 공치수의 전화가 반갑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로 전화를 했는지 궁금했다.


“형님 그만두셨다는 소식 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전화드렸어요.”


“나, 깡패 놈들하고 볼 일 없다. 전화 끊자.”


“아, 참. 형님… 왜 이러실까?

저 옛날의 꽁치 아닙니다.

제가 개인사업체를 하나 운영하려고 하는데 저 좀 도와주십시오. 합법입니다. 합법.”


“니들이 언제 불법입니다라고 한 적 있었냐?”


“아이… 형님… 대현건설 김대현 회장님 아시죠?

대현건설에서 건설하면, 저는 그 건물 관리 및 청소, 가드 맡아서 하거든요. 그런데 빌딩 임대 관리하다 보니까 세입자들이 지들 돈 떼먹고 잠수 타는 XX들 돈 좀 받아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 번 해 줬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차라리 위탁 채권 추심 사업을 새로 한번 해 볼까 해서요.

형님 잘하는 거 있잖아요? 사람 하나는 죽여주게 잘 찾지 않습니까? 아직 경찰 인맥도 짱짱하고… 하하하.”


“나보고 경찰 인맥으로 흥신소 하라는 거냐?”


“아이고 형님… 사람 찾는 탐정입니다. 탐정…

사람도 찾고, 뭐 좀 조사해 달라고 하면 해 주고…

형님 주특기 살려서 하는 일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꽁치의 말은 자신이 합법적인 사업을 하니 자기 일 좀 도와 달라는 것 같은데,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로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받은 퇴직금으로 여기저기 대출 빚 갚다 보니 통장 잔고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기 투자 비용은 전적으로 꽁치가 대는 것으로 타협을 했으며, 양현모는 흥신소 사업을 하지만 꽁치의 일을 우선으로 하고 대신 건당 보수를 정해서 계산서 발행하는 조건으로 하기로 했다.


꽁치에게는 나중에 사업 잘되면 직원들 채용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큰 곳으로 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사무실 겸 거주 공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더 경제적 일 것 같아 지금의 아파트는 처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꽁치 돈 아닌가…


사업장은 지금 집에서 멀지 않은 시장 앞에 있는 3층 건물 2층으로 정했다.

보증금 월세가 저렴한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도 건물 구조가 2층과 3층이 별도의 출입 계단이 있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지하에는 누가 사는지 아직 본 적이 없고, 1층은 편의점, 3층은 주인아주머니와 아들 둘이 사는 것 같았다.

입주 조건은 완벽했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주인집 아들놈이 시도 때도 없이 사무실을 들락날락한다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약간 모자라는 놈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신기한 것은 인사 한마디 없이 들어와서 소파에서 한두 시간을 책 보다가 사라졌다.

무슨 책을 보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책장에 있던 범죄학, 범죄심리학 같은 무겁고 무서운 책들을 보고 있었다.


회사 이름도 그 아이가 지어줬다.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으려면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인집 꼬마가 뭐 하는 회사인지 물어보길래, 그냥 보고 싶은 사람 찾아주는 회사라고 했었다.

흥신소, 탐정 뭐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았다.


꼬마가 회사 이름이 뭐냐고 물었었고 아직 안 정했다고 하니까.


‘다 찾는 세상’ 이 어떠냐고 했다.


흥신소 냄새도 안 나고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맘에 들었다.

그 아이의 말 대로 회사 이름을 ‘다 찾는 세상’이라고 정했다.


꽁치가 맡긴 첫 번째 일은 어떤 여자 불륜 건이었는데, 금방 해결했다.

꽁치가 아는 어떤 회사 사장이 마누라랑 부하직원의 불륜을 의심하는 건이었다. 증거 사진 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진 몇 장에 몇 백 챙겼다.


그러던 중 꽁치로부터 두 번째 진짜 사람 찾는 일이 생겼다.

꽁치 말에 의하면 젊은 여자가 세입자 돈을 떼먹고 도망갔는데, 고속 터미널이 마지막 목격 장소라고 했다.

꽁치에게 받은 그 여자의 신상 정보를 가지고 전화 몇 통 돌리고 나니 한 시간도 채 안 걸려서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이번 건은 지난번 불륜 증거 찾는 것에 비하면 너무 쉬워서 꽁치한테 보수받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양현모는 꽁치에게 그 여자의 위치를 알려 주고 나서, 며칠 뒤 성주에서 일어난 스토커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봤다.


유력 살인용의자는 우발적 살인 후 양심의 가책을 받아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성주에서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 성주는 며칠 전, 꽁치가 찾는 여자가 있던 곳이었다.


양현모는 형사적 직감으로 뭔가 찜찜함을 느꼈고 바로 후배 형사 인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인식아, 미안한데 뭐 좀 알아봐 주라. “


“네 말씀하세요 형님. “


덩치는 산만하고 험상궂게 생긴 후배 정인식은 언제나 현모에게 살갑게 대했다.


“성주에서 스토커한테 죽은 여자 이름 좀 알 수 있을까? “


“네 알겠어요. 잠시만요. 전화 끊지 마세요

음… 여자 이름이 김연지…. 잠깐만요… 형님 이 여자 이름이 저번에 형님이 소재 파악해 달라고 한 여자 아닌가요?”


양현모는 잠시 뒤통수를 해머로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형님! 무슨 일 있어요?”


“인식아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혹시 내가 이 여자 관련해서 물어본 거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

형 믿지?

부탁한다. 고맙다. “


양현모의 핸드폰 문자에는 김연지의 사진과 핸드폰 번호가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꽁치 개 XX!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꽁치가 그 여자를 죽이고 스토커에게 뒤집어 씌운 거 같았다.

바로 꽁치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 연결은 되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후배 인식이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자꾸 미안한데, 인식아!

하나만 더… 혹시 성주 경찰서에 내가 알 만한 사람 있을까? 경찰 조직도 들어가서 한번 찾아봐.”


“찾을 필요 없어요. 제 동기가 하나 있어요. 제가 전화해 놓을 게요. “


잠시 후에 현모는 인식이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동서 정인식 형사 선배 되는 사람입니다.

정인식하고 동기라도 들었습니다. “


“네, 인식이한테 전화받았습니다. 선배님.”


“네, 양현모입니다. 지금은 은퇴하고 조그만 사무실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주 성주 경찰서 관할에서 여행 온 젊은 여자가 스토커에 의해 살해된 사건 혹시 기억나시나요? 그 건 관련해서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범인이 자살한 것으로 아는데 뭐 다른 혐의점이나 이상한 점 발견하지 못했나요?”


“네. 그거 저의 관할 사건 맞고요.

40대 초반 노총각이 여행 온 젊은 여자를 스토킹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 우발적인 살인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시신 유기 후 만취 상태에서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사건 종결되었나요?”


“네…. 범행도구에서 피의자 지문 확인했고요, 뭐 CCTV에서 여자에게 접근하는 거 포착되었고, 살해 증거가 꽤 많이 나왔어요.”


양현모는 순간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꽁치하고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자신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배님

조금 이상한 점이 있기는 있었는데…...”


“네 뭐가 이상한 점이라도?”


“피해자와 스토커 간의 시작점이 없었습니다. 뭐 어디서 보고 첫눈에 딱 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두 사람 간의 동선이 겹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들 이상하다 했죠.

뭐 그래도 워낙 증거가 많이 나와서…..”


“부검은 했나요? 국과수에서 뭐가 의심스럽다 이런 말은 안 나왔나요?”


“네. 피해자 시신의 자상과 살해도구가 일치했으며, 혈흔이랑 지문도 일치했어요.

그런데 선배님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자살한 피의자를 부검했더니, 혈액 속에 다량의 알코올과 아주 소량의 수면제 성분이 나왔어요.


자살한 그 친구가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잠 안 온다고 약 먹을 사람이 아니라고 했거든요.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들… 일정한 직업도 없고… 시도 때도 없이 술 마시고…. 하여간 그렇습니다.”


현모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꽁치가 위치 파악을 요청한 여자가 여행지에서 스토킹을 당해서 죽었다.

증거는 차고 넘치고, 자살한 살인 용의자는 아무 말도 없다.

양현모는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고 개운하지 않았다.


꽁치가 보내온 핸드폰 문자에 죽은 여자의 사진과 정보가 아직 남아 있었다.

남의 돈 떼어먹을 정도의 나이가 아닌 아주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다.


녹슬지 않은 형사의 직감이 꽁치가 어떤 장난질을 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꽁치 이 XX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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