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소년 병원에 가다 (35)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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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병원에 가다 (35)



해주가 김 회장과 헤어진 다음 날 태연이 엄마는 차가 막히면 힘들다고 아침 일찍 서둘러 서울로 출발했다.

태연이 이모는 예정보다 일찍 가는 동생이 야속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


해주의 엄마 오숙희는 해주가 오기로 한 날짜보다 일찍 집에 오자 너무 반갑고 궁금한 게 많았다.

항상 해주의 사회성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난생처음 엄마를 떠나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해주의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건 엄마가 성주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가 평상시 뉴스를 잘 안 보고 골프에만 집중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면, 뉴스에 안 나왔을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일상에서 사람 하나 죽은 것은 별 일도 아닌 것처럼 보는 것 같았다.


“아이고 우리 아들 여행 잘 다녀왔어? 어디라고 했더라? 태연이 이모 계신 곳이?”


“성주.”


“그래 성주... 뭐가 제일 좋았어? “


해주는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태연이 이모네 한옥 민박에 어떤 여자가 혼자 여행 왔는데

금방 죽을 것 같더니, 방심한 사이 누가 그 여자를 죽여 버렸다.

안타깝게도 그 여자 죽는 것은 못 봤지만 그게 제일 좋았다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엄마가 싫어할 것 같았다.


“고양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었고…“


“네가 고양이랑? 하하하”


“배고파 밥 줘. “


더 이상의 질문을 막기 위해 해주는 배고프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

해주의 거짓말은 이제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엄마도 눈치 못 채는 것 같았다.


여행을 다녀온 해주는 많은 것에 변화가 왔다.

호기심이란 단어가 갖은 의미도 알게 되었고 웃음과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죽음을 감지하는 초능력을 발견한 것이었다.

확신을 갖기 위한 몇 가지 테스트는 해봐야겠지만 일단 초능력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이제 좀 있으면 개학인데 방학 숙제는 없어? “


“응 없어”


“요새는 왜 방학 때 방학 숙제가 없니?

엄마 때는 개학하기 전에 밀린 숙제 하느라 정신없었는데 …

아 참, 엄마… 오후에 아는 사람 신랑이 암에 걸려서 병원에 있거든, 그래서 병문안 가려고 하는데…

혼자 점심 챙겨 먹고... 할 수 있지?”


“엄마 나도 따라가면 안 될까?”


“갑자기… 왜?”


“숙제가 있기는 한데, 직업에 대해서 조사하는 거야.

그냥… 의사에 대해 할까 하는데…. 병원부터 한번 가 볼까 해서.”


해주의 거짓말이 점점 진화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울 아들 커서 의사 하면 참 좋겠다. 그래 같이 가자.”


오숙희는 진심으로 해주가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길 바랐다.


해주는 학원이나 과외를 한 번도 다닌 적도 없고 집에서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어도, 학교에서 평가는 언제나 최상이었다.

어릴 적 IQ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들은 영재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추천하였지만, 오숙희는 해주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다.

지금같이 정상인처럼 자라만 준다면 의사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엄마… 병원에서 제일 목숨이 위험한 데가 어디야?”


“응급실 하고 중환자실 아닐까?”


“거기는 누구나 갈 수 있어?”


“안될 걸… 가족들만 갈 수 있고 또 면회 시간이 있는 걸로 알아.”


해주는 병원에 가면 혹시 죽을 사람들에게 나는 검은 연기가 보일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죽을 가능성이 높은 곳을 엄마한테 물어봤던 것이었다.


“얼른 준비해. 병원 들렸다가 점심 먹고 들어오자.”


해주가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

검은 연기를 본다면 핸드폰 사진을 찍겠다고 생각해서 충전 확인을 하려고 하는데 문자가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주에서 만난 아저씨가 오후에 만나자고 했다.


오늘 운이 좋으면 병원에서 검은 연기 사진도 찍고 아저씨가 죽는 것을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해주는 기분이 좋아졌다.


병원에 도착한 해주는 제일 먼저 응급실을 찾았다.


“엄마 저기 응급실이라고 쓰여 있는데, 중환자실은 어디에 있어?


“엄마는 모르지.”


“엄마! 나 병원 구경 좀 할 게.”


“응. 엄마가 병문안 끝나고 전화할 테니 혹시 목마르면 저기 카페에서 먹고 싶은 거 사 먹어. 엄마가 돈 줄게.”


해주는 엄마와 헤어지자마자,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 했으나 경비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 못 들어가게 제지했다.


이번에는 병원의 중환자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진료 과목마다 중환자실이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병원 복도에 심장 관련 돌연사 예방이라는 포스터 글이 보였고 그 밑에 심혈관계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일단 심혈관계 중환자실로 가보았다.


하루 두 번 면회가 허용되는데, 오전 면회를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가운 입은 간호사가 나와서 호명하는 순서대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들 틈에 살짝 들어갔다.


해주는 난생처음 중환자실이라는 곳에 들어왔는데, 여기저기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들 중에 의식이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다 누워 있는 것이 전부 곧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죽은 것 같았다.


해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램프의 요정을 부르는 것을 생각하고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한 다음 주문을 외쳤다.


‘검은 연기야… 나와라!’


해주의 주문에 검은 연기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죽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아니면, 검은 연기는 죽음의 초능력이 아닌가?’


이 큰 중환자실에 검은 연기가 한 개도 없다는 것에 실망한 해주는 어쩌면 검은 연기는 죽음을 암시하는 어떤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검은 연기가 죽음과 관련 없다면 무엇일까?

혹시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뚜벅뚜벅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그때였다.


옆으로 한 환자에게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신이 났다. 이번에는 다른 병상의 할아버지 한 분에게 다가갔다.

예상대로 검은 연기가 할아버지 베개 밑에서 뱀처럼 기어 나오고 있었다.

검은 연기는 주문을 외운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해주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잘 나와야 하는데….

내가 맞았어. 검은 연기는 죽음의 연기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하얀 연기는 어떻게 확인하지?

누굴 죽여 볼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하얀 연기가 나는지 보면 될 텐데.‘


“학생 뭐 해요! 여기 이렇게 다니면 안 돼요! 누구 면회 왔나요?”


길을 잃어버렸다는 바보 같은 변명을 한 해주는 신경질적인 젊은 간호사에게 거의 끌려 나오다시피 중환자실을 나왔다.


엄마에게 전화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있는 거 같아서, 이번에는 응급실 앞으로 가보았다.


응급실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119 응급차에서 응급대원 아저씨들이 급하게 환자를 내리기 시작했다.

해주는 달려갔다. 환자 이송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옆에 꼬마가 붙어있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세 명의 응급 환자가 들어왔는데 그중의 한 명에게서 검은 연기가 났다.


‘역시 검은 연기가 죽음의 연기가 맞아.’


해주는 기분이 좋았다. 훈련에 의해 억지로 웃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미소라는 것을 한 것 같았다.


“우리 아들 웃고 있네. 뭐가 그리 재밌나?”


볼 일을 마치면 전화하기로 한 엄마가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났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엄마는 걸을 때 인기척이 없었다.

마치 귀신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걸을 수 있는지 항상 신기했다.


“엄마!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갈까? “


“죽으면 나가겠지, 죽기 전에 왜 나가겠냐? 아니 왜? 갑자기 그런 게 궁금해? “


“그냥… 그런데 엄마… 영혼의 색깔이 검은색이야?”


“몰라. 엄마가 어떻게 알아. “


“만약에 내가 초능력이 있어서, 누가 죽을지 보이면 어떨까? “


해주는 쓸데없는 말을 괜히 했다고 바로 후회했으나, 엄마는 그리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잠시 해주를 쳐다보고 난 뒤 말했다.


“그럼… 네가 의사가 되면 좋겠네… 죽을 놈은 놓아두고 살 놈만 살리면 되니까. 하하하. “


엄마와 같이 집으로 가면서 해주는 검은 연기의 정체를 알았으니 이제 하얀 연기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하얀 연기가 누군가를 죽이려는 기운이라면 어디 가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범죄집단에 가서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 그건 엄마한테 들키면 자신의 머리에서 먼저 검은 연기가 날 것 같았다.


‘사방에 거울을 갖다 놓고 누구를 죽이면서 촬영을 하면 검은 연기 하얀 연기 다 볼 수 있을 텐데… 누구를 죽일까?… 태연이? 태연이가 죽으면 친구가 없으니까..

누구를?’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그때 해주의 핸드폰에 아저씨의 문자가 또 왔다.

해주는 지금 엄마와 병원이라 만날 수 없다고 답장을 했다.


“누구야?”


“응.. 친구”


……..


오숙희는 아들이 여행을 다녀온 이후 하는 행동이 이상했다.

좋은 변화는 그 또래 애들처럼 거짓말도 하고 호기심도 가졌으며, 무엇보다도 억지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닌 진짜로 웃었다.


그런데 의심스러운 것은 자꾸 죽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해주는 죽음에 관심을 보이면 안 되는 아이였다.

오늘 병원에 온 것도 방학숙제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었고 응급환자를 보고 뭐가 신이 났는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는 어떤 사람과 문자메시지를 했다.

해주는 한 번도 문자메시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 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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