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안전장치 ( 39 )

by 민정배

안전장치 ( 39 )



“지금 바로 오실 수 있죠?…

한 시간 뒤… 저번 그 장소.”


김 회장은 짧게 말하는 조재헌의 비서라는 놈 주둥이에 주먹을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공손하게 바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이 실장!

조재헌이가 하필이면 지금 오라고 한다. 가야 할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저의 차량 의식하지 마시고 태연하게 행동하십시오”


“알았어.. 그리고 말이야… 네 생각에 진짜로 이충이 그랬을 것 같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모님 뒤는 좀 캐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꽁치가 한 말 새지 않도록 이충한테는 비밀로 하고

트럭 운전기사 XX 도착하면 아무도 컨택하지 말고 일단 가둬 놓으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먼저 출발하십시오. 바로 따라붙겠습니다.”


………


김 회장은 조재헌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꼬여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했다.

바빠서 아직 못 했다. 천천히 하는 일인 줄 알았다 등 여러 가지 변명거리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냥 정공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정치권의 장난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금방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지난번 방문 과정과 동일하게 차를 옮겨 타고 이상한 빌라로 이동했다.

보안을 유지한다면 다른 장소를 정하던지 해야지 바보 같은 놈들이 이 빌라를 다시 못 찾을 줄 아는지 아니면 주변의 눈을 피하는 건지 차를 옮겨 타는 쓸데없는 짓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참 한심했다.


예상한 대로 지난번과 동일한 도청 검사를 당했고, 핸드폰 포함 소지품을 금속케이스에 넣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쳐다보던 조재헌이 도청검사가 끝나자 건들거리며 걸어오더니 빈정거리면서 말을 걸어왔다.


“이봐요! 김대현 씨! 세상 사는 게 참 쉽죠?

좋은 세상이야…응?…

깡패 새끼가 어찌 정치인 연줄 잡아서 폼을 잡고 기업인 흉내도 내고 말이야.

그런데 꼭 근본 없는 XX들은 조금만 안 밟히면, 자기가 뭐 라도 되는 줄 안다 말이야.

내가 지금 무슨 말하는지 알겠어요?

그 정도 머리는 있죠?

왜 안 하셨죠?

왜… 갑자기 개기고 싶었나? 응?”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안 한 게 아니라 했는데… 잘못되었습니다.

제 여식이 한수연이 대신 죽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아 … ㅅㅂ.”


“시장님께서 주신 봉투를 누군가 통째로 바꿔치기했습니다.

한수연에서 김연지로 말입니다.

제 딸 이름이 김연지입니다.”


“아 진짜 ㅅㅂ.”


조재헌의 갑작스러운 욕설에 김 회장의 말문이 잠시 막혔지만 바로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전화 한 통화만 하시면 며칠 전 성주에서 스토커에 의해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김 회장은 이번에는 감정을 실은 말끝에 가시를 세워 또박또박 말을 끊었다.


“ㅅㅂ 무슨 말이야! … 이게 말이야. 똥이야!”


조재헌은 한수연 대신 김대현의 딸이 죽었다는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장님이 주신 오더는 워낙 비밀스러운 일이라 저희 내부에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모를 정보유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역도 있는 복잡한 일을 연변 조선족 같은 애들에게 시킬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전문 인력으로 했습니다.”


“잠시만… 전문 인력?”


“네… 이런 일에 전문인 킬러를 고용했습니다.”


“계속해봐요 “


김 회장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프린트된 종이를 꺼내 조실장에게 줬다.


“성주 스토커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 내용입니다.”


“참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이 기사를 보십시오.

우발적 살인 후 자살을 한 스토커…

여기 나온 피해자가 바로 제 딸입니다.

제 친딸이 죽었습니다.

저도 어떤 놈이 제 딸을 죽이면서, 현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인 시장님 눈 밖에 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저까지 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딸아이의 시신을 확인하러 성주에 내려갔다가, 덤프트럭이 저를 죽이려고 제 차를 밀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그 차에 타고 있지 않아 사고를 면했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입니다. 누군가 제 딸을 죽이고 시신을 확인하러 온 저를 죽이려 한 것입니다.


재헌은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할지 말지 판단을 하려고 했다.


“시장님…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알아보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성주입니다…. 성주

스토커 사건 피해자 이름 김연지 그리고 성주 IC에서 덤프트럭과 0000 차량 접촉 사고입니다.”


조재헌은 아무 말없이 그를 뻔히 쳐다보다가, 어딘가 전화를 걸어 김 회장이 말한 것에 대한 사실여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정확히 일분 뒤에 걸려온 전화 통화 후에 조재헌이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말을 꺼냈다.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줄만 알았던 김대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킬러를 고용했는데, 그 킬러한테 당신 딸이 죽었다는 거…

그리고 뭐 당신이 죽을 뻔했다는 거는 내가 관심 없고…

그 킬러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누가 시켰는지?”


“이 업계에는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문가를 쓰고 나면 일 처리 확인하고

입금만 할 뿐 더 이상 접촉을 안 합니다.

그리고 청부살인 오더를 스스로 바꿔서 진행하는 프로들은 없습니다.

그러니 프로가 실수했을 리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중에 이놈은 제가 죽일 겁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제 딸을 죽였으니까요.”


“그러니까…. 가만있어봐… 아 ㅅㅂ… 바꿨다는 건…

그럼 정보가 샜다는 거 아냐?”

한수연이 봉투는 지금 어디 있는데?

무슨 일을 그렇게 해!… “



“정보가 샐 염려는 없습니다.

봉투 내용은 그냥 신상 정보 그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한수연이 죽이라는 거… 아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아요. 그럼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거, 복잡하게 꼬인 거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야.

어떻게 수습할 거야?”


“한 달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냥 몸풀기 아닙니까?

대통령 되시기까지 시간 여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집안일 좀 정리한 뒤, 책임지고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


조재헌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고, 냉장고에서 꺼낸 다이어트 콜라 한 캔을 다 마신 후 김 회장에게 말했다.


“일단 그렇게 합시다.

좀 제대로 합시다. 네? 아이고 참…“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봉투가 바뀐 것에 대해 시장님 주변도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봉투 내용 확인을 하셨나요?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주변 확인 제대로 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정보는 어디서든 샐 수가 있습니다.”


순간 조재헌이 얼굴이 대놓고 찌그러졌다.


김 회장은 자신이 직접 봉투 속 한수연 이름을 봤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부러 조재헌의 염장을 지르는 작전을 했는데 먹혔다.


“그럼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 “


김 회장은 조재헌의 비밀 공간인 빌라를 나왔다.

웬만한 일은 긴장을 안 하는 김 회장도 오늘은 달랐다.

밀실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온몸의 긴장이 김 회장의 모든 세포를 뜨겁게 만들더니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 또박또박 말하게 만들었고, 비밀 빌라에서 나와 자신의 차로 가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자신의 차로 돌아온 그는 차 시동을 넣기 전에 새 구두가 불편했는지 운전하기 편한 신발로 갈아 신었고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차량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자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조수석 바닥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조수석 시트바닥에 벗어 놓은 구두 뒷굽에서 아주 작게 반짝거리며 가쁜 숨을 쉬고 있는 무언가가 살고 있었고, 고개를 올려 룸미러를 보니 택배 차량 한 대가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 차에는 이진성 실장이 타고 있었으며 ‘한수연이 죽이라는 거… 아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라는 김 회장의 육성 도청 녹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초소형 고성능 도청기는 우려와 달리 조재헌의 똘마니들 전파탐지에 들키지 않았으며, 음질도 완벽했다.


만약을 위한 안전장치 하나는 확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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