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네일숍 사장 (40)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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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숍 사장 (40)



잿빛하늘에 내리는 겨울비가 미세먼지를 쓸어내고, 태어날 봄 꽃에 용기를 주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진한레드 헬멧을 쓴 네일숍 사장은 ‘오늘도 활기차고 당당하게’를 외치며 자신의 가게로 핑크색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했다.


성주에서 스토커 대역을 구하고 대본 짜서 연출하느라 가게를 너무 비웠다.

그 때문인지 가게 안이 퀴퀴한 냄새와 차가운 공기가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재수 없는 XX”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 재수 없는 꼬마 놈 때문에 기분 상하고 또 예정보다 하루를 더 있다가 올라오는 바람에 예약 취소한 고객이 너무 많았다.

다 소중한 고객인데 그분들께 너무 죄송했다.


앞으로 사람 죽이는 일 생기면 네일숍은 넉넉하게 예약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넉넉하게 오후부터 예약 손님을 받았는데 아직 손님이 올 시간이 남아, 음악을 틀고 커피물을 올린 후 청소를 시작했다.


요새는 트로트 음악이 너무 좋다.

트로트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더 신이 났다.

물론 네일디자인뿐만 아니라 사람 죽일 때도 트로트는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아마도 죽어가는 사람도 마지막 들리는 소리가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네일숍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예약 손님이 올 시간이 되면 항상 클래식이나 최신 아이돌 가수 노래를 틀었다.


사장은 가게의 모든 조명 불을 환하게 만들었다.

은은한 주황색의 가게 밖 조명이 흐린 비와 어울리며 마치 분위기 좋은 카페로 변신을 하였고 내부는 과하게 밝은 화이트 라이트 조명이 연한 우윳빛 인테리어와 어울려 마치 웨딩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님 중에는 먼지 등 작은 입자에 대해 불편하거나 알레르기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항상 청소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사장이 극도로 더러운 것과 냄새를 못 견뎌하는 성향이 강했다.


출근하자마자 두 시간 정도의 청소를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자마자.

예약 손님이 올 시간이 다 되었다.


사장은 듣고 있던 트로트 음악 대신 쇼팽의 피아노곡 ‘녹턴’으로 바꿨다.

이 곡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식당에서 처음 들었는데, 한 때는 사람 죽일 때 많이 듣던 곡이었다.


오늘처럼 겨울비가 내리는 어둠 속의 정오에 이 곡이 잘 녹아 난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으니 익숙한 얼굴의 단골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비가 오는데 오시는 길 힘들지 않았나요?


네일숍 사장은 성주 한옥 스테이 사장 흉내를 내는지 오늘따라 과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키보드 연주하신다고 하셨죠?

어디 한번 봐요.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 아이고 어쩌나 그새 건조해져서 이렇게 갈라졌네.

쉐이프(Shape) 스타일도 이번에 한번 바꾸고… 음… 혹시 원하는 칼라 있으세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못 정하는 것 같았다.

평생 한번 정하면 못 바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색을 못 고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쩔 땐 목에 칼을 살짝 쑤셔 박고 색을 고르라고 하고 싶었다.


네일숍 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색을 못 고르자 여러 가지 샘플 색상을 가져왔다.


“언니는 핑크가 어울리네… 타이니 핑크 중에 하나 고르면 되겠다.

내가 예쁜 파츠 한 개 서비스로 줄게요.”


예약 손님은 목선이 참 예뻤다.

어찌 저리 고운지 마치 만개한 꽃사과나무 꽃처럼 분홍과 흰색이 어우러져 꽃을 피우더니 마침내 숨기고 싶은 자태를 드러낸 꽃술 같았다.


사장은 자신이 가장 예뻐하는 블루 사파이어가 박힌 칼을 핑크 빛 꽃술에 천천히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장님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행복해 보여서 보기 좋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참 편하고요.

사실 첨에는 남자분이라 조금 꺼리긴 했는데…”


고객의 말에 꽃술의 칼 생각을 멈춘 네일숍 사장은 가벼운 눈 깜박임을 하더니 예쁘게 입을 모으고 얘기했다.


“그랬구나. 좀 그렇죠?

남자가 네일숍…

다들 처음에 오셔서 그렇게 생각들 하세요.

제가 워낙 예쁜 거 좋아하고 치장하는 거 좋아해요.

손님… 있잖아요… 솔직히 제 말투 좀 이상하죠? 호호.


네일숍 사장은 누가 보더라도 예쁜 외모에 세련된 매너를 가진 게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장은 게이라는 단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며, 누가 게이라고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실제로 술 취한 놈이 그렇게 불러서 골목길에서 목을 따 버린 적도 있었다.


게이라는 단어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자신도 몰랐다.

자신은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여성의 감각으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좋은데, 아마도 오래전 사람을 죽이러 갔다가 죽을 만큼 굴욕감만 받고 도망치게 만들었던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그런 것 같았다.


그 사람이 그때 도망가는 자신을 게이 XX라고 불렀었다.

그 일 이후 ‘게이’는 네일숍 사장의 유일한 트라우마가 되어 잊히지 않는 심리적 상처로 남아 있었다.


“사실 저 미술 전공했어요.

나름 미적 감각이 있다고 자부해요. 호호 저 이거 하기 전에 잘 나가는 스타일리스트였고요.”


네일숍 사장의 미술 전공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는데, 언젠가 한번 그렇게 생각하더니 이제는 그것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 되어버려 본인이 대학을 나오고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미술 전공은 안 했지만 어떻게 하면 예쁘게 사람을 죽일까 해서 인체 해부학은 공부한 적이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미술 전공에 스타일리스트.”


목선이 예쁜 손님은 슬슬 사장의 말을 받아 주기가 피곤해졌다.

그냥 커피 향 나는 곳에서 음악 들으며 손톱 관리를 받으러 왔는데…

사장이 눈치가 없는 것 같았다.


“저는, 네일 프린팅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여자를 아름답게 꾸미는 건 전부 예술이죠.

다음에 오시면, 사장님 하지 마시고 언니라고 불러 주세요.
제 별명이 언니예요. 언니.. 호호..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언니라 불러서 이제는

누가 언니라고 부르면 젤 좋고 편해요. 호호. “


여자의 손을 오일 마사지로 마무리하면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킬러 코드네임 ‘언니’는 쇼팽의 음률 속에서 갑자기 악보가 떠오른 마냥 머릿속을 그리더니 입술을 다물고 결심을 했다.


“이번 주 안으로 그 꼬마는 죽인다.”



만약 꽃술을 닮은 손님이 네일숍 사장의 꼭 다문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냉기와 생기 없어진 눈동자를 봤다면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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