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 기사 (43)
덤프트럭 기사 (43)
비닐하우스 안의 소리라고는 천장에 매달린 환기팬 속 결로 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것과 난로 위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가 전부인 것이 마치 죽은 이를 위한 진혼곡 같았다.
꽁치가 묻혔던 비닐하우스 땅바닥 근처에 결박도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꼬박 하루를 차 트렁크 안에 쳐 박혀 있었던 사람치곤 정신이 말짱해 보였다.
단지 오줌을 지렸는지 바지 얼룩에서 나는 지린내가 진동했다.
침묵의 공포가 비닐하우스를 마비시키고 있는 그때 문이 열리며 김 회장과 이 실장이 들어왔다.
김 회장은 재킷을 벗고 천천히 걸어와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또 다른 침묵이 흐르는 동안 습한 공기와 암모니아 냄새가 마치 도축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신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김 회장이 침묵을 깼다.
“모르겠습니다.”
피부 세포 하나하나 가시 같은 소름이 돋는 공포 분위기에 그의 대답은 딱 딱딱 딱 위아래 이빨 부딪히는 소리와 섞여 마치 힙합의 비트박스 같았다.
덤프트럭 운전기사는 성주 경찰서 조사를 받고 나온 것 까지가 그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눈을 떠보니 온몸이 구겨진 채 깜깜한 관 속에 갇혀 있었으며, 배고픔과 추위에 정신이 잃고 있다가 자신의 관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을 때 이곳이 자동차 트렁크 안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따뜻한 물 좀 줘라”
진성은 용도가 불분명한 주전자의 물을 운전기사에게 주었다.
“뭐… 그래… 여기가 어딘지, 뭐 하는 곳인지는 알 필요 없고…
내가 당신한테 뭘 물어볼 건데…
그냥 사실대로 말하자.
잘할 수 있지?”
“네… “
“변명이나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아… 그리고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런 말도 하지 마.
자… 지금부터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말하는 거다.
알았지?
누가 시켰어…?
하나…. 둘… 셋!”
“전화가 왔었습니다.
아내는 암에 걸려 있고, 딸자식마저 병명도 모르는 불치병 판정받고…
작년에 빚을 내서 중고 트럭을 샀는데…
신규등록 제한에 걸려서 일도 못 나가고…
돈이 없어 그냥 다 같이 죽을 맘 밖에 없었습니다.
….
그런데 난데없이 전화가 와서 ……
….
죽을죄를 졌습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차에 타신 분들이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전화?… 누구?”
“누구인지는 몰라요.
정말입니다.
다짜고짜 현금 다발이 집 앞에 와 있었어요. 현금으로 3천만 원
무슨 영문도 모르고 있는데 바로 전화가 왔었어요.
시키는 일 만하면 5천만 원을 더 준다고 했어요.
만난 적도 없고 전화로만 통화를 했어요.”
“그래서? 계속해!”
“살려 주십시오… 제가 돈에 눈이 멀어서 그만. 흑흑흑”
“정말 살고 싶으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말해 봐.”
“네 알겠습니다.
그날 33번 국도 성주 방면 분기 교차에서 차량 고장 난 것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빨간 깃발 흔드는 신호 보고 박으라고 했습니다.
흑흑. “
“너한테 깃발 흔든 놈은 누구야?”
“모르는 사람입니다.
깃발을 흔들면 그게 신호라고 했습니다.”
“누가?”
“전화했던 사람이 그랬습니다.”
“차량이 두대였는데 어느 차량을 박으라고 했지?”
“두 번째 차량이라고 전화 연락받았습니다.”
김 회장은 덤프트럭 기사의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했다.
전화가 왔다는 그 사람의 통화 기록을 찾아 전화를 하게 했다.
역시 예상대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당신 지금 혹시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인지 알 수 있겠어? “
“네 알 수 있습니다.”
덤프트럭 기사는 자신이 살 수도 있겠다는 마지막 희망을 짜내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실장!… 꽁치랑 통화 좀 하자.”
김 회장은 진성에게 골방 지키는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공치수와 통화할 수 있게 지시를 했다.
“네가 말한 전직 형사 말이야.
이름이 뭐라고 했지?”
“네 양현모입니다.”
“어떤 인간이야?”
공치수는 양현모를 알게 된 시점부터 시작해서 그에 대한 정보를 통화 속 김 회장에게 자세히 알려줬다.
“전화번호랑 사무실 주소가 뭐야?”
김 회장은 다시 한번 공치수가 머리가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전직 형사 양현모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정확히 기억했다.
“알았다. 너는 내가 좀 더 확인할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있어!”
공치수와의 스피커 폰 통화를 마친 후 김 회장은 덤프트럭 기사에게 물었다.
“이 목소리야? “
“아…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아닌 거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전화 목소리는 여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