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의 생각 (42)
네 사람의 생각 (42)
김 회장은 생각했다.
‘조재헌을 처음 만나고 온 날 느꼈는데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음흉한 사람이 주도면밀한 타입이라 언젠가는 뒤통수를 칠 것이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실장이 준비한 도청기는 완벽했다.
동전보다 작은 사이즈를 구두 뒤축에 홈을 파고 넣은 다음 다시 고무를 녹여 숨겼다.
테스트 결과는 만족했지만 과연 전파감지기를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다행히 재수 없는 그 비서한테 들키지 않았다.
녹음 상태 역시 완벽했다.
문제는 과연 조재헌 과의 약속대로 한수연을 죽여야 하는 것인가?
한수연을 죽이면 차기 정권의 개가 되어 각종 이권은 가질 수는 있으나, 결정적으로
조재헌을 믿을 수 없다
언제 독박 뒤집어쓰고 토사구팽 당할 수도 있다.
권력의 향방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처해진 상황이 아내와 연관된 내부 배신자를 색출하고 딸의 복수를 위해 킬러를 처단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 한수연을 죽일 여유가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라도 그 여자를 꼭 죽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
조재헌이 아무리 대통령의 특혜를 받아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낙점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여자 스캔들 한방이면 타격이 클 것이다.
업무상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몰아가면 대권 도전은커녕 서울 시장 자리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수연이 대신 연지가 죽었다.
그녀는 내 딸의 목숨으로 다시 태어난 여자이다.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지 모르겠는데 한수연이는 죽이고 싶지 않다.
한수연이 죽이라는 거… 아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녹음 파일 중 이 부분을 한수연에게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아마도 배신의 아픔보다는 죽음의 공포에서 우리의 손을 잡으려 할 것이다.
한수연의 분노와 공포를 이용해서 조재헌을 박살 내면 된다.
녹음파일은 존재할 수도 있는 핵폭탄이 되어 절대적으로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다.
자기 말로 사랑했다는 애인을 죽이는데 멀쩡한 사람까지 죽이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XX가 조재현이다.
길거리 양아치들도 이러지는 않는다.
이런 XX가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그러고 보니 해주가 생각난다.
아이는 몸은 좀 나아졌을까?
병원이라고 문자가 온 이후에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일단 하우스에 있는 저 놈부터 족쳐서 누가 배신자인지 알아보자.
오늘 하루가 길다.
………………………………
공치수는 생각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은 일인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는데…
시간이 멈춘 듯이 너무나도 안 가고 있다.
버텨야 한다. 그래야 나는 살아나갈 수 있다.
회장 이외에 봉투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 그리고 이진성, 이충이다.
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김 회장은 이진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헌책방에 오더를 넣은 내가 가장 유력한 배신자였지만 지금은 진자경과 바람을 피운 이충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양현모를 통해 증거 사진을 찍어 둔 것은 정말 잘한 짓이다.
나는 한겨울 차가운 땅속에서 죽음을 이기고 지금 살아있다.
결론은 버텨야 한다.'
공치수가 생각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문 밖을 지키고 있던 애들 중 하나가 문을 열고 갑자기 핸드폰을 건네줬다.
“회장님 전화입니다. 받으시랍니다.”
………….
이충 상무는 생각했다.
‘회장님은 꽁치가 범인이라고 했었다.
꽁치를 양평으로 오게 만들어서 잡아 두라고 했다.
하루면 자백을 하고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꽁치는 땅 속에서 풀려나서 지금은 독방에 갇혀 있다.
회장님은 꽁치로부터 무슨 소리를 듣고 그를 땅 속에서 꺼내 줬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러 갔더니 회장님이 진성이와 급하게 어디를 갔다고 했다.
무슨 일이 지금 이 상황보다 급한 것일까?
어디를 갔었을까?
그런데 꽁치 이 XX 놈이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나한테 배신자라고 했다.
뭘 알고 있는 걸까?
왜 그런 소리를 했을까?
혹시 꽁치가…. 아니다.
만나서 얘기를 해보려 해도 만날 수 없다.
회장님 이외는 꽁치가 있는 방에 아무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방금 전 양평별장이 어수선해서 물어보니
누군가 하우스로 잡혀 와 있다는데… 누구일까?
상무인 내가 물어봐도 회장님 지시 속에 철저한 보안 속에서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진성은 성주에서 회장을 노리는 암살시도가 있었는데, 운이 좋아 살았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남았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서울에 올라오면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얘기할 줄 알았는데 아직 묵묵부답이다.
양평에서 대기하라는 명령뿐이었다.
회장이 혹시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
이진성 실장은 생각했다.
도청은 완벽했다.
조재현 빌라 주변 경계가 심해 무선 주파수 대역이 잘 안 잡히면 어쩌나 걱정했고 혹시 방해 전파가 있을지 우려했는데 없었다.
차기 최고 권력 주변에 있는 놈들이 바보 같아서 다행이었다.
도청은 해결했고….
회장님의 목숨을 구한 조력자는 누구일까?
어떤 루트를 통해 정보가 들어올 수 시간과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성주에서 만난 그 아이이다.
그 아이는 어떻게 회장님의 암살 시도를 알고 있었을까?
도저히 이성적 판단으로는 알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공치수가 범인일까?
이충 상무가 범인일까?
20년 전 이슬 먹은 네입크로버처럼 단단하게 모였던 우리가 지금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아니면…
혹시 지금 어떤 외부세력에 의해 우리가 장난질당하는 것이 아닐까?
회장님이 봉투 내용물을 확인 안 하고 공치수에게 주었다면 혹시 그 안에는 처음부터
한수연이 아닌 김연지가 들어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누가…
왜…
우리를 노리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위험이 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