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가면 (44)
어둠 속의 가면 (44)
아침이 다가오는 새벽빛에 어둠 속에 숨어있던 가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바심이 다시 어둠을 불러올까 봐 김 회장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내 진자경에게 전화를 했다.
지루한 통화대기음을 듣는 동안 김 회장의 침 넘기는 소리가 옆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진자경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성아… 차 준비해라. 갈 데가 있다.”
“사모님한테 가는 겁니까?”
“아니다. 양현모한테 가자.”
진성은 왜 김 회장이 사모님한테 가지 않고 양현모에게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회장의 긴 하루는 아직 끝날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다 찾는 세상의 대표 양현모는 본인의 직감에 의해 죽은 김연지는 공치수와 연관되었을 것 같은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유력 피의자의 자살로 인한 수사종결로 결론이 났다고는 하지만 의심의 꼬리는 계속 현모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범죄에 연루되었을지도 모르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
여러 날 연락을 했지만 꽁치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제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후배 인식이가 소개해 준 그 성주
형사한테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혹시 꽁치일까 싶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 공치수 거느리고 있는 김대현이라는 사람이오.
따로 설명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사무실에 계시나요?”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어디 가지 마시고 잠시 말 좀 섞읍시다. “
난데없이 이 밤 중에 전화를 걸어와서 지금 찾아오겠다고 하더니, 사무실 주소를 알려 주기도 전에 김 회장은 전화를 끊었다.
여기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인데, 공치수와 연락이 안 되는 것과 틀림없이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
김 회장은 양현모를 만나려는 이유가 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아내 진자경이 이 모든 사건의 핵으로 떠 올랐다.
하지만 진자경이 이충을 조정해서 이 모든 것을 기획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정도로 치밀하고 비범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공치수의 거짓말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가 양현모와 짜고 불륜을 조작을 한 것이지 알아내야만 했다.
몇 마디 얘기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치수가 알려준 양현모의 사무실은 3층 건물이 특이하게도 각 층을 통하는 전용 계단이 따로 있었다. 2층 전용 계단으로 현모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양현모가 김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전화로 인사를 드렸으니, 우리 그냥 본론에 들어갑시다.
아니 뭐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 그냥 양 사장님으로 부를게요.”
“네 편하신 대로 말씀하십시오. “
양현모는 비록 김대현이 깡패 출신이지만, 지금은 합법적인 중견 기업의 대표이기 때문에 말을 존대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공치수가 제 마누라 뒤 좀 캐라 한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양현모는 김 회장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또 한 번 꽁치한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꽁치는 자기가 아는 작은 회사 사장이 아내와 부하 직원의 불륜을 의심해서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그 작은 회사 사장이 다름 아닌 김대현이었다니…
“공치수는 양 사장한테 시켰다고 하던데…”
“네.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는 작은 회사 사장이 시키는 일이라고 했고, 제가 의심스러운 사진 몇 장을 공치수한테 전달했습니다. “
“이 사진들 말이죠?”
김 회장은 꽁치에게 받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 주었다.
“네 맞습니다. 이 사진들입니다.”
양 사장님 생각엔 불륜이라고 생각해요?”
“네, 저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
“그럼 혹시 제 딸이 여행 갔을 때, 공치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나요? “
순간 양현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김 회장이 방금 자신의 딸이라고 했다.
성주에서 죽은 여자가 김 회장의 딸이었다니…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고 생각하며 갑자기 긴장이 공포가 되어 온몸에 전율을 흘렸다.
등줄기에 가시 같은 소름이 죽죽 선을 그었다.
지금 여기엔 김 회장 이외 세명이나 더 있었다.
말 한마디 실수로 잘못하면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공치수가 건물 입주자의 부탁으로 돈 떼먹은 젊은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회장님의 따님인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지금 양사장한테 잘잘못 따지러 온 거 아닙니다.
자.. 자…
그러니 긴장하지 마시고 거래 하나 합시다.
안 한다고 하지는 마시고요.
당신이 조사한 불륜녀 그러니까 내 마누라에 대해 좀 더 파악해서 나에게 알려주세요.”
“그건 제가 조사한 것만 봐도 불륜으로 의심됩니다.
더 이상 뭐 캘 것도 없고요. “
“아, 그거 말고 그러니까 불륜을 불륜이고, 내 마누라가 또 다른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미행을 해 달라는 말입니다.”
“회장님 솔직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십시오? “
“구체적으로?…
간단하게 말할게요.
그냥 하라면 하세요…..
이 시간 이후부터 다른 모든 일을 미루시고, 마누라가 누구를 만나는지 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 바로 전화 주세요.
모았다가 얘기하지 마시고… 그때그때 즉시.
알겠습니까?”
양현모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단호한 얼굴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모르고 한 일이라고 했지만 김 회장 딸의 위치 파악을 해 준 사람이 자신이었다.
김 회장은 간단히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다 찾는 세상’을 나왔다.
“저 자식… 꽁치랑 짠 것 같지는 않지?”
김 회장이 진성에게 물어봤다.
“네 저도 의심이 갔었는데… 말하는 것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 실장 핸드폰 음성메시지나 문자를 보면 양현모가 공범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케이 조금 지켜보자”
오늘 김 회장은 공치수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
공치수는 양현모를 시켜 이충을 미행해 보라 했지만, 자신의 와이프인 진자경을 선택했다.
김 회장의 생각은 지금 이 사태의 핵이 자신의 아내 진자경이라 믿었고
그녀를 쫓다 보면 숨어있는 가면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