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공치수 ‘다 찾는 세상’으로 가다 (62)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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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수 ‘다 찾는 세상’으로 가다 (62)



얼어붙은 땅을 상대로 삽질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들 줄 몰랐다.

진자경을 땅에 묻고 옷과 소지품을 전부 태운 공치수는 자신이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은 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겨울에 땀범벅이 된 후 더운물에 샤워를 하니 긴장감이 무너지고 갑자기 허기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오늘 같이 과하게 용을 쓴 날은 특별히 맛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며 핸들을 잡은 그는 운전을 하자마자 곧이어 뒤에 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공치수의 시골집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차가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니었다.


방향을 틀어 아무 길이나 무작정 돌아보니 이제야 따라오던 차량 불빛이 안보였다.

하지만 의심스러웠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본능적으로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어떤 때는 보이는 것보다 감이 더 중요했다.


이번에는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했다.


한 시간을 더 소비했지만 괜한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식사를 한 공치성은 서울 근교 호텔이 많은 지역으로 방향을 돌렸다.

죽은 진자경이 있는 그 집에 가는 것도 싫었지만 왠지 보이지 않는 위험이 시골집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것만 같았다.


이때 양현모로부터 핸드폰 문자가 왔다.


‘네가 다 꾸민 일이란 것 알고 있다.

카페 뒤 공터에서 사모님과 만나는 사진 있음

전화 바람.’


실수였다.

양현모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는 진자경을 미행하고 있었고, 검은 세단을 타고 이동 중이라는 정보를 준 사람은 바로 양현모였다.


진자경을 죽여 안도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그녀를 미행한 양현모가 카페 뒷문에서 진자경과 만나 시골집으로 간 것부터…

왠지 찜찜한 미행의 느낌까지 전부 그가 뒤에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일단 양현모에게 전화부터 했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꽁치야! … 문자 봤지?”


차분한 음성의 양현모에게 형사 시절 느꼈던 무겁고 차가운 기운이 보이는 듯했다.


“네.

문자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근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

뭐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나중에 다…...”


공치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현모는 말을 가로챘다.


“돌려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말할게.

잘 들어… 두 번 말 안 해.

지금부터 정확히 한 시간 안에, 오만 원권 지폐로 일억 만들어서 사무실로 가져와! “


짧은 순간이지만 공치성은 양현모가 난데없이 돈을 가지고 오라는 것은 아직 김 회장에게 사진이 안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형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너 진자경이랑 짜고 김 회장 딸 죽였지?

다음에 김 회장까지 죽인 다음 다 헤쳐 먹으려고 꾸민 거잖아?

나 이용해서 불륜 사진 찍은 거… 그것도 다 연출이고…

….

오늘 카페에서 김 회장 와이프 빼 돌린 사람도 너고…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한 시간 안에 돈 갖고 오지 않으면 내가 갖고 있는 거 바로 김 회장에게 전송한다.”


공치수는 변명을 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양현모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 양현모가 자신을 미행한 것이 틀림없었다.

낮고 단단한 그의 목소리에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시골집의 위치도 알고 있다는 말인데….

큰일이었다.


아직 킬러 ‘언니’가 김 회장을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이 상황에서 양현모가 입을 열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큰 금액도 아니기에 1억을 주고 입을 막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힘든 하루였지만, 빨리 양현모를 죽여 입을 막아야 했다.


차가 많이 안 막힌다면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형사 출신인 양현모를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어디 CCTV가 없는 한적한 곳으로 유인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현금은 시골집 금고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한 뒤에 죽이고 진자경 위에 묻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양현모를 죽일 방법과 동선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벌써 양현모의 ‘다 찾는 세상’에 거의 도착했고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잠시 정차를 한 뒤 양현모에게 전화를 했다.


전직 형사가 실종됐을 경우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건물 주변 CCTV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형님… 저… 다 와 갑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말고… 그냥 밖에서 보시죠?”


“왜?

뭐 나…

죽이기라도 하려고?

….

잔머리 굴리지 말고 돈 준비해서 가져와.

나 바로 김 회장한테 사진 전송한다.

아직 안 했으니까 빨리 오는 게 좋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돈 가지고 갑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양현모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작전은 먹히지 않았고 공치수는 그의 사무실에 가야만 했다.

시간에 맞춰서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시신처리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일단 오늘 중으로 그를 죽여야 후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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