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리 (65)
뒤처리 (65)
오숙희의 등장과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 언니의 숨이 끊어졌고,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김 회장이 유일했다.
오숙희는 바닥에 누워 있는 해주에게 달려갔다.
외상은 보이지 않았는데 경동맥을 눌러보니 잠시 기절한 것 같았다.
옆에 있는 2층 세입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러 흔들어서 깨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해주를 번쩍 둘러업고 성큼 김 회장에게 다가갔다.
“너 누구야?”
“해주 어머니 되십니까?”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 내 아들을 어떻게 알지?”
오숙희는 글록을 김 회장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
“아드님과 저는 친구입니다.”
“거짓말.”
차가운 총구 끝이 김 회장의 이마에서 미간으로 내려왔다.
방아쇠를 감싸고 있는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당겨지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외쳤다.
“이름 성해주…
초등학교 5학년, 며칠 전 친구하고 성주 여행을 갔었고…
최근에는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미간에 붙어있던 차가운 총구의 느낌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식은땀인지 피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이 이마를 지나 눈 옆으로 마구 흘러내렸다.
“저 X은 뭐야? 왜 니들끼리 싸운 거지?”
차가운 총부리는 계속 김 회장을 바라보며 있었으며, 오숙희는 턱짓으로 죽은 ‘언니’를 가리켰다.
“킬러입니다.
제가 여기 탐정 사무실에 볼일이 있어 왔는데, 저를 노렸습니다.”
“너를 노리고 왔다고?
너 누군데?”
“김대현이라고 합니다.
건설회사를 포함해서 몇 개 기업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왜 널 노려?”
“아랫사람이 저를 제거할 목적으로 살인 청부를 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오숙희가 들고 있는 총에만 집중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머리에 구멍이 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내 아들하고 어떻게 친구가 되었지?”
“성주에서 만났습니다.”
이제야 오숙희 손에 있는 글록이 그녀의 바지 뒤로 사라졌다.
김대현은 평생을 험한 세상에서 살아왔지만 총구가 이마에 붙은 적은 처음이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가 누군지 많이 궁금할 거야.
알려고 하지 마.
아는 척도 하지 말고.
그냥 넌 너 대로 살고…
난 나 대로 살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아드님 하고 계속 연락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이 X발 새 X가… 말귀를 못…”
오숙희의 글록이 다시 한번 김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김 회장은 괜히 말을 꺼냈다고 후회했지만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아드님이 제 목숨을 구해 줬습니다.”
“무슨 말이야?”
“못 믿으시겠지만.
아드님은 죽음을 예견하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아드님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오숙희는 이마에 총구를 맞댄 상황에 뜬금없이 초능력이라는 말을 하는 김 회장을 뻔히 쳐다보았다.
“계속해봐”
“해주는 죽음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에게 누가 절 죽이려고 한다는 경고를 해 주었고 그 덕에 저는 살았습니다.”
뜬금없이 초능력이라니 오숙희는 저자와 긴 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었다.
아이가 깨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 했다.
“좋아.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대신에 내 아들이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그때는 너는 죽은 목숨이야.
이놈은 내가 죽인 거로 하지 마…
네가 한 거로 해….
너도 일반적인 놈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지금 무슨 말하는지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어.
다시 말하지만 입이 안 무거우면 죽는 거야.”
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주 엄마의 목에 있는 작은 새 문신을 보았다.
“여기 청소는 누가 할 거야?”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잘 치워.
두 번 일하지 말고.”
오숙희는 청소 잘하라는 말을 남기고 해주를 안고 쓰러진 책장 뒤로 사라졌다.
김 회장은 진성의 상태를 보았다.
다행히 중상을 입지 않았고 정신만 잃은 것 같았다.
양 사장도 제대로 맞았는지 깨어나지 못했다.
쓰러진 부하들도 하나같이 정신은 잃었지만 중상으로 보이는 이는 없었다.
배반의 시작은 공치수가 했으면, 마지막 종결은 해주의 엄마가 종지부를 찍었다.
김대현 회장은 자신이 직접 끝내지는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연지의 복수와 배신자를 처단했고 지금 그 앞에는 두 구의 시신이 있었다.
해주의 엄마는 과연 누구일까?
스치며 본 것은 목 뒤에 있는 작은 새 문신이 있었다.
해주의 능력과 그 무시무시한 총을 든 여인…
모든 것이 미스터리 덩어리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풀기에는 지금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해주 엄마하고 뒤처리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이 실장이 영문을 모른 체 언니의 시신 앞으로 나가갔다.
“회장님…..
이게….”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여기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
“네 알겠습니다.”
진성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더 이상 보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
한 시간 후
정신을 차린 해주는 감자칩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엄마?”
“왜?”
“내가 왜 여기 있어?”
해주는 정신없이 싸움이 벌어질 때 틀림없이 문을 향해 뛰었는데 그 후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엄마 내가 왜 여기 있냐고! “
“얘가 왜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 네가 그럼 집에 있어야지 어디 있어!”
“2층 아저씨 사무실에 있었는데…. 어떻게?….
내가 눈 떠보니 여기인 거야?”
해주는 엄마에게 아래층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오숙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티브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저씨들이 정신 잃은 나를 집으로 데려 온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궁금해졌다.
검은 연기가 틀림없이 온 사무실을 휘감고 있었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킬러가 졌다는 말인데…
해주는 2층으로 가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이 밤중에 어디 가려고 그래?”
“엄마가 얘기를 안 해 주니까 그런 거지?…
2층 아저씨한테 가서 물어볼 거야.”
“나중에 가…”
엄마가 저렇게 인상 쓰면서 안된다고 하면 될 수가 없었다.
해주는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성주 아저씨한테 문자 메시지를 넣었다.
“아저씨 저 해주인데요. 어떻게 되었어요?
킬러는 죽었나요?”
바로 답장을 보내온 것으로 보아 아저씨는 안 죽었다.
“킬러는 도망가고, 네가 정신을 잃어서 집으로 옮겼어.
나중에 연락하자.”
해주가 생각한 대로 어떻게 집에 오게 된 것은 알았지만…
아저씨가 엄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했다.
‘아… 검은 연기…’
해주는 자신의 몸에서 용트림을 하던 그 검은 연기가 아직도 있는지 궁금했기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음의 위협은 사라졌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킬러가 죽었다는 말 아닌가?’
오늘 해주는 처음엔 하얀 연기였다가 나중에 검은 연기로 바뀌는 것을 두 번이나 봤다.
‘죽이러 왔다가 죽는 걸 두 번이나 보다니…’
아저씨랑 싸우고 있던 킬러에게서 틀림없이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가 동시에 나고 있었다.
‘킬러가 도망을 갔다고 했다…
정말 도망을 갔을까?
아니다…
킬러는 죽었다….
그러면….
누가 킬러를 죽였을까?
아저씨들은 아니다.
아저씨들한테서는 하얀 연기가 없고 온통 나랑 같은 검은 연기뿐이었다.
그렇다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