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후배 황규 (67)
고향 후배 황규 (67)
김대현과 황규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였고, 김 회장이 황 사장보다 연배가 높아서 대화를 할 때 장난을 섞어 하대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오래전에는 서로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건설 회사를 가지고 있는 김 대현 회장과 황규는 급이 달랐다.
그런 황규가 공치수의 배후로 의심스러웠던 것은 능력에 비해 욕심과 질투가 마음속에 가득했고 차근차근 성취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남의 것을 뺏어 쟁취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김 회장은 만약 공치수의 단독 배신이 아니고 그 배후가 있다면 어쩌면 황규가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의심을 했었다.
그런데 해주가 한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말이었다.
의심을 했던 황규는 꽁치와 작당을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부하에게 죽는다고 하니 미운 정이 얽혀 차마 등을 돌리지 못했다.
죽음을 보는 능력만큼은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해주가 황규를 보고 어쩌면 오늘 죽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황규는 죽는 것이 확실했다.
김 회장은 해주와 양 사장을 잠시 뒤로 하고 황규에게 다가갔다.
“잠시 담배 하나 피자.”
김 회장은 흡연장소가 아닌 한적한 곳으로 황규를 데리고 갔다.
“어디가?
왜?… 나 담가버리게?”
“하하…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뭔데?”
“일단 오늘 와 줘서 고맙고…”
“와야지…
그런데…. 왜?”
“내 밑에 있었던 꽁치…. 얘기 … 알지?”
“응… 들었어.
그러길래 밑에 애들 간수 좀 잘하지.”
“근데 너 진짜 꽁치랑 짝짜꿍 한 것 아니었냐?”
김 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아 X발… 내가 김 사장 보내면 뭐가 좋아서?
XX치 사업도 겹치는 것도 없구먼.”
황규가 열불을 내며 소리치자 김 회장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며 진정하라고 했다.
“아…. 이 말하려고 따로 불렀어?”
황규는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김 회장이 답답했다.
“너 내가 말하면 뭐든 믿을 수 있어?”
“미쳤어! 우리 세계가 누구 믿으면 골로 가는 거 몰라?”
“그건 그렇네....
하지만 이번에는 믿어야 해…
그냥 믿기 싫으면… 너 나랑 거래 하나 하자?”
“뭔 거래? 말해봐!”
“만약에 누가 널 죽이려 하는데…”
김대현은 웃음기를 뺀 눈으로 황규를 쳐다보고 말했다.
“내가 그놈이 누구인지 알려주면…
생명의 은인인 나한테 뭐 해 줄래?”
“무슨 소리야?”
황규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눈을 앞으로 당겼다.
그의 눈을 보니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김 회장을 노린 놈들의 배후를 통해 어떤 정보를 들은 것이 틀림없었다.
“말해봐… 얼른.. 무슨 정보 들었어?”
“거래 잊었어? 뭘 해줄래?”
“좋아… 내가 김 회장 덕에 살면, 평생 형님이라고 부르고 존댓말 할 게.
김 회장이 돈이 없을 리 없고, 정치권 백도 든든하고 부러울 거 없잖아?
어때?
평생 형님 존중권”
“그리고 하다 더 …. 절대 내 등에 칼 꽂기 없기.”
“아 X발… 알아서… 콜”
“오케이… 너 형 말 잘 들어… 널 죽이려는 놈이 누구냐 하면…
네 밑에 있는 000랑 000
걔들이 요새 너 작업 준비 중이다.
어쩌면 오늘이 그날이고…..
내 정보 무시하지 마라.”
황규는 지금 김 회장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부터 경영상의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대자고 주장하는 두 놈이었다.
아예 원자재를 밀수해서 국내에서 제조하자고 하는데, 황규가 막고 있었다.
“너 요새 새로운 사업 구상 중이냐?
불법은 하지 마..
그 두 놈이 요새 지저분한 애들하고 만나고 있다더라.
……
오늘 여기 왔다가 어디 가기로 했냐?
가지 마….
너 거기 가면 죽어.”
김 회장은 거짓을 섞어 마치 정보를 얻은 것처럼 얘기를 했고 그런 모습은 황규를 더 당황하게 했다.
왜냐하면 방금 김대현의 입에서 나온 이름…. 그 두 명 하고 오늘 저녁에 따로 약속이 있었다.
“알아서… 내 한번 알아보지.”
“알아보지 마. 그러다 당해.
당하기 전에 먼저 쳐!
명심해 오늘 아니면 내일이야 … 근데 진짜 너 꽁치랑 짠 거 아니었지? 하하.”
“아 X발 아냐!!!”
“알아서…
잘 정리되고 내 덕에 살아 있으면 오늘내일 문자나 하나 넣어
형 고마워 …라고”
김 회장은 바쁜 걸음으로 장례식장으로 향했고, 황규는 담배 한 가치를 더 입에 물었다.
………..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이번에는 양현모 사장을 불렀다.
“계좌번호 하나 주세요… 인사 좀 할까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양현모는 죽음의 위기에서 이제는 수고비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 김 회장이 말을 이었다.
“양 사장님…
또 좀 수고스러울 일이 있네요.
사례는 넉넉하게 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사전에 준비한 조재헌의 심복 사진을 건넸다.
“조금 있으면 서울시장이 될 조재헌의 밑에서 검은 일을 맡아서 하는 놈입니다.
멀리서 우리 이 실장이 찍은 사진인데…
이름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놈이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네.. “
김 회장은 조재헌을 대응하는 첫 번째 단계로 양현모를 채용했다.
……
해주는 장례식장을 나오면서 멀리서 검은 연기와 하얀 연기가 나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 하얀 연기를 품고 앉아있던 두 사람에게 이제는 검은 연기가 품어 나오고 있었고 앞에 앉은 사람은 반대로 하얀 연기가 나고 있었다.
‘저 둘은 오늘 저 사람을 죽이려다…
반대로 죽는구나…. 마치 그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