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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행동이 필요해

내가 행복한지 알기 위해 고민해봐야 할 것들

by 보라

일상이 무너졌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퇴근 후 대학원에 갔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10시까지 야근이었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나면 놀기 시작하나? 싶다가 토요일에 대학원에 갔다. 일요일에 쉬고 나면 금세 월요일 다시 시작이다. 내가 선택한 삶이었지만 이래도 되나 싶었다. 체력이 메말라 갈 때쯤 머리도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문서 작업을 하다가도 뜨는 슬랙 팝업과 이메일에 눈길이 돌아갔다. 갑자기 떠오른 작업물 파일을 열었다. 그러다가 다시 문서로 돌아갔다. 컴퓨터에는 수십 개의 창이 떠있다. 일이나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오늘 뭐 했나 돌아보면 밤하늘만큼이나 텅빈 어둠이 몰려왔다.


그 해 여름이 고됐다. 일도 조금 여유롭고 학교 일정도 없었는데, 왜 축 쳐졌을까? 학기 중이고 한창 바쁜 업무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 6월 내내 기다린 행복은 오지 않았다.


반복되는 고정된 일정들. 그 속에서 내 행복을 명징하게 깨달았다. ‘아, 나는 내 맘대로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해.’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하릴없이 회사나 학교로 걷고 뛰기로는 안 된다. 정처 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걷고 뛴다. 그때야 수많은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는 용기가 샘솟는다. 어쩔 수 없이 업무 문서와 아티클을 붙잡고 있기로는 안 된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이 푹 빠져서 글을 읽고 내가 소화해낸 글을 써내고 싶다. 그제서야 내게 좋은 인풋이 차오르고, 그 덕분에 아웃풋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아무리 바빠도, 그 바쁨이 끝날 때 내가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야 해. 내가 이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거지.”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를 선택하기 전에 만난 친구가 해준 말이었다. 그래, 내가 행복한지 알 수 있게 그 행동을 만들어두자. 매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일상은 매일 이어지니까. 러닝, 책 읽기, 글 쓰기가 하고 싶어. 이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이걸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거면 난 행복해. 아, 이건 다 내가 혼자 하는 일이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타인이 없어도 나 하나만으로도 채워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이길 바라나 보구나. 내게 세상 마지막까지도 다정한 사람은 나니까, 내가 행복한지 살피고 행복하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결국 나일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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