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속보] “현행 거리두기 단계, 설 연휴까지 2주 연장”
지긋지긋하다. 정말. 일요일 늦은 오후 올라온 속보를 접하고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내뱉어 버렸다. 도대체 이 바이러스의 끝이 있긴 한가. 내게 능력이 있다면 1년 전으로 돌아가 이 바이러스를 멸해버리고 싶다. 벌써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다. 처음엔 이 시간이 이렇게 지속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시 불편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처음엔 이 바이러스로 변한 삶이 신기하기도 했다. 해외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공연을 집에서 라이브로 즐길 수 있고 굳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니 회사에서 억지 웃음을 짓거나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는 등 쓸데없는 감정 노동을 하지 않아도 돼 편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형식적인 행사나 모임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았다. 이 모든 것은 기쁨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설사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은 슬픔이었다.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노릇이었고 나의 기쁨도 좀처럼 드러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모티콘을 보여주면서 ‘저 지금 이렇게 웃고 있어요!’하고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만남의 계획과 취소가 반복되었다. 다음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 만남을 정하고 연장되는 거리두기에 만남을 취소했다. 이 행위가 반복될수록 피로감은 높아졌다. 연말모임을 줌으로 대체하고 얼굴이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로 대신했지만 화면이 꺼진 뒤 남는 공허함은 점점 커졌다.
21세기에 사람 만나는 게 이렇게 어려워질 줄이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이 파괴되는 아이러니가 아닌가. 어쩌면 이 바이러스의 최종 목표는 사람을 병들게 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어 외로워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했다.
사실 이 바이러스로 사람 만나는 일은 더 쉬워졌다. 화상 미팅 서비스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클릭 한 번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진화하는 AI는 대화 상대로써 사람을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들었고, 요즘 애들은 제페토(*3D 아바타 제작 어플리케이션)에서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인생도 산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의 확장이 오프라인의 단절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그래서 취소될 지 모르는 모임을 계속해서 잡고 취소하기를 반복한다. 접속이 만연한 이 시대에 접촉이 하고싶다. 텍스트로, 화면에서 존재하는 이들이 내 눈 앞에 실재했으면 한다. 하루 빨리 이 바이러스가 최후를 맞이해 마스크 벗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온기를 나눌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