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인턴십은, 내가 상상했던 그림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큰 꿈과 열정을 안고 시애틀에 도착했다. 내가 제일 살고 싶은 시애틀에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아마존에, 그리고 내가 그렇게 꿈꾸던 프로덕매니지먼트 롤이라니!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3개월간 지낼 아파트도 구하고 최소한의 가구를 장만하기도 했다. 정말로 시작은 분명 설렜다.
직무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였다. 아마존 MBA인턴십은 워낙 큰 프로그램이라, 여러 조건과 상황 등등에 맞춰 팀 배정을 해주는 방식인데 나는 오퍼레이션 조직에서 배송·물류 시스템을 총괄 관리하는 팀에 배정됐다. 이 팀은 특징이 대부분의 리더들은 군 출신이거나, 아마존 물류창고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리더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 (실무경험이 아무래도 중요하니).
내가 맡은 3개월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 아마존 물류창고 상황을 관리·추적하는 시스템이 여러 개(대략 4개)로 흩어져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 이를 하나로 묶어 통합 대시보드를 제안하는 과제였다.
나는 프로젝트가 뭐던간에 진짜 한번 열심히 해보자. 영혼을 갈아서라도 마지막에 풀타임 오퍼를 받자. (학교 졸업 후, 다시 돌아와서 취직을 할 수 있도록 보장을 받는 오퍼)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인턴들은 똑같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프로젝트 자체는 배울 점이 많았다. 몇몇 물류창고를 직접 방문하고, 사용자(현장 직원과 리더십)를 인터뷰하며 리서치를 했고,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엔지니어링과 조율했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SQL도 만질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건 일의 난이도보다 조직의 문화였다. 내가 있던 팀은 협업 중심이라기보다 각자도생에 가까웠고, 분위기는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매니저나 팀원들이 내 프로젝트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도 많이 느껴졌다. 매주 체크인 콜이 있긴 했지만, 뭔가가 잘 안 맞아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젝트를 잘 완료해야 하는 생각 + 나를 끊임없이 자책하며 + 나에게는 숨 막히는 문화들에 있으니 아래 세 가지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며 지냈던 것 같다.
- 내가 너무 부족한가 보다.
- 미국에서 제대로 일을 안 해봤는데, 미국회사생활을 나는 못하는 걸까?
- 여기까지 왔는데 오퍼는 받아야 한다.
결국 야근과 주말을 반납하며 버텼고, 시애틀의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매일 아침이 지옥 같았고, 샤워를 하는데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내 힘든 상황을 들은 학교에서 친해진 인도인 선배가 해준 말이 오래 남았다.
“물고기는 나무를 못 오르고, 원숭이는 헤엄을 못 치잖아. 네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이 너랑 안 맞는 거야.” 받아들여야 되는 거야.
나는 내 평생 동안 ‘환경이 나와 안 맞는다’는 경험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나랑 안 맞으니 결과가 실패값이더라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더 자괴감이 컸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회사에 왔는데, 여기서 내가 흔들린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안 맞는다’를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프로젝트는 최대한 마무리했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풀타임 오퍼는 오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인턴십 3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중 하나였다. 동시에 분명한 배움과 방향성도 남겼다.
나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보다 마케팅이 더 맞는다. 풀타임은 마케팅을 집중해서 파보자.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에게 조직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회사 네임밸류만 보지 말고, 내가 할 직무와 함께 일할 사람들의 결을 더 깊게 봐야 한다.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한 MBA 리쿠르팅 과정에서는 이런 말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그때 배웠다. 모두에게 다 맞는 일은 없고, 안 맞는 환경에서 나를 궁지로 몰아가며 억지로 맞출 필요도 없다는 걸.
풀타임 오퍼는 받지 못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가 리쿠르팅에 전력을 다하자.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던 거다.
하지만 고마운 건 이 힘들었던 기간 덕분에 (a.k.a. 이력서에 도움이 되는 경험들), 리쿠르팅시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덕분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주었다. 겉으로 화려한, 남들이 하는, 눈부신 그런 거 말고, 나한테 맞는 거.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나에게 주어진 일,
리쿠르팅과 MBA 2학년 생활을 묵묵하게 하러 다시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게 되는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