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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즈 May 27. 2021

한국 미술, 그것이 알고 싶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을 읽고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피카소는 알면서 왜 유영국은 모를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는 미술에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자부해왔다. 대중적인 전시회를 관람하고 집에 어울리는 액자도 고민하면서.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있던 미술이란 서양미술이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에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 배운 적이 있던가? 김홍도, 이중섭의 그림을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교과서의 변두리에서 잠시 소개되는 정도였고, 길지 않은 미술시간은 서양 미술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아무도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왜 서양미술에 열광하면서 한국미술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혹시 ‘미술=서양미술’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서구 주도로 이루어진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적 유산은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며 단절된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수상이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미술은? 한국 미술이란 어떤 걸까?

 저자는 한국미술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답을 주기 위해 20세기 초부터 1세기 동안의 한국 태생 미술가 10명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한다.

 식민지 시대, 전쟁, 분단 등 질곡의 현대사를 딛고 피어난 미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낯선 이름도 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다.

 저자는 국민화가라 불리는 이중섭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타고난 화가였던 어린 시절과 민족의 정서를 담아내는 ‘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보통학교 시절, 한국전쟁으로 이리저리 떠돌며 힘들게 그림을 그리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삶의 고통 속에서 가족과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꼿꼿하게 버텨가는 화가 개인의 이야기가, 아프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지나면서도 내면의 희망을 끌어올렸던 한민족의 정서와 연결된다. 이 지점에서 그의 예술혼이 더욱 빛난다.

이중섭 <흰 소>


 두 번째로 서양화가이자 여성운동가인 나혜석이 소개된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명석하고 다방면에서 뛰어난 인물로, 조선에 최초로 서양화를 소개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다수의 삽화로 첨부된 그림 중 <자화상>, <화령전 작약> 이란 작품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 당시 유교적 질서에 직접 부딪히고 맞서던 그의 상처와 불안을 짐작해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나혜석 <화령전 작약>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김환기의 삶도 상세히 소개된다. 두 사람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고 자유와 예술을 찾아 추상미술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신사실파’라는 모임을 만들며 한국 추상회화의 길을 개척해 간다. 이 모임으로 여러 화가들과 소통하고 의지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을 거라 짐작된다.  

 유영국은 50년간 ‘산’을 탐구하며 한국의 미를 발견해갔다. 마지막 작품인 <작품 Work>에서는 적갈색의 산이 위로 상승하는 절정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 김환기. 그는 ‘점’으로 가득 찬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은 화가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일심동체라는 말을 실현한 결혼생활이 바탕에 있었다. 그가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아내는 환기재단을 설립하고 환기미술관을 열며 그의 꿈을 이어간다. 온전하고 이상적인 사랑이 그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라 생각된다.

유영국 <작품 (Work)>
김환기 <우주 05-IV-71 #200>


 그밖에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녔던 장욱진, 서민의 시선에서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박수근, 강렬한 여인상 그림으로 유명한 천경자 등 여러 화가들의 삶과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 이미지는 물론이고 인물사진과 글이 함께 나와 있어 새로운 벗을 사귀는 기분으로 한국 화가들을 알아 갈 수 있었다.

 이번에 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수집해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근대 미술품이 1000점을 넘는다고 한다. 아직 조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소실되었다고 여겨졌던 나혜석, 백남준 등 1세대 서양화가들의 작품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과천, 청주 등에서 여러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회를 기다리며 <방구석 미술관 2:한국>을 펼쳐서 우리 민족의 현대미술을 먼저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오는 8월,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그리고 2022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통해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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