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엔 수제 쿠키지
할로윈 시즌을 맞이해서 첫째 워니가 쿠키를 만들어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좀 귀찮기는 했다. 게으른 나는 설거지거리가 쌓이는 것을 떠올렸고, 들뜬 워니는 알록달록한 아이싱쿠키를 상상했으리라.
워니와 함께 필요한 것을 사러 갔다. 박력분 밀가루, 버터 등 기본재료는 이미 있었지만, 그밖에 더 필요한 것이 있었다. 슈가파우더, 식용색소, 밀대, 포장 봉투 등을 사기 위해 베이킹 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를 찾아갔다.
입구에 들어가자 다양한 포장재료와 핼러윈 물품이 가득했다. 흡사 대형 문구점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워니와 나의 눈은 바빠졌다. 매장 안을 두 바퀴쯤 빙그르르 돌며 사려던 물건을 골라 바구니에 넣었다. 혹시 필요한게 더 있으려나 해서 자세히 둘러보았다. 나는 이것저것 들춰보며 신기해하거나 감탄하거나 용도를 궁금해했다. 그러다가 쿠키 믹스를 발견하고는 워니에게 말했다.
-이거 어때? 달걀하고 버터만 넣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겠는데? 살까?
워니는 내 말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엄마, 괜찮아. 계량하는 재미도 있잖아.
-응 그렇지.
옹기종기 갖가지 모양틀도 내 눈에 들어왔다.
-오 이거 곰돌이 모양이네. 와 진저맨에 진저걸까지 있어. 찍어내면 쉽게 만들겠다.
-엄마, 나는 유령이랑 호박 모양으로 만들 거야. 도안 그려서 하면 돼. 그거 필요 없어.
-아 그래….
나는 몇 번 더 계획에 없던 것을 사자고 졸랐고, 아이는 재차 고개를 내저었다.
-아 이거 달걀노른자 분리기래. 이건 있으면 진짜 편할 거 같은데. 이건 진짜 사자.
-흠, 손으로 할 수 있는데…. 정 그러면 사던가.
아이는 마지못해 알아서 하라는 투로 말했다.
예스. 드디어 하나 허락받았다. 근데 뭐지? 역할이 뒤바뀐듯한 이 느낌은?
집으로 돌아와서 워니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틀어놓고 밀가루와 버터를 꺼내 계량하고 반죽을 만들었다. 나는 도구를 찾아주고 중간에 조금 거들어 주며 기웃거렸지만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아이는 마냥 진지하다. 쿠키를 구워내고 아이싱을 만들어 꾸미는 것까지 야무지게 해낸다. 일주일에 한 번 베이킹 수업을 다닌 덕인지 어색함도 없고 능숙한 제빵사같다.
쿠키를 만들겠다는 말에 나는 그저 할 일이 하나 생겼구나. 어떻게 하면 빠르게 효율적으로 해낼까만 생각했다.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그럴싸하게 결과물을 만들 생각만 했다. 이는 어쩌면 전형적인 어른의 모습이면서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또 부끄러워진다. 아이를 키우며 자꾸 여물지 못한 내면이 삐져나온다.
아이는 마음을 건네고 싶었던 거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마음이 담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하며 특별한 날을 함께 기념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예쁘다. 정성스레 완성된 수제 쿠키가 서툴고 예쁘다. 해피 할로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