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유연제 향기라고?
나는 일본인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강사다.
이 일을 시작한 건 일본인의 특성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깊게 알고 싶어서였다.
나는 일본의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생활습관, 상품, 디자인, 제이팝, 드라마, 요리, 한국어와 일어의 차이에 관심이 많고
애니메이션, 일본 배우, 일본지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일본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들과 수업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며 내가 느낀 것들과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가치관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것들을 글로 써보려 한다.
*개인적인 관찰과 경험에 기반한 내용이니 신뢰도가 높은 일본 정보성 글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은 2003년 6월부터다.
당시 토요일 새벽에 떠나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투어 일명 '밤도깨비투어'가 인기였다.
이 여행을 하려면 금요일 퇴근길에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한다. 첫 일본여행이 얼마나 설레고 좋았는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금요일 퇴근 후 공항에서 대기 후 비행기 탑승
토요일 아침 6시 도쿄 도착 (졸린 눈으로 관광)
일요일 관광 후 새벽에 공항 도착(일요일은 어디선가 잠시 쉴 곳을 구해야 함)
월요일 아침 6시 인천 도착
그대로 짐 다 들고 회사로 출근(.. 일 못함.)
이런 무척 피곤한 스케줄로 적당한 시내 호텔 1박에 비행기 포함 가격 30만 원 정도 했다.(TMI)
첫 일본 여행 감상은 남들과 별 다르지 않다.
거리가 예쁘고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
음식이 짜지만 맛있다 등등..
뻔하지만 그 뻔한 일본의 매력에 빠져 이런 미친 스케줄의 여행을 여러 번 하고 나는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몇 번의 여행 끝에 기억에 남은 것은
일본만의 독특한 냄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싸악 풍기는 냄새.
지하철에서도 많이 풍기는 냄새.
아마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냄새의 정체를 정확히 밝혀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독특한 남새가 나'
'그거 간장 냄새야.'
누군가는 일본에서는 간장
한국에선 마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닌데... 이 냄새는 분명 간장 냄새가 아닌데.
이 냄새는 섬유유연제 냄새 같기도 하고 세제 냄새 같기도 하다.
카펫 냄새 같기도 하고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다.
습기 냄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자주 가던 미용실에 일본인 스텝이 있는데 그 여자한테도 이 냄새가 난다.
명동을 걷다 보면 냄새로 일본인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맡을 수 있다면 습기냄새와 카펫 곰팡이 냄새는 아닐 것이다.
그럼 섬유유연제에서 찾아볼까?
내가 느낀 이 냄새는 섬유유연제라면
[소후란 아로마리치]와 매우 비슷하다.
섬나라라서 섬유유연제가 발달한 것인지, 일본 사람들이 섬유유연제를 한국보다 고용량으로 쓰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향기는 일본 여행의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