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일주일 여행하기

체력방전 멘털방전 주의

by 쭈우

남편의 업무 일정상 일주일 동안 여행할 기회가 생긴 우리는 12살 아이와 10개월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기와의 여행은 시작부터 힘들다.

먹을 것 입을 것 재울 것 카테고리를 나눠 짐을 쌌다.

우리 여행지는 오키나와다.

날씨가 춥다고 하기도 하고 덥기도 하단다.

얇은 옷부터 두꺼운 옷까지 챙겨야 한다.

밤엔 온돌이 아니니까 수면잠옷도 챙겨야 하고

재울 때 필요한 쪽쪽이와 애착인형도 필요하다.


기저귀는 부피가 크니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이유식이 문제였다.

이유식은 워낙 잘 먹는아기라 200미리씩 3번을 먹어야 하는데 시판 이유식은 묽기도 하지만 용량이 적다. 한 끼에 두 개씩 먹인다 하더라도 영양상 일주일을 시판으로만 먹일 순 없다.

이유식은 가능한 물을 부어 먹이는 오트밀로 간단히 먹이고 현지조달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직접 만들기로 했다.

휴대용 유모차와 아기띠를 가져가야 하고 추울 걸 대비해 두꺼운 담요도 챙긴다.

과자와 물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여기까지가 아기 짐 싸기.

나머지 가족 세명도 각자 알아서 짐을 챙겼다.


나는 온갖 화장품을 다 가져갔지만 결과적으로 7일 동안 출국하는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화장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

얼굴은 피곤에 절어있고 머리는 부스스하고 질끈 묶을 수밖에 없었다.

아기를 챙기느라 내 얼굴에 신경을 쓸 너지는 없었다.

예쁘게 화장하고 머리까지 세팅하고 해변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런 일은 애초에 무리였다.


이 여행은 우리 네 가족이 처음으로 가는 여행이다. 큰 아이가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기에 의미가 있는 여행이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부모와 함께 여행하는 걸 즐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이번이 네 가족이 하는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6학년 졸업을 앞둔 첫째 아이는 요즘 일본 문화에 빠져있다. 일본의 먹거리를 즐기고 제이팝을 자주 듣는 듯하다. 래서 목적지는 일본 오키나와가 됐다.


아이는 여행을 꽤 즐길 만큼 컸다.

징징대지도 다리가 아프다고 하지도 않았고 음식투정도 하지 않았다.

아.. 12년을 키워놓으면 사람다워지는구나.

이제야 말이 통하고 사람대 사람으로 소통이 되는구나.


문제는 10개월 둘째다.

기어 다니며 잡고 서서 온갖 것을 만지려 들고 이내 여기저기 머리를 쿵 박아버린다.

렌터카 안에서도 낯선 카시트가 불편했는지 으라고 난리다.

식당에서는 기의자가 답답한지 울어버린다.

아기의자라도 있으면 다행, 아기의자가 없는 곳에서는 먹이기 전쟁이다.

가만히 안겨있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팔딱거린다. 마치 큰 생선이 움직이는 느낌...?

밥을 먹일 땐 금방 갈아입힌 새 옷이 5분 만에 며칠 입은 옷처럼 변해버린다.


아기랑 하는 여행은 이렇게 힘들구나.

이 아이가 첫째처럼 사람다워지려면 10년이 걸리는데 그럼 내 나이 50대 중반이다.

50이 넘어서 이런 여행이 가능할까 생각하면 조금 슬퍼졌다.

그땐 더 체력이 떨어질 텐데.. 건강관리에 더욱 힘써야겠다.


곧 중학생이 될 첫째는 에너지가 넘친다.

관심 있는 걸 보고 싶어 하고 쇼핑에도 적극적이다.

저녁시간 녹초가 되어있는 엄마 아빠가 불만이다.

힘들어도 할 수 있는 한 첫째랑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하루종일 고생한 아기를 깨워서 밖에 나가기 미안다.

먹는 것도 낮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밤에라도 편히 재우고 싶었고 우리 부부 역시 체력이 방전되었기에 첫째는 항상 우리가 잠든 후에나 잠이 든 것 같다.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미안한 상황이 계속됐다.

첫째에게는 충분히 즐길 기회를 못 준 것 같았다.

뭐든지 첫째에게 맞춰주던 지난 여행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둘째에게는 하루종일 나가서 고생만 시킨 기분이 들어서 미안했다.


터울이 비슷한 형제들이 저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둘이 터울이 비슷하면 같이 놀고 같이 에너지가 방전될 텐데!

이래서 터울 적게 낳아 같이 놀게 하는 게 더 편하다는 소리를 하나보다.

그래도 큰 불만 없이 동생이랑 잘 놀아주는 첫째가 대견하고 징징대기는 해도 아픈 곳 없이 일주일 씩씩하게 잘 버텨준 둘째에게 고마웠다.


네 식구가 함께한 가족여행.

우리 집 상전 10개월 꼬맹이덕에 몸이 힘들고 극기훈련이 됐지만 셋보다 넷이 더 행복한 건 확실하다. 그 꼬맹이가 있어 우리 가족에게 웃을 일이 정말 많이 생겼다.


쪽쪽이는 세 개 가져가서 다 잃어버리고 왔다.

애착인형도 호텔에 두고 왔다.

분유통을 통째로 가져갔는데 쏟아버려서 처음 보는 일본 분유를 먹이고 말았다.

난 진짜 정신없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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