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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은 뭘 먹나요?

가족의 입맛

by 쭈우

남편과 나는 입맛이 다르다.

남편은 정통 한국파 국밥 러버 남자다.

순댓국, 뼈해장국, 돼지국밥, 해장국 등 국물요리를 즐긴다.

밥과 양념이 된 적당한 국물이 있으면 밥에 비벼야 하는 남자다.

특이한 식재료나 익숙하지 않은 향이 있는 채소류는 먹지 않는다.

(고수,샐러리,여주,바질....바질은 먹었나?)

반찬투정을 하지 않지만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이다.


나는 한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재료라도 한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요리하고 싶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일은 없다.

라면도 좋아하지 않는다.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일도 절대 없다.

나는 밥신 빵을 먹어도 살 수 있을 정도의 빵순이다.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는 재료가 조금 구체적이다.

버섯은 팽이버섯과 백목이버섯만 먹는다.

새우나 오징어나 조개류는 먹지 않고 심지어 게맛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샐러드는 소스가 없어야 그나마 몇 번 젓가락이 간다.

요거트나 유제품도 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난 요리를 할 때 난감할 때가 많다. 셋이 다 좋아하는 요리를 하면 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예를 들면 난 소고기보다는 바지락이 들은 미역국을 좋아한다.

그럼 아들이 못 먹을 요리가 된다.

난 계란말이에는 게맛살을 넣는 걸 좋아하지만 아들과 함께 먹을 땐 넣지 않고 있다.

아이는 소스를 먹지 않으니 샐러드는 1인분씩 담아줘야 한다.

가끔 저녁에 파스타를 해주면 왜인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피자로 한 끼를 때우고 싶은데 싫은 티는 내지 않지만 남편은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입맛이 다르니 가족들은 먹지 않고 나만 좋아하는 식재료들은 굳이 사지 않게 된다.

요즘은 씨가 있는 그린올리브에 빠져있는데 혼자 먹자고 그걸 사 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좋아하는 치즈도 종류별로 사두고 먹고 싶지만 결국 나 혼자 먹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버리게 될 것이다. 결국 나만 먹게 되는 식재료는 굳이 안 사게 다.


아들과 남편은 좋아하고 난 먹지 않는 건 라면이다.

둘은 밤에 라면 먹을 때 쿵작이 잘 맞는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는다.

밤에 그러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온다.


아들과 내가 잘 먹지만 남편이 안 먹는 건 낫토다.

아들과 내가 여러 번 권해도 남편은 시도조차 안 한다. 진짜 맛있는데.


가족의 입맛은 다 맞추기 어려우니 늘 먹는 반찬은 비슷비슷하다.

고기와 생선을 굽는 건 언제나 실패가 없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고등어를 굽는다.

모두가 만족하는 반찬이다.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없을까?

반찬 걱정은 아줌마들의 끝나지 않는 고민이다.

아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성장기 아들은 하루종일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한다.

.... 내일은 또 뭘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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