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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온니 Apr 26. 2023

리얼 미 타임(Real me time)

가장 나다울 수 있었던 교육기간

채우기 전에 비워내기

(= 열심히 공부하려면 열심히 먼저 놀자)


‘절대 공부하지 말고 꼭 놀고 와야 해’

6월에 입사하여 아름다운 네덜란드의 여름날 교육을 받을 수 있음은 정말이지 축복 같았다.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국의 여름을 뒤로하고 도착한 암스트레담은 휴양지를 연상시킬 만큼 완벽한 초가을 날씨를 유지했다. 실수해도 좋고, 무슨 이야기든 다할 수 있으며 가끔 사적인 면담을 통해 고국과 가족을 떠나온 스트레스도 염려해 줄 만큼 회사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지만 새로운 한 주간은 언제나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던 한 주의 끝, 반드시 마음을 비울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자전거의 나라답게 네덜란드 여기저기에서는 자전거 대여가 쉬웠고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도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첫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부러라도 책은 거들떠보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더치선생님의 교육관은 여전히 놀라웠는데 한주의 교육을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건넨 말은 주말 동안 '절대 공부만 하지 마라'였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채우기 전에는 비우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는 원리를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 4년 전 입사하게 되면 하고 싶었던 리스트 중 하나가 떠올랐고 그것은 더치처럼 자유로이 자전거 타기였다.


네덜란드는 거의 국민 모두가 자전거에 능숙하기에 자전거도로 위 자전거들은 속도가 빠른 편이었고 가끔 한눈팔다 그들의 길막을 잘못하면 혼나기도 일쑤, 말 그대로 자전거운전자가 대장(깡패)인 나라다.

그렇기에 자전거 타는 방법은 알았지만 자전거도로가 두려웠고 그들의 사이즈로 만들어진 자전거는 다리가 짧은 나에게 최대로 내린 안장도 높아 운전을 서툴게 했으며 특히나 자전거를 타는 동시에 구글맵 보는 것이 영 불안했기에 혹여나 잘못 나갔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이라는 걱정들이 앞섰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도전정신을 발휘해 용기 내어 나아간 밖은 대자연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세계 최장신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인들처럼 자연 역시 그 모습을 꼭 닮아있었다. 몇 미터 가지 않아 웅장하게 우거진 숲 속에는 우리나라에서는 100여 년이 넘어야 볼 수 있는 보호수 정도 둘레의 나무들이 흔하게 즐비해있었고 식물이란 식물들은 죄다 얼마나 크고 튼튼한지 모조리 케리어에 꾹꾹 담아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났다. 게다가 처음 보는 온갖 종류의 새들은 또 얼마나 친화력이 좋은지 오라는 손짓만 해도 강아지처럼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아직도 눈에 선한 청량했던 여름 그날의 자유로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시원한 숲향, 예쁜 구름, 새소리, 드넓은 파란 초원, 그 위에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가족들, 평온한 휴일...

아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교육 첫 주의 끝이며 휴일 첫날이었다.

한주 적응기간 동안의 긴장감은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 있을 몇 년 치의 스트레스마저 미리 저만치 날려 버린 치유받은 느낌이었고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정도의 휴식 후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시험공부가 아주 조금 즐겁기 시작했으며 집중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채우기 전 비움의 원리가 이런 것이구나 슬기로운 교육기간을 위해 앞으로 더욱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놀아보기로 다짐했다.

안장이 높아서 다리가 완벽히 닿지 않아도 죠아
까마귀와 나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타기


첫 연습비행(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놀라운 인도_뭄바이를 가다


중동 항공사 출신 승무원들에게 인도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의 나라일 거다. 나 역시 그랬고 여전히 선뜻 좋다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중동 항공사에는 인도 노선이 참 많았다. 승무원이 바라보는 어느 특정 나라의 이미지는 여행객으로 그 나라를 방문했을 때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는 그들을 별 다른 환상 없이 승객이라는 대상으로 대해야 했기 때문에 여행객의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각 나라의 승객들을 우리의 기준으로 객관화하기 때문이다.


카타르항공 재직 당시 인도 비행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도의 여러 도시에서 레이오버며 퀵턴을 했던 나로선 더 이상의 인도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여겼는데 이게 웬걸, KLM네덜란드항공에서 첫 연습비행으로 ‘인도 뭄바이’가 당첨되었다. 생각보다 레이오버 호텔도 비행도 모두 나쁘지 않았다. 8시간 정도의 비행에도 ‘스페셜밀 핸들링’(인도는 종교상의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대부분인데 이전 항공사에서는 채식 포함 특별식 주문이 80프로 이상)은 전혀 없는대다(있다 해도 부사무장이 담당) 2시간가량의 레스트까지 주는 바람에 컨디션은 매우 좋은 상태였지만 관광을 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두어 번 경험했던 인도 관광에서 퀴퀴한 냄새와 교통체증이 심했다는 기억이 떠올랐고 심지어 몬순기후로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렸다. 마음은 그러했지만 조식에서 만난 함께 비행 온 더치 크루 관광팀을 보고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여길 와보겠냐는 생각이 들어 즉흥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호화로운 타지마할 호텔, 도비 가트(대형 빨래터)
미소 지어주는 도비가트(빨래터)의 현지인
드넓은 공동빨래터, 뭄바이의 거의 모든 호텔과 업체들의 빨래가           이곳에서 세탁되어진다고 한다.


관광의 시작과 함께 눈앞에서 팔뚝만 한 쥐를 보고 당장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곳이 인도인가 싶을 만큼 호화로운 타지마할 호텔과 도비 가트(공동 빨래터)는 인도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도비 가트였는데 5천 명의 도비왈라(힌디어로 빨래하는 사람)들이 5교대로 빨래한다니 얼마나 규모가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끝없는 노동과 열악한 환경이 짐작되었지만 그들에겐 삶의 터전이었고 소중한 일이었을까, 그들은 빨래를 하면서도 외국인 관광객인 우리를 보며 연신 미소를 지어 주었다.

주어진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 말고 무엇이 더 멋지고 훌륭하단 말인가.

환하게 웃어주던 현지인의 미소를 보며 항공기내에서만 가지고 있던 약간의 부정적인 데이터로 소중한 하루를 호텔에서 낭비하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또 한 번 일단 나아가면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오늘이 지나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과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변인들이 항상 나를 움직이게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악명 높던 곳이 또 다른 값진 추억을 만들어 주다니

정말 인생에 정답은 없다.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모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듯이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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